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적으로 당 중앙위원과 정치국 위원 세대교체

▲ 통일부가 지난 11일 발간한 ‘북한 권력기구도’ 일부.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난 1월 11일 통일부는 ‘북한 권력기구도’를 발간했다.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회의와 10월 당 중앙위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이뤄진 조직 개편과 인사를 반영해 ‘북한을 움직이는’ 당·정·군의 주요 간부 현황을 업데이트한 자료다.

최근에는 <중앙일보>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북측 예술단의 공연 사전점검단 단장으로 방한 한 현송월이 지난해 10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발탁됐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김여정 선동선동부 부부장이 조직지도부로 자리를 옮겨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다고 보도했다.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보도라고 생각된다. 지난해 10월 당 전원회의에서 김여정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현송월은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후보위원은 발언권만 있고 투표권이 없음)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나 당 중앙위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하는 당 직책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당 중앙위 후보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당 중앙위 부부장, 내각의 상(장관), 인민무력성 부상, 주요 군부대(군단, 사단, 여단급)의 책임자 또는 정치위원, 주요 특급연합기업소의 지배인 또는 당 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어야 한다. 김여정과 현송월의 부서 이동과 승진은 북한이 지난해 당 전원회의 이후 후속 인사를 단행한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따라서 2016년 노동당 7차당대회와 그 이후에 이뤄진 인사이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와 향후 북한의 정책방향에 미칠 영향을 짙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16년 5월 36년 만에 열린 제7차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후보위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를 교체했다. 다만 정치국과 정무국 등 주요 정책결정기관의 원로들은 그대로 둔 채 중앙위 위원․후보위원에 신진 간부들을 선출했다. 노·장·청 간부를 배합한다는 전통적인 당의 간부정책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런데 1년 5개월이 지난 2017년 10월에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정치국과 정무국의 핵심 간부들 상당수를 새로운 간부로 교체하는 인사를 다시 단행했다. 당시 신임 정무국 부위원장의 담당분야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통일부가 발간한 ‘권력기구도’를 통해 대체로 부위원장들의 담당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당 경제부서 늘리고 일부 간부 파격 인사

▲ 2016년 5월 제7차 조선로동당 대회 이후 <로동신문>이 보도한 당 정치국. [자료사진 - 통일뉴스]

우선 정무국 13명의 부위원장은 최룡해(조직), 박광호(선전선동), 리수용(국제), 김평해(간부), 태종수(군수), 오수용(경제), 안정수(경공업), 박태성(과학·교육), 김영철(대남), 최휘(근로단체), 박태덕(농업) 등으로 담당 분야가 확인되었다.

최룡해는 잘 알려진 것처럼 항일빨치산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북한 ‘혁명 2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며 향후 북한의 헌법상 국가원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발탁될 유력한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북한의 이른바 ‘2인자’ 자리인 조직담당 부위원장에 기용됐지만 이미 여러 차례 ‘혁명화’를 거쳐 독자적인 세력화나 분파 형성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박광호 부위원장의 기용은 경력이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파격 인사다. 그 동안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 중앙위의 각 부서에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으면서 활동하는 부부장급 인사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김평해 부위원장은 조직지도부에서 오랜 동안 활동했으며, 1960년대 후반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발탁된 간부로 평북도당 책임비서로 나갔다가 다시 중앙당으로 올라와 간부부를 맡아왔다.

태종수 부위원장은 항일빨치산 태병렬의 아들로 만경대혁명학원을 나와 평안남도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당 책임비서, 내각 부총리,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 당 중앙위 총무부장 등을 두루 거친 간부다.

박태성 부위원장은 조직지도부 부부장 출신이며,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임인 최태복도 조직지도부 출신으로 과학, 교육분야를 오랜 동안 담당한 바 있다.

오수용, 안정수, 박태덕은 전문 경제관료 출신으로 전문성을 반영한 인사다.

최휘 부위원장은 1950년대에 김일성 주석이 발탁한 최재하 전 건설상의 아들로 청년동맹과 선전선동부에서 오래 근무하다 잠시 함경북도 당 부위원장으로 좌천되는 곡절을 겪은 후 다시 중앙당으로 복귀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정무국의 부위원장들은 대학 졸업 후 중앙당과 지방당의 주요 직책을 오가며 체계적으로 성장한 간부들이 세대교체의 흐름을 타고 승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무부 산하 당 전문부서 책임자도 거의 확인됐다. 조직부장 최룡해 겸임, 선전선동부장 박광호 겸임, 간부부장 김평해 겸임, 국제부장 리수용 겸임, 군수공업부장 태종수 겸임, 통일전선부장 김영철 겸임, 경제부장 오수용 겸임, 경공업부 안정수 겸임, 과학교육부장 최동명, 근로단체부장 리일환, 당 역사연구소장 량원호, 39호실장 신룡만, 농업부 리철만, 민방위부 리영래, 재정경리부 김용수, 문서정리실장 김중협 등이다. 그리고 통일부가 미확인으로 표시한 신소실장에는 주영식(자강도당 책임비서, 내각 당위원회 정치국장 역임), 총무부장에는 김만성(제1부부장에서 승진)이 임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상으로 보면 계획재정부가 경제부로 부서명이 바뀌었고, 농업부가 신설됐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경제, 외교, 남북관계 분야

