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민주공원 관장(前)

 

평창을 계기로 지금 국내외 온 시선이 김여정과 펜스에 가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본 글은 좀 다른 주제에 천착해보고자 한다. 평창 이후에 대한 고민과 걱정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확실하게 드러난 사실 하나도 있다. 아니, 보다 분명해졌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 같다.

평창에 김영남(김여정)도 오고, 펜스도 오고, 아베도 온다. 하지만 오는 목적과 그 의도는 확실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히고 있듯이 북미정세를 잠시 뒤로하고 통 크게 접근해오고 있다. 평화올림픽에 동참하기 위해 최대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춰서 말이다. 빈말답지 않게 헌법상 최고수반의 대표단 방한이 이를 상징한다 하겠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은 고춧가루 뿌리기에 바쁘다. 펜스는 공공연하게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평창에 온다하고 있고, 아베는 인류의 평화제전이 열리는 평창까지 와서 위안부 문제를 따지기 위해 온다고 하니 그 어찌 그리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렇게 확실한 대비가 가능한 평창이 되었다.

여기서도 4월 이후의 정세를 생각한다면 특별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은 역시 펜스다. 김영남(김여정)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서 말이다. 뒷맛도 영 개운치가 않다.

그가 오는 목적이 분명해서 그렇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국내언론들 보도(2018-02-05)에 따르면 펜스가 평창에 오는 목적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러 오겠다는 것이며, 그것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함께 말이다. 또 북한 대표단과도 동선이 겹쳐지지 않도록 요청했다고도 했고, 한국에서 탈북자들과도 만난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만나서는 압박에 동참하라는 협박도 한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오지 않는 것보다 못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정도가 되면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축하하러 온 사절단이 아니라, ‘대북압박’과 대한민국의 보수수구 세력들이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것과 같이 ‘평양올림픽’이 될까봐 그것이 염려가 돼서 오는 꼴과 똑 같아서 그렇다. 즉 해코지 하러 오는 것과 같은 것이 된다.

생각해 보자. 설령 북한이 그런 속내를 갖고 온다하더라도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이 그런 북한의 속내를 읽지도 못하고, 또 흔들릴 만큼 ‘못한’ 국가이지도 레짐(regime)도 아니지 않는가. 해서 참으로 무례한 행동이 되는 것이다. 동맹국인 대한민국이 그렇게 평화올림픽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을 안다면 지지하고 성원해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고춧가루를 뿌리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신과 예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IOC가 대한민국 못지않게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 단일팀 성사에 힘을 쏟은 것은 삼척동자가 다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 올림픽은 세계인의 잔치이다. 인류축제이다. 그런 잔치에 주빈국이 최대한 열과 성을 다해 초대한 손님에 대해 비록 힘이 좀 세고 돈이 많다하여 같은 처지의 손님인 미국이 그렇게 막 나가면 안 되는 것이다. 해서 다시 생각해봐도 참으로 무례하고 예의 없음만이 확인된다. 안하무인이다.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없고, 오직 자국의 이익과 생각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어찌 오는 펜스를 반겨 맞을 수 있을쏘냐?

해서 이 전제로 다음과 같은 일련의 미국행동과 발언들을 상기해보아야 한다. 일명 평창 이후의 미국 속내에 관한 것이다. 아니, 평창과 상관없이 이미 그렇게 방향을 정해놓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평창을 기준으로) 가장 멀리로는 새NSS(국가안보전략, 2017-12-18, 현지시각)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당분간 미국은 북핵문제를 대화로 풀 생각이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트럼프는 2018년 첫 국정연설(2018-01-30, 현지시각)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이 언급이 이전과 다른 것은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선언(2017-11-29)이후에 나왔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이 대화보다는 압박연장을 통해 북한과 대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어서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이후 진행된 탈북자들과 면담에서 평창 이후 한반도가 평화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평창’은 잘 되겠지만 그 이후는 누가 알겠나(2108.02-02, 현지시각)”라고 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속내를 그대로 읽어내면 그 진짜 속내에는 ‘평창’이 한반도 평화제전이 되지 않으면 제일 좋은 것이고, 설령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잘 되더라도 평창 이후는 그러한 방향-평화·대화국면으로 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사실상의 협박이어서 그렇다.

