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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목탁이 되고자 한 까닭<연재>정상덕의 평화일기(37)
정상덕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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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30  1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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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덕 (원불교 교무)


1985년이었다. 철원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고된 행군이 많았다. 밤을 꼬박 새며 걷는 길에 밀려오는 잠은 참아내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휴식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그대로 쓰러져 물속에서도 잤고, 그 와중에 총을 잃어버린 병사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렸던 밤길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동절기 훈련이 시작되던 어느 날이었다. 20kg정도의 군장을 꾸리면서 나는 커다란 목탁도 함께 챙겨 넣었다.
그리고 행군 도중 10분간의 휴식 시간에 나는 신나게 목탁을 쳤다. 
무슨 생각에서였을까? 
강원도 첩첩산중 그 적막한 오솔길에서 군복차림의 나는 왜 목탁을 쳐댔을까?
당시 하사였던 나는 피곤에 절은 전우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 24시간 깨어있는 물고기를 형상화한 목탁을 병사들에게 맑은 정신이 들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목탁은 평생토록 나의 다정한 벗이 되었다.

   
▲ 삼보일배의 와중.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나의 교무생활은 한낱 이기주의일 뿐임을 깨닫는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제대 후 세상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아들을 잃은 광주 어머님들의 피울음 소리가 하얀 최루탄 가루로 뒤덮인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이 하염없이 울었다. 
그렇게 금남로로 몇 달을 뛰어다니다 6.29선언을 맞이했다.
광주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고서는,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나의 교무 생활은 한낱 이기주의일 뿐임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나는 신앙을 거리에서 찾고 싶었고, 거기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걷고 싶었다.

전주에서 소년원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때였다.
아니 오히려 20여명의 원불교 공부반 아이들을 통해 배운 시절이었다.
일찍이 부모를 잃거나 버림을 받은 아이들의 처지를 보지 못한 채 공동체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아이들의 외로움과 아픔을 달래주고 그들이 희망을 꿈꾸는 그런 사회구조는 어떻게 만들 수 없을까? 
이 아이들에게 허리를 바르게 하고 단전으로 길게 호흡하라는 나의 강의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은혜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게 얼마나 공허한가?
단 한 아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주기보다는 내 강의에 몇 사람이 왔는가에 관심이 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괴로웠다. 나의 각성, 나의 참회를 이끌어내고 개인의 구원과 사회의 구원이 결코 둘이 아니라는 깊은 확신을 갖게 한 소년원의 아이들이야말로 나의 스승이었다.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 꿈은 광대 무량한 낙원건설이다. 그 낙원은 몸과 마음의 쌍방향 행복이고, 일과 마음공부가 하나로 굴러가는 세상이며, 온 천지가 법당이 되는 평등세계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목탁을 벗 삼아 그 길을 걷는다. 

이런 내 삶의 여정을 함께해 온 30년 지기 오랜 벗, 강대훈은 이렇게 편지로 보내왔다.

"외쳤다
땀 흘리고 눈물을  쏟아냈다

산에서, 
들에서, 
거리에서, 
쓰나미가 쓸고간 나가파티남의 해변가에서,
망월동, 
길용리, 
핵발전소에서,

한 손에 목탁을 들고 질풍처럼 달리던 거리의 사도!
불타는 부처!"

2017년 12월 28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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