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이 글을 읽는 당신께는 3개의 질문이 놓여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은 과연 운전자론으로 북핵·남북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까? 또 하나는, 과연 미국은 정말로 비평화적인 방법으로도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할까?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 북한은 과연 핵 강국이 될 수 있을까?가 그것이다.

먼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굉장하다. 그러니 8월 전쟁위기설 때 대통령은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밝혀 전쟁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8월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또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보다 확실한 입장을 내놓았다. 최종확인은 8·15 경축사였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라고 천명했다.

드디어 12월 19일에는 미국 <NBC방송>과 인터뷰를 가지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고, 미국 측에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 톤의 입장발표였다. ‘전쟁은 안 돼’라는 방어에서 조심스럽지만 나름 북핵문제 해결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어서 그렇다. 이에 대해 많은 대북전문가들은 미국이 2018년 3월을 마지막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 소진 운운하였다. 또 언론들 대부분도 톤들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문 대통령의 '쌍중단'급 파격 제안. 자충수 또는 승부수”라며 ‘도’ 아니면 ‘모’라는 씩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전쟁을 막겠다는 대통령의 엄청난 결단을 도박으로 인식하고 싶은 대한민국의 보수시각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과연 운전자론으로 북핵·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는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12월 1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지목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핵심기조는 '미국 우선주의'기조 하에 △본토 및 미국민 보호 △미국의 번영증진 △힘을 통한 평화유지 △미국의 영향력확대이었다. 여기에다 중·러는 "라이벌 강대국(Rival Powers)"로 규정되어 졌다. 지난 20여 년간 진행되어온 동맹화 노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중·러를 적대적 관계로 되돌려 놓았다. 그렇게 미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이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다.(주1)

이를 통해-NSS의 발표를 통해 확인되어지는 분명한 한 가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만큼은 명확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때 3번의 언급보다 무려 6배에 해당하는 17번의 ‘북한’ 단어를 사용한데서 이는 충분히 증명되고도 남음이 있다. 동시에 맥매스터 보좌관은 12월 19일(현지시각)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적인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해결을 해야 한다"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해결이 평화적이기를 원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모든 옵션은 테이블위에 있다"며 "우리는 필요할 경우 북한의 협력 없이 비핵화를 강제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2월 19일(현지시각) 캐나다 CN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각)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한 데서 크게 후퇴한 "북한이 대화 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우리는 대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도 12월 18일(현지시각)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비핵화를 달성하고 이 정권(북한)이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했다. 과연 미국은 정말로 비평화적인 방법으로도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할까?

그리고 마지막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은 지난 11월 29일 '새형의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성공'이라는 제목의 공화국 정부성명을 통해 이날 새벽 2시 48분(평양시간) 평양 교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국가핵무력 완성'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김정은 동지는 새형의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보시면서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긍지높이 선포하시었다."

그로부터 약 2주일이 지난 12월 12일 김 위원장은 제8차 군수공업대회 폐막식이 진행되는 4.25문화회관에서 "국가핵무력 완성의 대업을 이룩한 것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사생결단의 투쟁으로 쟁취한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역사적 승리"라며 '국가핵무력 완성'을 재확인했다. 또 이것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의 정당성을 확증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북한은 12월 19일 『로동신문』을 통해 '우리의 핵억제력은 흥정물로 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전제조건 있는 회담을 제기하든, 전제조건 없는 회담을 제기하든 미국이 노리는 것은 우리 국가의 핵포기이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케트를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이미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공화국의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또 20일에는 같은 신문에서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전진하는 사회주의조선은 필승불패이다'라는 제목의 논설기사에서 "2018년은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70돌을 맞는 혁명적 대경사의 해"라며 강조한 뒤 "(북한이) 미국본토 전역을 마음먹은 대로 강타할 수 있는 100% 주체화한 최강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로켓과 초강력 열핵무기, 전략잠수함 탄도탄을 비롯해 가질 것은 다 가진 주체의 핵강국, 세계적인 군사대국으로 우뚝 솟구쳐 올랐다"고 했다. 북한은 과연 그렇게 자신의 주장처럼 핵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위 세 문장에 존재하는 빅 데이터는 단연 ‘운전자론’, ‘비평화적인’, ‘핵 강국’이다. 또 북핵 해법에 대한 북-미-한 3국의 입장 차이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운전자론으로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미국은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NSS전략(주2)에 따라 4대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해 비평화적인 방법으로도 북핵문제를 해결하려하고 있고, 북한은 핵보유만이 전쟁을 억제하고 강성국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하나 공통분모 없이 차이만 분명하다해야할 것이다.

그 만큼 북핵 해결의 불확실성이 높아져있다. 비례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 혹은 북-미간의 전쟁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져 있는 것도 분명하다 하겠다. 미국과 북한 중 어느 한 국가가 전략적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말이다.