또 있다. 8년 만에 나온 ‘핵 태세 검토 보고서(2018-02-02, 현지시각)’에서도 북한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정권의 종말’까지 언급하는 초강경 대응 입장을 밝혀놓았다. “북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 시키겠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아주 잘못 되어있다. 핵을 갖고 있다하여 반드시 그 핵을 사용한다고 기정사실화하고, 그렇기 때문에 공격을 정당화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오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또한 백번 양보하여 그러한 오류논리를 수용한다하더라도 그러면 핵을 ‘불법적으로’ 갖고 있는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는 왜 코피전략(Nose blood·제한적 정밀타격)에 해당되지 않는 건가?

그래서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말해 논리가 딸려 북한에 대한 제한적 정밀타격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트럼프가 취한 행동 중에 하나가 탈북자들과의 면담(2018-02-02) 연출이었다고 한다면 이것은 가능한 상상력의 범위에 있는가? 그렇게 물어볼 수 있고,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답변이 가능하다하겠다. ‘북한 인권문제’까지 이슈화를 시도하면서 평창 이후 한반도가 평화국면, 대화모드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극도의 부정적인 시각이 드러나 있어서 그런 유추가 가능하다고 하겠고, 2가지 사전 포석이 깔려있다고 하겠다. 그 하나가 평창 이후 한반도가 대화와 평화국면으로 전환되더라도 이 새로운 북한이슈로 국제사회의 압박국면을 이완시키지 않겠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각종 언론들에서 소설 쓰고 있듯이 코피전략 이행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후자는 말 그대로 소설이고, 전자가 더 합리적인 추론인 것 같다.)

그 연장선상에서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발견된다. 빅터 차 주한미대사의 낙마관련 보도이다. 2018년 1월 31일자 거의 모든 국내언론들이 외신보도를 인용해 한 보도를 보면 빅터 차 내정자가 최종 면접단계에서 코피전략을 반대했기 때문에 주한미대사 직에서 탈락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그러면서 신문들과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발언 등을 인용해 가며 미국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원치 않는다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과, 또 그 낙마가 갖는 상징에는 코피전략을 실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는 추측을 담아내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과 분석은 완전 다르다. 기사에서 2가지 사실 확인이 필요해서 그렇다. 하나는 기사들이 밝히고 있는 빅터 차 낙마와 관련해 실제 코피전략 반대사유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낙마했는지에 대한 사실여부가 정확하게 확인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사보도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실제 코피전략을 이행에 옮길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미국 판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 아닌지도 의심해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자이든 후자이든 코피전략을 노출시킨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본다면 4월 전쟁위기설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르게는 그렇게 ‘의도된’ 노출을 통해 북한을 마지막으로 한번 최대한 압박해 북한을 항복시키면 좋은 것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북미대화로 넘어가기 위한 미국의 최종 몸부림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계속 한미동맹에 묶어두고, 미국의 전략적 이익(그 전략적 이익이 무엇인지는 아래에서 언급된다.) 등을 챙겨가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서 그런 가능성은 왜 염두에 두지는 않는가? 하는 점에서 필자는 후자의 관점에서 한번 그 합리적 추론을 해 보고자 한다. 먼저는 공개된 코피전략도 이미 언급된 20여 가지의 대북압박 수단의 하나라는 점이다. 그래서 전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빅터 차 낙마와 그 연관관계가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서 사실여부가 반드시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북한에 대한 정밀적 제한타격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확실하게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없다면 그 ‘의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넷째는 최대의 압박 목소리도 있지만, 외교적 옵션을 얘기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있고, 심지어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관 같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라고 판단되는 핵 공격을 지시할 경우 거부하겠다(2017-11-18일, 현지시각)”고 항명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네 번째 이유에 특히 더 주목하고자 한다. 동시에 이 네 번째에 주목하게 되면 왜 국내외 언론들이나 전문가들이 이 목소리를 코피전략과 같은 균형적인 비율로 보도해주지 않는지도 명확해진다. 의도적인 한반도 위기 상황 조성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과(미국과 보수수구 세력과 같은 공범이라는 사실), 또한 문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관계 복원과 북미대화 주선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정부가 자신들의 논리에 항복하고 대북제제와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이걸 꼭 확인해놓고 싶었다. 그래야만 이 네 번째 근거가 왜 그렇게 주목해야하는지가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은 구조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결론 때문에 그렇다. 즉 대통령도 개인에게 주어진 권한이라기보다는 구조 속에서 주어진 권한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물론 그 구조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니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코피전략을 행하려 한다면 행할 수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똑 같은 논리로 대통령의 권한도 그 구조 안에서 행할 수 있는 권한이고 리더십이라고 한다면 같은 구조 안에 있는 매티스, 틸러슨, 하이튼 같은 사람들도 그 구조 안에 있는 권한이고 리더십이다. 했을 때 트럼프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크기는 하지만 그렇다하여 반드시 그 구조 안에 형성되어 있는 반대의견들을 넘어 설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고, 그러해야 하는 것이다. 양적으로는 과반이상이 트럼프의 의견에 동조해야하고, 질적으로는 ‘정치적인 의미’와 함께 백악관, 의회, 행정부, 미 국민 등 모두가 트럼프식의 압박과 코피전략 등에 동의하는가로 접근해야하기 때문이다.

