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예전에는 봄철에 불어오는 황사 바람 때문에 많은 불편을 겪었지만, 이제는 계절 구분도 없이 미세먼지와 초미세 먼지층이 불편을 넘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2060년이 되면 약 5만 2천 명의 인류가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은밀한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의 공포는 공상과학소설의 한 장면처럼 이제 매일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일상으로 다가올 것만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 이제는 계절 구분도 없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층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서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불편함은 정당하다. [사진-정상덕 교무]

요사이 며칠도 그러했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조치 발령’을 며칠 동안 긴급재난문자로 받으며 자연스럽게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란 단어가 떠오른다. 에어포칼립스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 베이징의 악명 높은 대기오염 사태를 언급한 표현으로 Air(대기) + apocalypse(대재앙)의 합성어이다. 

10년 전 인도의 수도 델리를 방문했었는데, 초미세먼지와 두통을 일으킬 정도의 가스 냄새가 도심에 가득했다. 연료를 불완전 연소 하는 불법 차량들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의 주범도 자동차의 매연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나오는 먼지이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도 상당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체 발생하는 것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어제 오후에 있었던 행사에는 자동차 2부제에 동참하려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갔다. 여러모로 불편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적잖이 힘들었다.

평소 좋지 않던 허리까지 아파왔다. 하지만 불편과 고통을 동반해 걷는 걸음걸음에서 자연 앞에 참회하는 마음이 일었다. 지금은 오염 가득하지만, 원래는 맑았을 공기와 맘 속 대화도 나누었다.

이제 ‘1회용품 사용 금지’ 같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정당한 실천의 소걸음을 시작하자. 아울러 호랑이의 눈으로 환경보다는 돈벌이를 우선하는 기업과 성장 우선주의의 국가시스템이 미세먼지의 진짜 주범이라는 걸 알아차리자.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함이 나와 우리가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불편함은 정당하다. 그리고 그 정당한 불편함은 모두를 살리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시작이다. 이제 우리에게 서로를 파괴하고 죽이는 부당한 편안함을 거부할 수 있는 삶의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용기이기도 하다.

2018년 1월 20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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