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2016년 12월 28일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한 TF팀의 조사를 근거로 한일‘위안부’ 합의는 이면합의였다는 정부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새 정부의 그간의 각고의 노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역사와 법학적 시각에서 볼 때 정부의 발표는 아직도 많은 복잡한 문제를 남겼다. 정부의 입장은 ‘12.28 합의’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답은 아니지만, 재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12.28 합의’를 인정은 하지 않지만, 일본을 상대로 재협상을 하지 않고 피해자 인권 및 명예회복 차원에서 추가대응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상당히 애매한 입장이다. 특히 법학적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더우기 일본 외무상은 이러한 한국정부의 입장에 대해 즉각적으로 “위안부합의는 불가역적이며, 한국정부는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한국 시민사회 및 피해자도 한국정부의 입장에 대해 매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한국정부의 입장은 일본이나 한국 시민사회 및 피해자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애매한 태도를 취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부연하면 ‘12.28 합의’는 내용적으로는 피해자 의견을 완전 무시해 일본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금지협약(1930) 및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절차적으로 위반했다. 즉, 내용 및 절차에서 반인도적 범죄라는 불법을 묵인하고 야합한 것이다. 엄격히 말해 쌍방 합의라고도 볼 수 없는 법적 실체가 없는 것을 언론용으로 병행 의사를 개진한 것에 불과하다.

상식적으로 불법은 불법을 낳는다. ‘12.28 합의’는 내용 및 절차에서 불법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새정부의 일본군‘위안부’ TF팀에서도 밝혀냈고, 정부도 인정했다. 불법적으로 야합해 병행 의사를 개진한 불법 이면합의를 일본정부는 계속 우리 정부에 마치 권리인 양 요구하고 있다.

국제연맹규약(1919) 제18조는 역사적으로 이면합의, 비밀국제합의는 무효이며, 유엔헌장 제102조도 이면합의를 근거로 국제기구나 상대국에게 권리원용을 못하게 규정하는 등 국제법과 국제사회도 이면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과거 제국시대 강대국의 이해에 따른 이면합의로 약소국들이 피해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내용은 물론이고 절차적으로도 이면합의를 근거로 한국정부에 “불가역적 운운”이라는 요구를 법적으로 요구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역사의 교훈을 살펴보면, 한일 간의 미청산의 근본원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이라는 역사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미청산의 깊은 상처가 현재까지 남겨졌고, 이로 인해 지금 우리는 분단, 독도문제 등 엄청난 대가를 치루고 있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조약, 1951년 샌프란시스코 체제 및 그 하위체제인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시적으로 봉합된 모순을 바로 잡기 위해 한국의 시민사회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한국정부 및 국제사회를 움직여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국제여론화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UN인권이사회 및 EU의회, 미국의회도 ‘위안부’ 문제가 반인도적 범죄라는데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고지가 저만치 보이는데 지난 박근혜 정부는 ‘12.28 합의’로 역사를 치명적으로 퇴행시켰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이러한 역사적 과오를 바로 잡기위해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와 미래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대통령 신년사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지금도 늦지 않다. 한일 쌍방간 역사문제의 매듭을 압도적 다수의 국민여론에 근거해 ‘12.28 합의’의 무효를 조속히 일본에 통고해야 한다. 새정부는 최소한도 시민사회와 피해자단체가 지난 27년 동안 일구어 놓은 한일역사정의정립 노력을 원상복귀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새정부는 ‘12.28 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통보하고, 국제인권기준에 맞게 피해자 중심으로 한 문제해결과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 사과를 받아내는데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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