했을 때 코피전략 또한 실제 이행은 결코 쉽지 않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왜 코피전략이 언론 등에서 흘려 나오고 있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결론은 그 저의가 분명하다할 수밖에 없다 이고, 바로 그 정점에 미국 판 ‘벼랑 끝’ 전술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최대한 위기고조를 이끌어내어 그 의도가 성공하면 북한을 굴복시켜 낼 수가 있어서 좋은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협상으로 전환해 그 굴욕을 숨겨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제까지의 통념과 상식이 완전 박살나고 무너지는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도 그 이유가 설명가능하다. 우리가 아는 인식의 범위에서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것이 약자(혹은, 약소국)들이 강자(혹은, 강대국)들을 상대하기 위해 사용하는 군사적 전략·전술이라는 것이 일반적이 이해의 통념이다. 해서 그런 전술이 미국에서 나왔다? 그걸 인정하기가 참으로 믿기 어려운 상황임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하나의 가설로 충분한 검토가치가 있음은 이미 <개인은 구조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결론에서 확인한 바가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다음과 같은 인식을 이어가본다.

현재적 시점에서 북핵은 북한이나 미국 둘 다 풀기 어려운 딜레마와 같은 존재이다. 북한은 이미 국가 핵무력 완성선언(2017-11-29)을 했고, 그 전에 이미 당 규약과 헌법에 명시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NPT체제 유지와 동북아에서의 패권적 지위유지를 위해서는 결코 북핵을 용인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점이다. 북핵 용인은 곧 패권적 지위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과 같아서 그렇다.

그러니 두 국가 모두 진퇴양난에 부닥쳐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 그 외에는 대안이 없고, 미국은 핵을 가진 북한에게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분명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같은 것이다.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두고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심정과 같고, ‘솔로몬의 지혜’를 빌린다 하더라도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이 그렇게 맞닿아있는 것이다.

상황적으로도 북한은 그 핵으로 인해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은 그 북핵으로 인해 자신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으니 북한을 절대 가만둘 수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꼬여져 있는 것이 북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이 두 국가에게는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름 아닌 미국은 수세이고, 북한은 공세라는 것이다. 지금단계,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 단계에서 공수 교대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까지 북한이 핵을 갖기 위해 ‘벼랑 끝’ 전술로 버텨왔다면 지금부터는 그 핵으로 미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과 똑 같기 때문이다.

하여 그러한 관점에서 북핵을 바라보면 북한은 이미 그러한 제재에는 충분한 내성이 생겨 더 큰 제재-석유금수, 이중물자에 대한 수출금지 등-가 이뤄진다하더라도 그리 큰 타격은 아니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바로 이 결정적 차이가 자꾸 제한적 정밀타격설, 혹은 전면전쟁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면할 수 없는 유혹과 같은 것이다. 이유는 미국이 그러한 상황-북한의 핵보유 저지를 막지 못한다면 패권적 지위를 내려 놓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관점에서 그러한 유혹에서 결코 자유롭지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식하고 유혹을 받는다하여 실제 전쟁으로 발화시켜야 하는 것과는 엄청난 간격이 존재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하겠다.

첫째는 제한적 정밀타격이 전면전쟁으로 발화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느냐하는 점이다. 둘째는 시작한 전쟁을 반드시 이길 수 있느냐는 확신이 있느냐하는 점이다.(이미 미국은 한국전쟁과 푸에블로호 납치사건의 패배경험이 있다) 셋째는 제3차 세계대전이 될지도 모르는 그러한 전쟁을 감당할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넷째는 미국 본토가 안전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차선책이 없느냐하는 점이다.

