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전 통일연구원 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는 평창 올림픽 덕분에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의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잘 살려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밝혔다.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대화 분위기를 잘 살려 나가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이 필요 하다. 그러면 평창올림픽 이후 어떻게 하면 남북대화 분위기를 잘 살려 나가는 지에 대한 로드맵을 문 정부가 준비하고 있을 줄 안다. 그래서 본 칼럼은 구체적으로 이에 대한 필자의 구상을 재정리해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앞으로 2주 후면 2월 9일부터 25일까지 평창에서 역사적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올림픽 참석 결단으로 평창올림픽은 평화 제전으로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이후 “평화”무드 가 이어져 남북관계 해빙이 지속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므로 평창 이후 한반도 해빙무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한국, 미국, 북한 3자긴 합의가 없으면 한반도 미래는 또 다시 위기가 고조될 것이고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개연성도 높아질 것이므로 필자는 3국 정상에게 한반도 비핵화의 첫 국면(phase)인 3국간 합의가 이뤄지길 촉구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2018 무술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공식 발표함으로 한반도에는 올림픽 기간 동안 남북 해빙 무드가 조성되어 새로운 남북 간 대화 국면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김정은 신년사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에 관련된 제안 같은 것은 없었다. 그 대신 “미국 본토 전역이 북한 핵 타격 사정권에 있으며, 핵 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놓여 있음”도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재선언하고 핵무기 대량 생산과 실전배치를 언급함으로써 핵포기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 놀랍게도 그는 미국이 ‘결코 북한을 상대로 전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여 주었다.

그러므로 현재 동북아 안보 환경 속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환경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며 필자는 이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5대 핵심조건을 만들어 나가자고 정책제언 한 바 있다. [통일뉴스 (2018.1.5.),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미래는 어디로?” 참조,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3338]

문재인 정부, 북미 간 가교역할 해야 

평창올림픽 이후 필자를 극히 불안하게 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내놓은 남북 관계 개선의 ‘조건’이다. 그는 향후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협력의 확대는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과 “미국 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이 중단되는 조건” 아래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재개되면 평창올림픽이 1회성 행사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성공적인 평창올림픽을 위해 한미 양 정상은 금년도 한미연합 군사연습 시기를 재조정하였고 4월 중순 이후에 재개될 개연성이 높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군사적 도발을 하게 된다면 종전보다도 더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이 미국으로부터 나올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맞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미사일의 대량 생산과 실전 배치가 실행된다면, 다시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를 불러올 것이 뻔하다. 그러므로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과 북미 간의 협력적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후속조치가 없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치킨 게임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현재 평양의 전략가들은 평창올림픽의 참가를 통해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셈법은 득과 실을 현실적으로 따져 보니 그들이 추진해 왔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한계성을 인식하고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직접대화는 현시점에서 미국의 전제 조건 때문에 물 건너 간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를 통해 미국에 접근하려는 전략, 즉 용남 통남통미(用南通南通美)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환언하면 북미간 대화를 한국정부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을 하려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문 정부는 북·미간 가교역할 (bridge-building role)을 수행함이 바람직하다. 문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북미 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북미 간 대화로 연결이 되면 문 정부는 북미 양국의 신뢰를 얻게 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로 전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북미 대화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한반도 위기가 되풀이될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의 가교역할은 외교적으로 감당해야 할 도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라도 문재인 정부는 북미 간 가교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조속한 시일 내 문 정부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서 북한과 미국으로 특사를 보내 로드맵을 설명하고 3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조속한 시일 내 3자회담을 개최하여 현안 문제를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한국정부가 북미 간 가교역할에 실패하면 모처럼 피운 한반도 해빙의 불씨는 꺼져 버릴 것이다. 가교역할을 통해 북미간 대화가 초등단계에서 시작되면서, 이를 남·북·미 3자 회담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자회담의 기본목표는 북핵 해법의 단계적 입구론과 출구론에 3자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한국의 시각에서 미국의 참여 없이 이 문제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남·북·미 3자회담을 개최하여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동결과 함께 한미 연합군사연습 관련 후속조치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연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목청 높여 요구하고 있다. 향후 개최되는 남북 고위급 군사 회담에서 남쪽 대표단은 북한이 제의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문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이 올림픽 기간 동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유예·중단을 선언하도록 공식 요청하는 것이다. 한미 정상간 한미 연합군사훈련 시기를 재조정하기로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한 당연한 상응조치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북미대화가 임박해지고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선제공격이나 최대 압력과 강력한 제재만 주장 하다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대화 쪽으로 전환한 듯하여 고무적이다. 그러나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1월 10일 11번째 한미 정상 통화에서 북미 대화와 관련 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트럼프가 북미 대화 쪽으로 선회한 것은 다행이다. 미국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를 바라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체면 때문에 대화의 전제조건 철회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강력하게 주장한 비핵화의 전제조건을 없애고 조건 없는 대화를 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하자면 큰 양보지만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면 현시점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것 또한 정치적 수사인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원하는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다행히 평창올림픽은 북한의 참석으로 성공리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평창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한미가 연기한 연합군사훈련 재개가 4월 중순 이후로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향후 70일 동안 남북 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사항을 검토해 합의해야 할 것은 합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가교 역할로 북미 대화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현안인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혹은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잠정 중단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미·남북 3자가 합의한다면 단계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 과정의 입구론에 합의하면 한반도에는 해빙 무드가 지속하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한반도 비핵화 사안은 원래는 6자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되어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의 초등 단계는 역시 미·남북 3자가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 문제와 한미 연합훈련 잠정중단 문제와 연계되어 있어 단계적으로 먼저 논의해야 한다. 2단계에서 한·중·미·북 4자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합의한 후에 3단계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로 나아간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이 병행 추진됨으로써 문 정부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여러 형태의 양자·다자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 때 미국 대표단 가운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을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김영남, 최룡해, 김여정 등 고위인사가 참석할 경우에 이 기회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며 골든타임 이라, 잘 이용하여 북미 대표단 간 비공식 만남에 문 대통령이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나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교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돼 제안하고자 한다.

평창올림픽을 통한 남북대화가 1회성으로 끝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 기회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의지와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금년도 키리졸브와 독수리 한미 연합훈련 재개까지 약 70일 동안 문재인 정부는 꽉 막힌 북미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가교역할에 정부의 운명을 걸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 한반도는 다시 위기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므로 문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 재개 시기를 재조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올인 외교를 전개하길 바란다.

한편 북한은 2015년 1월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맞교환할 것을 주장하였다.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한미 정부는 이 구상을 반대하여 왔지만 이젠 한미 정부가 북한 스스로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3자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이에 대한 합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평창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면 올림픽을 계기로 타오르는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는 또다시 위기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한·미·북 3국 정상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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