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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2) - 또 하나의 가설<연재> 민경우의 ‘시대를 보는 색다른 시선’ (18)
민경우  |  mkw19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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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2  00: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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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중반, 전통 시대 부모들과 대학생들이 충돌했다. 문제는 학생운동이었다. 부모 세대는 어렵게 대학에 진학한 아들딸들이 학생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대학생들은 부모의 뜻을 따르기에는 너무 가슴이 뜨거웠다.

87년의 정치적 격돌이 끝나고 부모와 자식들은 결혼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나 또한 그랬다. 민중론을 수용한 아들, 딸은 소박한 결혼식을 원한 반면 부모들은 결혼만은 당신들의 입장을 따라주길 바랐다.

이 갈등은 다분히 문화적이었다. 많은 경우 부모와 자식 사이에 타협이 이뤄졌고 결혼은 대체로 부모의 뜻대로 진행되었다.

                                                         2.

1970년대 초반 100만 명 가까운 아이가 태어났고 이들은 90년대 초반 20대가 되었다. 대학진학률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95년에는 50%를 돌파했다. 산술적으로 90년대 중반 100만 명 중 50%가 대학생이었고 또 이중 50%는 여대생이었다. 한해 25만 명 가량의 여대생이 출현한 것이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학력이 높은 여성 집단의 출현일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이들 고학력 여대생들에게 선택이 주어졌다. 첫째 집단은 안정된 직장을 얻고 결혼할 수 있었고, 둘째 집단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더라도 주변 여건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결혼하지 않거나 이혼하는 것을 선택한다. 셋째는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한 경우이다.

나는 지난 번 글에서 첫째, 둘째 집단과 셋째 집단의 차이에 대한 하나의 가설을 제기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90년대 후반기 고학력 여성들이 진출하자 사회적 지위 하락에 직면한 남성들이 여성 혐오라는 형태로 대응했고 이에 대한 세 번째 집단의 역대응이 미러링이라는 형태로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2010년대 중반 이후 확산된 강성 페미니즘의 배경에는 불황과 경제적 자원의 배분 문제가 숨어 있는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첫째와 둘째의 갈림길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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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여성들 중 안정된 직장을 얻는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에 직면했다. 핵심은 어떤 집단은  둘째, 세째 아이를 낳으며 안정된 생활을 누린 반면 또 다른 집단은 집안 내 갈등과 분란 속에 이혼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갈등은 심각했다. 1980년대 초반 상이한 결혼 문화가 충돌하자 20대 후반의 청년들은 부모 세대의 문화를 수용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는 상황이 달랐다. 가정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제 문제, 가사 부담·친정과 시댁 사이의 문제·전통 시어머니가 아들과 며느리를 차별하는 문제 등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페미니즘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갈등 지점 중 하나가 이 지점이다. 현상적으로는 문화적인 충돌로 보이지만 여기서도 궁극적인 결말은 경제적 문제에서 갈렸다. 상당한 갈등에도 어떤 가정은 유지된 반면 또 다른 집단은 이혼 등으로 비화되었다. 이를 궁극적으로 결정했던 것은 전통 부모 세대의 경제력이다.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이다. 그리고 우리가 공사석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또한 부모 세대가 세태를 한탄하며 늘 하는 말이다. 이런 사실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것이 불편할 뿐이다.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경제력이 있다면 그래서 유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 가정은 유지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혼할 가능성이 크다. 고학력 여성의 입장에서 결혼을 유지할 아무런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고학력 세대가 겪었던 페미니즘에도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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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벌어진 부모 세대와 고학력 자식 세대의 갈등은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이후 경제는 불황이었다. 부족한 자원을 둘러싸고 부모와 자식 세대, 고학력 부부 사이의 갈등이 누적되었다.

핵심은 산업화 시대가 쌓아 올린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와 연관되어 있었다. 중년에 접어든 자식들은 경제력이 갖는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1980년대 초반 문화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던 갈등과는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전통 세대는 그들의 노후 자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 했다. 그것이 그들이 살아온 전통 문화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식세대는 재산을 물려받는 대신 부모 세대의 노후 봉양에 인색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우열은 더욱 명확해졌다. 2005년에 55년생이 50살이 되었고 70년생은 35살이 되었다. 사회는 물론 가정의 주도권도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전통 세대 중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집단은 경제력을 가진 노인들이다. 이들은 전통 세대와 고학력 세대 사이의 파워 게임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절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말라고.... 반면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조용히 한국에서 물리적·정치적으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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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출현한 고학력 여성 집단이 있다. 그들은 2000년대 경제적 불황기가 도래하며 전통 세대 그리고 남편의 낙후한 가부장적 문화와 충돌했다. 이것이 한국 페미니즘의 주요 맥락 중 하나이다.

갈등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매개로 진행되었다. 핵심은 산업화 시대가 쌓아올린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였다. 우리는 그 부가 전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불공정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분배 또한 불공정했다.

고학력 세대들은 전통 세대 모두를 위한 노후 보장 체계를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맞는 방식으로 그들을 선별했다. 그렇게 물려받은 경제적 자원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구매, 사교육비 등은 개인적으로 소비되었다.

결론적으로 고학력 세대의 페미니즘은 2000년대 불황기를 건설적이고 사회적으로 해결하는데 실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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