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코리아’는 14일 오후 4시 반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일본을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 코리아가 첫 골을 넣었다. [사진-이진석 작가]

코리아팀이 일본을 상대로 ‘첫눈’ 같은 첫 골을 넣었다. 1대 4로 졌지만, 올림픽 대회 첫 골이라 의미는 더했다.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코리아’는 14일 오후 4시 반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일본을 상대로 분전했다.

1피리어드에서 두 골을 내준 ‘코리아’는 전혀 기죽지 않은 채 일본 골대를 뚫으려 애썼다. 세계 랭킹 9위인 일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치른 것.

2피리어드 9분 31초, 드디어 첫 골이 터졌다. 박윤정 선수가 보트를 튕겨서 내준 패스를 미국 출신 귀화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이 슈팅을 했다. 퍽은 빗맞았지만, 퍽은 일본 골리 고니시 아카네 선수의 다리 패드 사이를 통과해 골문으로 들어갔다.

앞서 스위스, 스웨덴과 각각 0-8 패배가 단숨에 씻기는 올림픽 역사상 ‘코리아’의 첫 골인 것.

▲ 골이 들어간 뒤 북측 응원단이 '단일기(한반도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진석 작가]
▲ 남북 공동응원이 펼쳐진 경기장에는 '우리는 하나다'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사진-이진석 작가]

골이 들어가자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축이 된 남측 응원단과 북측 응원단은 물론, 관중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손에 든 ‘단일기(한반도기)’가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새러 머리 ‘코리아’ 총감독은 경기 직후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일본을 상대로 한 경기 중에서 최고였다”며 “단일팀이 성사된 뒤 남북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들 한팀이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한일전은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팀으로서 아시아의 라이벌에 대항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아시아 최강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세를 몰아가던 ‘코리아’는 결국 3피리어드에서 두 골을 더 허용하면서 1-4로 패했지만, 관중석의 응원 열기는 식지 않았다.

서울에서 단체로 온 구로고등학교 2학년 학생 중 한 명은 “갑자기 단일팀이 돼 조직력에 문제가 될까 그리고 노력한 선수에게 손해가 될까 우려했다”면서도 “하지만 단일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단일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북측 응원단. [사진-이진석 작가]

경기장 입장하기에 앞서 만난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게임은 게임으로 봐달라. 이념을 섞지 말라. 이 순간만이라도 이념을 초월하고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고귀한 것이냐”고 강조했다.

그리고 “어떤 정치적 협상으로도 이룩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하나 됨을 여기서 우리 국민이 체험해야 하고, 그만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를 쳐다볼 줄 알아야 성숙한 민주시민”이라고 말했다.

일각의 ‘평양올림픽’ 딴지에 “개똥 같은 말들을 해서 훌륭한 제전을 망치려고 하느냐. 이념적인 색깔을 가지고 본다는 것 자체가 곧 다가오는 선거에 불리해진다는 형편없는 계산들을 하는 것이다. 얼마나 졸렬하고 치졸한 생각이냐”고 일갈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북측 응원단 170여 명은 노래 ‘아리랑’, ‘까치까치 설날은’, ‘고향의 봄’ 등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그리고 남측 응원단과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으며, 선수들을 향해 “힘내라”를 연발했다.

남측 응원을 맡은 류지영 씨(29세)는 “관중들과 함께 통일응원을 하고싶었다”며 “관중들 앞에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응원을 하려고 한다. 이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관중들이 환호하고 좋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관중들이 단일팀이 잘하면 좋겠다는 기대와 애정이 많이 느껴지는 응원이었다”고 말했다.

▲ 북측 응원단의 응원 모습. [사진-이진석 작가]
▲ 단일기를 흔들며 북측 응원단은 선수들을 향해 "힘내라"고 외쳤다. [사진-이진석 작가]

한 관중도 “워낙 격차가 많이 나는 경기였지만, 그래도 굉장히 투지 넘치게 잘해줘서 기쁘게 응원할 수 있었다”며 “북측 응원단이 여러 가지 공연을 많이 준비해서 경기 쉬는 시간에 시민들과 함께하려는 성의와 노력이 보였다. 경기 중에도 주변 관중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가운데 잘 진행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측 응원단을 본 구로고등학교 학생은 “동네에서 보던 외국인과 다르다. 친근감이 왔다. 동포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관중은 “북측이 여러 노래와 춤을 준비해서 경기의 흥을 돋우는 데 좋았고, 함께 구호를 주고받으면서 응원해서 경기를 흥겹게 관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값진 첫 골을 만끽한 ‘코리아’는 오는 18일부터 5~8위 순위 결정전 두 경기를 치른다. 일본과 재대결할 가능성이 있다. 설욕이 주목된다.

▲ 북측 응원단은 다양한 응원을 선보였다. [사진-이진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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