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남과 북이 고위급 회담을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북측이 7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북측 회담 대표단장으로 하는 5인의 대표단 명단을 남측에 보내옴에 따라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 구성이 마무리됐다. 앞서 남측은 6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명단을 북측에 보낸 바 있다. 이번 당국회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자,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만의 일이다.

짧게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터진 ‘한반도 전쟁 위기설’, 길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상기해보면 그야말로 상황이 ‘전변’됐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이 ‘전변’은 정초부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오는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 만인 2일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하면서, 이후 양측의 입장이 숨가쁘게 핑퐁식으로 교환됐다.

남측이 갈은 날 북측에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당국회담을 열자고 제의하자, 다음날인 3일 북측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김정은 동지의 위임”에 따른다면서 판문점 연락채널 개통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중단된 남북 연락채널이 1년 10여 개월 만에 가동된 것이다. 이어 이 개통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5일 북측은 지난 2일 남측이 제의한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을 수락하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그리고 남측과 북측이 6일과 7일 각각 대표단 명단을 교환함으로써 회담 성사가 마무리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남북이 마주앉기는커녕 소통조차 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일주일 사이에 그 어떤 수정이나 말다툼도 없이 그야말로 ‘속전속결’,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마치 남과 북이 이미 입을 맞춘 듯, 짜고 치는 듯이 착착 진행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속도조절’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한마디로 ‘민족화해’를 바라지 않는 측의 지연책이나 훼방일 뿐이다. 남북이 화해하면 설 자리를 잃는 자들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일주일 사이에 남과 북이 약속이나 한 듯 고위급 회담 성사가 순조롭게 진행된 이유는 무엇보다 하나의 민족이기에 가능한 것이자, 또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자주 만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빠른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이다. 오히려 속도를 더 내야 한다. 과속해도 시원치 않다. 지난 10년간 남과 북은 철저히 단절돼 있었으며, 대화다운 대화를 한 번도 나누지 못했다. 그 10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과속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2월 9일)가 한 달여 남았기에 속도전은 불가피하다.

물론 지금 남과 북의 대화는 평창동계올림픽에 한정되지 않는다. 북측이 5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수락하는 전통문을 보내면서 회담 의제를 ‘평창올림픽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로 지적했듯이, 북측은 이번 회담을 평창동계올림픽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까지 내다보고 있다. 남측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마침 미국과 중국도 호의를 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일 남북이 올림픽을 계기로 상호관계를 개선하는 것에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6일 남북회담에 대해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숱한 우여곡절에도 비교적 남북관계가 전진을 해 왔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역진에 역진을 거듭해 왔다. 그 사례가 ‘5.24조치’, 금강산 관광중단 그리고 개성공단 전면중단 등이다. 여기에다 한반도는 시도 때도 없이 ‘위기설’에 휩싸였다. 이 모든 것을 정상화하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바쁘다. 가속페달을 밟아라. 남과 북은 과속을 하더라도 하루속히 관계를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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