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언급대로 ‘국적을 불문하고’ 입국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여행증명서 발급이다. 이를 무기로 동포들에게 상처 주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조선적 재일동포 입국실현 모임’은 29일 “포용과 존중의 정신으로 동포들을 맞이해야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 “현 정부가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을 위해 여행증명서 발급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발생했던 신원조회를 이유로 정보제공강요 등 변칙적인 정보수집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72주년 경축사에서 “재일동포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정부는 지난 22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 18차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서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입국문제에 대하여 현행 여행증명서 발급 제도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8.15 광복 이전에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동포들은 국적을 변경하지 않는 한 ‘조선적(朝鮮籍)’을 유지하고 있고, 보수정권 하에서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한국 방문은 사실상 불허됐다.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주일본 한국영사관에서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입국할 수 있지만 영사관은 이들에게 한국적으로 국적을 바꿀 것을 사실상 종용했기 때문.

외교부가 밝힌 ‘조선적 재일동포 여행증명서 신청 및 발급 현황’에 따르면, 2006년 99.7%, 2007년 100% 의 여행증명서 발급률을 보인 반면, 2010년 43.8%, 2011년 39%, 2016년 34.6%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정부가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자 신청건수도 2005년 3천329건에서 2010년 401건, 2012년 44건, 2016년 26건 등으로 현격하게 줄었다.

논평은 “강창일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여권법 개정안’은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을 위하여 여행증명서 발급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지지의 입장을 밝혔고, “기존의 외교부장관의 재량행위를 유지하는 수정안이 제출되었고 정부는 이 수정안으로의 개정을 찬성하고 있다”며 경계했다. “외교부는 여전히 여행증명서 발급을 영사관의 재량으로 못 박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들은 “그동안 일본의 각 영사관의 재량으로 조선적 재일동포를 심사하며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며 “그동안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조선적(籍)’ 재일동포에 대해 여행증명서 발급 심사 방식과 승인 여부의 명확한 기준 없이 영사관의 재량에만 맡겨 한국입국을 제한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9월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근거로 “‘조선적’ 재일동포들 중에 사상적으로 조총련에 가까운 이들도 있다는 이유를 들어 ‘남북상호교류협력 및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 ‘신청 목적 불명확’ 등의 사유로 3세 영유아부터 98세 노인에 이르기까지의 전 연령에 가까운 동포들의 고국 방문을 제한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여행증명서 발급지침에 따르면 여행증명서 발급신청시 제출서류로는 발급신청서와 신원진술서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적을 유지하는 이유서, 서약서(정치활동을 안 하겠다는 내용), 이제까지 쓴 논문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면담 시 영사 및 직원들의 발언은 국적변경 강요, 총련 직책 및 조선학교에 대한 추궁, 근거 없는 협박 및 폭언, 동포들에 대한 정보 요구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신원조회를 빌미로 민간인에 대한 사찰과 정보수집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와 같은 행위는 공무수행을 가장한 정보기관의 변칙적인 정보수집행위로 의심된다”고 제기했다.

이들이 제시한 설문조사 사례에는 “언니는 벌써 한국적을 취득했는데 왜 취득하지 않는가?” “총련과의 관계를 끊지 않으면 여행증명서를 발행할 수 없다.” “동포들 중 이름 난 상공인을 소개하라. 총련계 동포 리스트를 만들어야 하니 대학교수, 연구자들 이름을 대라.” 등이 포함돼 있다.

논평은 “조선적에서 한국적으로 변경한 동포들에 대한 폭언, 검열과 차별도 심각한 상황인데, 특히 여권기간 단축 및 갱신 여부를 두고 이들이 겪는 불편과 불안은 가장 큰 고통 중에 하나”라며 “가족들 중에 조선적자가 남아있는지, 왜 변경하지 않는지.” “조선학교 내부 정보를 대라.” 등의 이야기를 들은 사례를 제시했다.

이들은 “현 정부가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을 위해 여행증명서 발급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발생했던 신원조회를 이유로 정보제공강요 등 변칙적인 정보수집을 금지해야한다”면서 “이를 위해 여행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영사관에서의 행정이 투명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여행증명서 발급절차와 소요기간에 대해서도 일반민원처리에 준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과 “주재원들에 대하여 재일동포의 역사와 인권교육도 필요하다”는 점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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