▲ 지난해 10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인사문제가 다뤄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러한 부서 개편과 인사 내용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는 정치국 인사 중 순수 군부 인사는 리명수 총참모장, 리영길 작전총국장, 노광철 제2경제위원장 등 3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되던 인민무력상(박영식)도 빠졌다. 이것은 당·군관계에서 당의 우위가 확고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13명 중 순수 군인사로는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명수 총참모장, 리영길 작전총국장, 서홍찬 인민무력성 제1부상 겸 후방총국장, 장길성 정찰총국장 등 5명만 임명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김원홍의 후임으로 국가보위상에 발탁되며 당 중앙군사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정경택은 김일성시대 때 내각 부총리로 활동한 정준택의 아들로, 공군대학을 나와 공군부대의 정치위원과 총정치국 간부를 거쳐 국가보위성 부국장으로 활동하다 승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둘째는 정치국원에 2명의 국제·외교 간부가 임명되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대응할 ‘외교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외교일꾼 힘 실어주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산하에 외교위원회가 신설된 것도 이 같은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외교위원회(위원장 리수용) 위원으로 과거 대미·북핵 외교 주역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외에 대외경제상을 지낸 리룡남(전 대외경제상) 부총리, 남북대화를 담당하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김정숙 대외문화연락위원회 위원장, 김동선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영원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비서 등을 임명해 대미, 대남 당국 대화뿐만 아니라 대외문화 교류, 노동자·청년 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당국, 민간 외교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셋째는 경제부서가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정무국 13명의 부위원장 중 경제담당이 3명이나 된다. 거시경제(계획경제)와 중공업을 오수룡 경제부장이 총괄하고, 경공업과 농업 담당 부위원장을 별도로 두었다. 경공업과 농업부문에 더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넷째는 1973년 김정일이 조직비서와 조직부장을 맡은 후 한 번도 최고지도자나 후계자 외에 다른 인물을 기용하지 않았던 조직부위원장 겸 조직부장에 항일빨치산 2세인 최룡해를 기용해 정무국의 운영을 총괄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대목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임명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기용한 것이다. 김여정은 지난해 10월 당 검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후임으로 기용된 듯하다.

지난해 11월 조직지도부의 총정치국 검열과 황병서 총정치국장, 김원홍 부국장의 ‘혁명화 조치’에 대해 국내외 언론에서는 최룡해와 황병서의 대립 때문이라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은 김여정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총정치국 산하 군부대 정치부장의 뇌물수수가 직접적 계기였고,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계급이 영관급으로 크게 강등돼 일선 군부대로 내려갔다는 설과 평양에서 근신 중이라는 설이 나온다.

다섯째 통일부 발간 ‘북한 권력기구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기구로 격상시키면서 이와 함께 내각 산하에 민간교류를 담당하는 민족사회문화교류협회(민교협)를 신설한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민교협 명함을 가진 인사들이 중국에 나와 활동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노동당 통전부 산하에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련)가 민간교류를 분담해 왔다. 북한이 조평통이나 민화협 등이 당의 외곽단체라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조평통을 내각 산하로 옮기고, 민간교류 담당기관도 새로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 2016년 5월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는 당지도기관 선거가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16년 7차 당 대회와 2017년 10월 당 중앙위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거치면서 북한의 당, 정, 군을 이끄는 주요 간부들은 젊어졌다. 북한은 2년 전부터 승진 대상 간부들을 인민경제대학과 김일성고급당학교 등에서 재교육을 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을 움직이는 간부들이 젊어질수록 실리 추구와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려는 내부 움직임도 탄력을 더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앙당에 경제부서가 늘고, 내각의 경제부총리가 7명에서 9명으로 확대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이동하고, 조직 개편을 통해 외교와 남북교류 분야에도 힘을 쏟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조직 개편과 인사를 바탕으로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평화적 환경’ 조성을 내세우며 남북대화와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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