바로 이 다섯 번째가 나머지 네 가지 위협요인을 감수하고서라도 전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미국 유혹이다. 즉 압박의 최고 궁극에도 북한이 굴복을 하지 않았을 때는 전쟁밖에 그 선택지가 없다고 한다면 위 네 가지 위협요인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선택해야 하겠지만, 차선책이 있다고 한다면 상황은 달라지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위 네 가지 위협요인을 안고 굳이 전쟁을 치를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미국도 위험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해서 미국은 항상 전쟁카드를 만지 작 거렸지만 끝내는 항상 포기해 왔던 것이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하물며 지금은 북한이 핵으로 그 보복수단을 갖고 있는 상황이니 더더욱 어려워졌다고 인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생각일 게다. 또한 차선책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핵동결과 비확산에서 그 접점을 찾아내 패권국가로서의 체면은 많이 구기지만 그래도 여전한 ‘호랑이’로 그 명예는 지킬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해서 제한적 정밀타격이든 전면전쟁이든 그렇게 쉽게 하지 못하고 주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서 지금 모닥불이 살살 일고 있는 코피전략도 실제 제한적 정밀타격을 하겠다는 군사적 옵션일 수도 있지만, 사실상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북한을 위협하기 위해 개발해 놓은 20여 가지의 선택 가능한 옵션중의 하나이고, 또 그렇게 ‘최대 압박’의 종착점에 극강의 공포-전쟁위기설로 한 번 더 북한을 코너로 몰아보고 그 결과 북한이 항복해 주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하더라도 차선책으로 넘어가겠다는 미국의 마지막 몸부림정도로 해석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인식의 확장을 한번 해보면 코피전략은 패권국가가 갖고 있는 그 본성으로서 약소국을 침략하기 위한 제국주의적 속성이라기보다는, 북한에게 실제(그러한 상황이 발생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그러한 선택을 한다하더라도 미국의 그러한 선택은 패권국가의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즉 공격은 하지만 ‘수세적이고도 방어적인 측면에서의 군사공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을 그렇게 딜레마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강대함의 표현이 아니라 몰락해가는 패권국가의 체면과 본성을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라는 점이다. 그 만큼 미국의 딜레마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해서 이 가설이 맞다면 참으로 경천동지((驚天動地)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된다. 미국과 북한의 상황이 그렇게 역전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북한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버티려 할 것이다. 마지막 고지가 눈앞까지 왔는데, 이제까지의 갖은 간난신고를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버텨야할 이유가 또 있다. 시간이 북한편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다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이 군사적 의미에서까지 핵무력 완성국가가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것이 바로 온 인류가 그렇게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길 위해 염원했고, 문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으로 그러한 올림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미국(일본)만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이유가 된다. 또다시 4월 전쟁위기설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그렇게 나름의 절박함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초초함과 정확하게 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이 너무나 ‘똑똑한’것은 자기편인 시간을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그러한 전략적 의도를 충분히 꿰뚫고 이번 평창올림픽에 헌법상 국가원수를 대표단으로 방한시켜 미국과의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게 했다는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 등 관련주변국들과도 미국의 새NSS와 핵 태세 검토보고서(2018) 발표 계기로 그것을 고리로 하여 반(反)미국 동맹전략을 구사하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자기편인 시간을 그렇게 앞당기려 할 것이다.

해서 이제 코피전략은 미국의 마지막 압박수단이 될 것임이 분명해졌다. 그것이 실행으로 옮겨지던 아니던 관계없이 말이다. 동시에 그렇게 미국과 북한은 최종적인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제까지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던 담대한 시각이다. 평창 이후 코피전략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모든 시각과 보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시각이다. 또한 코피전략이 어떤 이유로든 실행되지 않아야 하겠지만, 만약 실행된다하더라도 이는 강대국이라는 미국의 강대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어적 공격이고, 수세적인 측면에서의 군사대응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들여다볼 수 없는 시각이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위에서 확인했던 강경발언들은) 이 일련의 미국행동들에서 마지막 힘겨루기 속내가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북핵과 관련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 여기에는 어중이떠중이 다 끌어 모아 20여 가지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마지막 카드가 코피전략이라는 것을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허장성세하는 미국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없으면서도 많이 있는 듯 그렇게 과장 포장하는 미국을 말이다. 마치 복어가 자기 몸집을 부풀리듯 말이다.

