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앞에 큰 산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적폐청산. 이 산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 산의 한 봉우리를 우리는 넘었으나, 아직도 그 대상은 생떼를 부리고 있다. 봉우리와 봉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고, 다음 봉우리를 넘어야만 지금 넘은 봉우리도 온전히 넘은 것이 된다. 새로운 봉우리에서 우리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만났다. 아니 이것 역시 그 이전의 만남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우리를 괴롭혔고, 우리 것을 빼앗았으며,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 그를 조롱함으로써 그로 대표되는 적폐를 청산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 필자 주

 

사람들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고들 한다
누가 배신하지 않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았던 닭대가리 공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문고리 3인방을 그렇게 믿었건만
감방에 들어가자마자 하나같이 시켜서 했단다
그러면 우리 야그의 주인공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쥐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른다고도 하고
천년 묵은 쥐가 인두겁을 쓰고 나타난 거라고도 하고
쥐 유전자를 받아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암튼 이 사나이 역시 굳게 믿는 몇몇 서족이 있것다
그런데 이 사나이는 그들을 믿느냐 하면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의 신조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기를 배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배신한 쥐들 한번 불러볼거나
쥐쓰가 이 사나이 거라고 확신한다는 경리 담당자
자기 보고 말도 안 섞었다면서 이것저것 퍼뜨린 큰형님 차 운전수
하지만 이들이야 뭐 서족이랄 것도 없으니
일찌감치 배신 때리고 걸핏하면 비판해대는 언쥐
의금부에 구속되자 배신 때리고 불어버린 훈쥐
자수서인가 뭔가를 쓰면서 배신 때린 우쥐
독대해서 특활비 문제 이야기했다고 불어버린 성쥐
의금부 특활비 받아서 옥쥐에게 주었다고 불어버린 중쥐
아아 배신 때린 놈들이 왜 이리 많으냐
한 놈 한 놈 곱씹어 볼거나
언쥐 한 번 씹어 보자
쥐쓰를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가 만들었다고
그렇게 자기에게 한 말을 들었다는데
그런 말이야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떠들고 다니냐 괘씸한 놈
그보다 더 괘씸한 훈쥐란 놈 씹어 보자
별 볼일 없는 놈 심부름 잘 한다고 의금부 대장까지 시켜줬더니
돈을 빼돌리기도 하고 도망갈 준비도 하고
결국은 이 모든 걸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가 시켜서 했다는 것 아니냐
생각지도 못했던 우쥐 한 번 씹어 보자
이 놈이 10년 전 조사 때는 잘 빠져 나가더니
자수선가 뭔가를 썼다는 것 아니냐
자수해서 광명 찾자는 그 자수를 하겠다는 거지
쥐쓰를 시켜서 만들었다는데
그런다고 광명 찾을 것 같냐 감옥이나 들어가지
진짜 큰일은 중쥐의 배신이다
20년 전쯤에 비서로 데리고 있었지
선량할 때부터 나랏님 된 뒤까지 데리고 있었는데
이 놈이 돈 먹고 감옥에 들어간 거라
사실 그것도 시켜서 한 짓이기는 한데
이 놈이 자기를 사면시켜 줄거라 굳게 믿었나 보다
하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상 이치에
꼬리 자르려고 모른 척 했지
거기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나
그러고 보니 이 놈은 배신이라기보다 보복이네
하지만 이 놈이 뭘 모르네
윗사람이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결단이고
아랫놈이 하는 것은 배신이란 걸
근데 이놈이 분 게 좀 세네
의금부 돈을 전달 받아서
그걸 달러로 바꾸어서 옥쥐한테 주었다는 것 아니냐
이건 뭐냐 이제 드디어 옥쥐가 등장하는구나
불길한 건 이게 시작 같다는 거다
중쥐 이놈은 그림자처럼 옆에 따라 다녀서
모든 걸 다 아는 놈이니 정말 큰일이다
아직 배신 안 한 놈들도 있기는 있다
어떤 쥐 하나 말하기를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가 이를 악 물고 참고 있다나
사실 이를 악 물고 있기는 하지만 참는다는 건 좀 거시기하다
뭐 할 일이 있어야 참고 말고 하는 것 아니냐
참는다기보다는 오들오들 떨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그런 티를 내서야 안 되겠지
또 하나 능구렁이 같은 오쥐 말하길
자꾸 이러면 전쟁이라나 전쟁이라 조오타
그렇게 엄포도 주어야지
그런데 오쥐가 말할 때
이 분은 돈에 대해서는 결벽증이 있을 정도라고
마시던 커피를 쏟을 뻔했다 너무 웃겨서
역시 오쥐다 능글능글하기는
이런 놈이 배신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닭대가리 공주의 경우를 보면 알지
이런 생각들을 하염없이 하고 있는데
서족들이 몰려 들어왔다
오늘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었다
이럴 때 빠지고 안 오는 놈들도 불안하다
하기는 지금 오는 놈들도 두고 봐야 하지
오늘 기자회견은 백쥐 모쥐의 구속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버티는 모양인데 이 놈들도 믿을 수는 없지
이놈들이 불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
특히 백쥐는 여기저기 숨긴 재산까지 다 아는 놈이다
기레기들이 아직은 쥐꼬리만큼만 아는 모양인데
제두도 땅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한다
더 번지기 전에 관심을 돌려 놓아야지
백쥐 모쥐 잡고 그 다음은 누구냐
왠지 기시감이 있다
나랏님이 된 뒤 전직 나랏님을 잡아들이라고
의금부 포도청 다 동원하고
잡아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망신까지 주라고
그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지
그렇다면 나도 죽는 걸로 끝나는 건가
안 되지 안 되지 그건 말도 안 된다
솔직히 스스로 잘 안다
어떤 수모를 당해도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걸
양심이란 게 있는 놈들이나 죽는 거 아니냐
양심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게 오래 된 신조
그래서 맞설 때까지 맞서 보자고 하고
공식적으로 입장 발표를 하기로 했다
정치 보복이다 나를 표적 삼아 짜맞추기 수사만 하고 있다
이제는 전쟁만 남았다 싸우리라
이런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뜻이었다
여기서 끝내기는 그래서 폼 좀 잡아 보려고
이 모든 것은 다 내 책임이니까
더 이상 서족들 괴롭히지 말고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어 달라
이러고는 혀를 또 한 번 낼름했것다
사실은 불안불안 했다 웬 기침은 그리 나는지
진짜 나한테 책임을 직접 물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걸어 나갔는데
모여든 서족들이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부르는 것 아닌가
옥리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 시간 의금부에 갇힌 훈쥐, 백쥐, 모쥐도 만세를 불렀단다
나랏님 만세 라고 하는 줄 알고 흐뭇해진 사나이
아 그런데 그게 아닌가 보다
저들끼리 속삭이는 말을 귀를 쫑긋 세워 들어보니
지가 다 책임진다잖아 자기한테 물으라고
이제 우리가 책임질 건 없어 그저 시켜서 했다고 해야지
사실이 그렇기도 하잖아
만세 만세 만만세다 걱정 없다 만만세
그러기에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는 거지
허무해진 우리의 주인공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박수 소리 만세 소리 속에 창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쥐 잡으러 가세 쥐 잡으러 가세
이제는 정말 가야 하나 보다
그답지 않게 쓸쓸한 표정으로 창밖만 봤다는데
아주 오랜 옛날에 해 뜨는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필자 사정으로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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