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 시사평론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뒤 일각에서는 ‘이간질’론이 등장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남남갈등을 초래하고 한미갈등을 노린 신년사”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반색하며 대북대화의 길을 열었다고 환영하는 것은 북의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문재인 정부를 부추기고 남남갈등을 부추겨 한미관계를 이간질하고 한미 동맹을 와해시켜 안보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지금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믿는 보수언론들도 이 같은 이간질론의 대열에 서 있다.

이간질. 사전적 의미는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헐뜯어 관계가 멀어지게 하는 짓”을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이 남북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한미 양국의 갈등을 유발시키려 한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입장들은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진전될 경우 북한에 대한 제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이간질론은 자기 나라 정부를 고작 술책에 놀아나며 주체적인 판단능력을 결여한 존재로 보는 자기 비하의 시선이 깔려있다. 한미관계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북한이 내미는 대화의 손을 덥석 잡는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역할을 스스로 낮추는 노예적 사고의 결과이다.

지금 남북대화를 복원시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적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고 미국은 자국에 대한 그 같은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북한이 핵포기를 할 가능성은 제로이다. 상황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말해온 트럼프 정부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머지않아 닥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전쟁의 재앙을 맞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올해 상반기는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는 시기이다. 때 마침 평창올림픽이 열린다. 남북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대단히 지혜로운 선택이 된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한다면 최소한 그를 전후한 기간 동안은 핵·미사일 실험 같은 행위는 중단하게 될 것이다. 미국 또한 평창올림픽의 안전을 위해서도 북한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이 제안해왔던 ‘쌍중단’이라는 용어만 사용하지 않을 뿐, 비슷한 환경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셈이다.

남북한의 의지에 따라서는 향후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가능하게 할 접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의 대화와 관계개선은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충돌을 막는 완충 역할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전격적으로 남북대화 의사를 밝힌 것도 그 같은 점을 내다본 전략적 선택으로 읽혀진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미국과의 전쟁도 피하고자 하기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고자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아야 할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의 그 같은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음 또한 분명하다.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대화는 양측의 합리적이고 전략적 선택이다. 이간질론은 그러한 의미를 읽지 못한 채 자기 비하에 급급한 사고의 결과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개선이 평창올림픽으로 끝나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차제에 남북대화를 복원시킴으로써 한반도 정세의 완충역할을 하고 북미 간의 평화적 대화와 대타협의 길을 촉진하는 일이 평창올림픽 이후까지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대화는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길 일이다.

 

전) SBS, EBS, BBS 라디오 진행자 역임
전) KBS, MBC, YTN, CBS, JTBC, tbs 등에 고정 출연
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외래교수
전)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전) 한국일보 고정 칼럼니스트
전) 국제신문 고정 칼럼니스트 
전) 부산일보 고정 칼럼니스트
전) 시사저널 고정 칼럼니스트
전) 주간경향 고정 칼럼니스트
현) 폴리뉴스 고정 칼럼니스트

<저서>
인문학 저서로는 『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사우, 2017),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새빛, 2016)이 있고, 정치평론집으로는 『정치의 재발견』 (지식프레임, 2012), 『핫이슈 2017』(시사저널, 2016) 등이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