그리고 또한 분명한 사실은 그렇게 ‘사실상의’ 마지막 그 한 장의 카드-코피전략으로 인해 한반도가 또 다시 전쟁위험설에 휩싸였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평창올림픽이 시작도하기 전에 말이다. 한반도에서 평화 만들기(peace making)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행동으로도 미국은 올림픽 직후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여기에다 코피전략까지 흘리고 있는 상황이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정세읽기와 중심잡기가 여느 때보다 이렇게 중요해진 시기이다. 일각에서의 우려와 같이 4월 정세를 그렇게 맞이하면 북한이 또다시 강하게 “반발”할 것이고, 그 반발은 평창이 가져다 준 평화를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게 만들고,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보수수구언론들과 정당, 전문가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게 반드시 물으려 할 것이고, 연동해서 한미동맹 강화와 제재·압박, 전술핵 재배치(혹은, 핵무장화) 등을 또다시 정치쟁점화 하려 들것이다. 그러면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위험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창외교는 이렇게 4월 이후의 한반도를 ‘전쟁이냐 평화냐’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의 외교 전략으로 자리매김 되어지게 되었다. 실로 엄중한 현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해서 문 대통령과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평창외교에 집중해 한반도에 검게 드리우려 하는 전쟁의 기운을 반드시 걷어내어야 한다. 또한 최악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보수수구세력들에 대한 정치적 방어와 함께, 최고 국군통수권자로서 0.0001%의 가능성만 있어도 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헌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동시에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대비와 함께 미국의 또 다른 노림수에 놀아나서는 안 되는 것도 분명하다 하겠다. 동맹이라는 것이 서로의 국익적 결합이라고 한다면 제아무리 한미동맹이라 하더라도 서로의 국가국익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민족의 이익까지도 고려해야 한다했을 때 코피전략 등 일련의 미국행동에 대한 확실한 브레이크걸기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에 반드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그러한 분위기로 조성에서 얻는 또 다른 농간, 한미동맹에로의 철저한 예속과 전략자산무기 배치라든지, 한미 FTA재협상 등으로 함의되어지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 찾기,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과 북미직접담판에로의 전환 등에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하겠다.

그래서 결론은 한반도에서 코피전략이 아니라 그 어떤 할아버지가 온다하더라도 ‘전쟁’의 ‘전’자도 꺼내져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미국에게 전달하는 것과 함께, 미국의 그러한 농간에 휘둘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이 선보여져야 할 것이다. 그 핵심에 남북관계 복원과 그것을 지렛대로 하는 북미대화 유도,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반드시 평화적 북핵 해법이어야 한다는 것을 공식 천명하여야 하는 것이다. 촛불정부이고 문재인 정부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또한 그 도전과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있다. 천심과도 같은 촛불민심이 그 든든한 백그라운드로 버티고 있으니 더더욱 그러할 수 있다.

그러니 미국식 농간과 보수수구세력의 흔들기에 절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노신의 ‘담대한 지혜’와 이순신의 ‘불굴의 용기와 국가관’, 김구·조봉암·문익환의 ‘통일열정’이 결합된 문 대통령은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달려 남북관계 복원과 북미대화 주선의 그 길로 매진하시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동시에 통일애국세력들에게도 당부한다. 미국의 의도파악을 정확하게 하되, 농간에도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당면구호가 왜 코피전략이행 반대, 4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철회, 전략자산배치 반대, 남북관계 개선 가로막는 대북적대정책 철회 등으로 되어야 하는지도 보일 것이다.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동시적으로 북한에게도 북미대화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기운을 걷어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

4월은 그렇게 맞아져야 한다.

<덧붙임>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김여정의 방한소식이 알려졌다. 그리고 보수수구신문은 물론이고 진보적 언론 등을 포함한, 또 청와대와 보수학자들은 물론이고 진보적 학자(전문가)들도 김여정을 ‘백두혈통’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지독한 북한편견이다. 북한을 김일성왕조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데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잠깐 언급하자면 ‘백두혈통’은 김일성의 ‘혈통가계’가 아니다. 주체사상을 그 정점으로 하는 정치·사상적 혈통이고, 그런 의미에서의 정치·사상적 집합체이다. 해서 넓게는 당규약과 헌법에 나와 있듯이 노동당이 백두혈통의 집합체이고, 좁히더라도 주체사상으로 신념화되고 무장된 정치세력들이 된다. 예하면 혁명열사릉에 안치된 후손들 중 혁명유자녀학원 등을 거친 인물들, 더 좁히면(보다 정치적 의미를 더 가하면) 당 중앙위원 이상의 간부급이 될 것이다.

해서 김여정을 ‘백두혈통’으로 인식하고 싶다면 김일성의 손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체사상을 신념화하고 있고, 노동당 선전부부장의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수령의 사상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혁명가이기 때문에 백두혈통으로 소개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정도 해놓고 어쨌든 김일성 손녀 자격이기 때문에 ‘백두혈통’으로 소개되는 반론 글을 추후 한번 시간 내어 피력해 내겠다.

김광수: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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