정상덕 (원불교 교무)
 
▲ 국제건축연맹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에서 연설하는 이토 도요. [사진출처-연합뉴스]
2013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결집한 국제건축연맹(UIA) 2017년 서울세계건축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중 한 사람인 이토 도요(伊東豊雄·76) 입니다.
 
인간의 공간과 자연의 어울림을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그는 글로벌 경제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건축은 건축가의 윤리나 선의를 훨씬 초월하는 힘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에 따라 경제를 효율적으로 순환시키기 위해 삶의 공동체는 철저하게 해체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건축가입니다.
 
이토 도요는 ‘거대 자본으로 움직이는 도시에서 건축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에 겪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와 원전 사고를 모두 인재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우리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지만,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건축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빠지고 기술의 발달로 자연을 정복할 수 있게 된다는 근대주의 사상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런 근본적 문제의식에 스스로 질문하며폐허가 된 도시의 복구에 임하는 그의 생각은 세 가지 태도로 나타났습니다.
 
첫째, 비판하지 말 것. 자기 자신이 당사자라는 자각을 가지겠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행동으로 옮기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피해 지역의 문제에 직접 관여해서 행동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셋째, 건축가로서의 ‘나’를 초월한 경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건축가들은 모두 사회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뛰고 있지만 결국은 작품이라는 개인적인 표현에 집착해버린다는 것을 경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성찰에 바탕해 시작된 이토 도요의 “모두의 집”은 주민과 건축가가 함께 만든다는 마음으로 팀을 꾸려 건축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함께 공감하며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건축가의 일방적인 아이디어와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으로 서로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무 아래서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는다'는 개념을 형상화한 대만 국립대도서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대만 국립오페라하우스 등 자연과 연결된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이토 도요는 “도쿄뿐 아니라 대부분 세계 대도시는 점점 자연, 역사와 분리되고 있고 인공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인간의 삶은 지금보다 더 활력이 넘쳐나야 합니다. 건축을 통해 자연을 다시 생각하고, 이를 살리면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라고 말합니다.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원불교소태산기념관도 한강과 연결되는 기념관 산책로, 동작구 흑석체육센터, 시민공원과 담 없이 연결되는 오픈 스페이스로서 종교건축으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시민과 공유하는 약 500㎡의 너른 마당과 세상의 온갖 시름을 녹이고 다시 쪄내 은혜로운 세상으로 만드는 ‘솥’의 법당이 자리합니다. 주변 한강의 아름다운 자연과 현충원과 효사정에 어린 역사의 기운을 모아 다시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건축으로 다가서려고 합니다.
자연의 혼을 담고, 건축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는 공감을 중요시한 이토 도요의 ‘모두의 집’ 정신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2018년 2월 13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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