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만이 완전한 인간이다 (실러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서울시에서 미세먼지가 재난 수준이라면서 대중교통 무료 조치를 시행했다. 반대론자들은 혈세만 낭비했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나는 적극 지지한다. 왜? 우리 국민들에게 ‘공짜 의식’을 심어 주었으니까. 나는 계속 시행해 우리 국민 모두 공짜 의식이 뼛속까지 깊이 심어지기 바란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들은 다 공짜로 먹고 산다. 어느 동식물이 일하고 먹고 사는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만큼 끔찍한 말도 없다. 

 원래 인간은 놀고먹었다. 구석기 시대인 ‘에덴동산’에서는 먹을 게 넘쳤다. 일할 필요가 없었다. 산들에 널려 있는 열매를 따 먹고 물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인간은 마냥 즐거웠다. 

 그러다 석기 시대(농경 사회)가 되며 인간은 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하고 이긴 부족은 귀족이 되고 진 부족은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 가득한 평등한 세상에 살던 인간이 두 종류로 나눠지게 된 것이다. 

 귀족들은 노예를 부려먹기 위해 인간을 ‘일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철학자 마르쿠제는 말한다. ‘에로스(사랑의 본능)의 에너지가 노동의 에너지로 가게 되었다’고. 그 결과 ‘사랑이 사라진 자리를 타나토스(죽음의 본능)가 차지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문명사회(계급사회)의 하늘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사람들은 죽을 듯이 일하고 전쟁을 치르듯 휴가를 보낸다. 늘 작고 큰 전쟁이 일어나고 일상의 삶은 전쟁터가 된다.     
       
 인간은 원래 바람 같은 존재였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소나무 가지에 쉴새없이 와서는/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아, 보아라 보아라/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시인 폴 발레리는 노래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우리 마음속에는 늘 바람이 분다. 그래서 원시인들은 바람을 인간의 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친다. 일하는 인간의 몸에서는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이다. ‘에로스(신명)’를 되살려야 한다. 바람처럼 마구 굴러가고 하늘로 날아올라야 한다. 

 바람이 불지 않는 몸뚱이는 엽기적이 된다.

 ‘사람아 사람아/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탐을 내는 사람아.’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다시 ‘에덴동산’의 시대가 열린다. 문제는 ‘일하는 인간’이다. 일중독이 된 우리의 마음이다. ‘공짜 의식’의 결여다.

 나는 30대 중반에 ‘일하는 인간’을 그만두고 ‘노는 인간’으로 변신했다. 오랫동안 놀다 보니 놀이가 저절로 일이 되었다. 나는 노는 것보다 인문학을 강의하는 게 더 재미있다.

 그저께는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아직 ‘바람기’가 가득한 아이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했다. 너무나 신나게 놀고 난 후라 바람처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왔다.

 기본소득제가 되어 젊은 청년들이 실컷 놀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놀이가 일이 되고 일이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마냥 신났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인간은 이렇게 살았다. 서울시가 ‘오래된 미래’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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