하지만 현재적 상황 하에서는 미·북 중 그 어느 한 국가도 그러한 전략적 양보를 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 문제를 트럼프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비평화적인 방법밖에 없게 된다. 이유는 북한도 위 북한의 입장에서 확인받고 있듯이 핵보유 국가로 분명히 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치킨게임과 같은 해결방식이 작동되고, 그 결론에는 전쟁을 통한 해결만이 존재하게 된다. 과연 그 방법 밖에 없는 것인가?

이 질문에 ‘그 방법 밖에 없다’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가능해져야 한다. 전쟁만이 ‘유일’수단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그 방법’에는 전쟁만이 유일수단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으로 전쟁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고 ‘다른 방법’이 반드시 존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먼저는 수단과 목표에 관한 얘기이다. 비핵화는 수단이어야 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정의가 가능하다면 비핵화는 평화체제를 넘어 설 수가 없고 목표로 가는 그 경로에도 2가지 방법을 상상할 수가 있다. 이른바 수단을 잠정적으로 억제하거나 수단의 성격을 변경시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일컫는다.

이중 그 수단을 억제한다 함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를 실현해내기 위해 그 수단인 비핵화를 현실적 조건과 상황에 맞춰 조정한다는 의미-핵동결·비확산(=핵군축)-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고, 다음으로 수단의 성격을 변경한다 함은 북한의 핵보유가 국제사회와 호혜, 신뢰, 믿음으로 만나 그 성격이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미국이나 중국, 영국이나 프랑스, 러시아와 같이 핵보유가 정당화되는 경로가 그것이다.

그렇게 방법-비핵화를 풀 방법은 총 3가지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쟁을 통하는 방법, 핵동결·비확산(=핵군축), 핵보유 정당화 말이다. 그럼으로 전쟁만으로 그 문제-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정당하지도 절대적이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중에서도 첫째(=전쟁을 통하는 방법)와 셋째(=핵보유 정당화)의 방식이 선택될 수 없는 방식이라면(주3), 가장 최선의 선택은 둘째 방식이 된다. 다음과 같은 비유적 방법과 연동하면 쉽게 이해되어 진다. 전쟁의 방식으로도, 핵보유의 방식으로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방중(12월 13일부터, 3박 4일)을 통해 복잡한 사드문제를 봉합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적 관계를 회복한 것이 국익 적으로 더 부합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면, 북핵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만 풀려는 것보다 현실 가능한 핵동결·비확산(=핵군축)로 봉합하여 평화체제로 진입시키는 것이 더 국익 적으로 더 부합하게 된다.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봐야만 할 일이다.

다음으로는 본질과 현상에 관한 문제이다. 철학얘기이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현상인가? 그렇게 물을 수 있다면 현상은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가라안지 않는다는 것이고, 본질은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전쟁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전쟁위기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 어찌된 영문인가? 현상과 본질에 대한 착시현상으로 인해 생긴 결과 때문이다. 발현되는 양태는 북한의 핵 무력 완성으로 인해 오히려 더 한반도의 전쟁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동시에 이는 ‘드러난’ 현상과 ‘드러나지’않은 본질을 그렇게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게 된다. 거꾸로 된 인식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현상과 본질의 관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각인시켜 준다 하겠다. 현상이 반드시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즉 왜곡반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놓고 다시 한 번 인식해 보자. 한반도에서 전쟁은 북한이 핵을 가졌건 안 가졌건 안 되는 것이고, 설령 북한이 핵을 가졌다하더라도 그 해결을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해결하려는 방식은 더더욱 안 되는 것이며 오히려 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북한이 핵과 그 보복수단을 가졌기에 전쟁을 불사하려는 미국도 어쩌지 못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인식으로 말이다. 불편하더라도 그렇게 인식이 가능해져야만 하고, 더군다나 미국과 북한 둘 중 어느 한국가도 전략적 양보를 하지 않으려는 상황 하에서는 더더욱 그러해야 한단 말이다.

그렇게 좋든 싫든 인식해야 한다면 그 전제하에 또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도 인식해내어야 한다. 이 지구상에는 '정의의 전쟁'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말이다. 그 어떤 전쟁이든 전쟁은 전쟁일 뿐이라는 명제만이 절대적으로 성립한다는 것을 말이다. 제아무리 북핵문제 해결을 그 명분으로 한다한들 전쟁은 전쟁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마저도 인정한 것처럼 북한과의 전쟁은 “재앙” 그 이상 그 이하도 절대 아님을 말이다.

하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제3차 세계대전일 수밖에 없고, 민족공멸을 각오하여야만 한다. 비용적으로도 이라크 재건비용(2013-2015)이 약 1조 달러였다면 만약 발발하게 된다면 제2의 한국전쟁은 이와는 비교도 안 되게 그 여섯 배인 약 6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비용이 약 1조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6배에 해당되는 손익계산이기도 하다.

사상자도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약 1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를 토대로 계산하면 제2의 한국전쟁은 그 사망자 수가 추정해보더라도 적어도 대여섯 배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은 그 전쟁비용으로 인해 심각한 부채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것이고, 한국은 한 세대 전 또는 그 이전의 세대로 되돌아가야 함은 명약관화하고, 북한역시 한국전쟁 중 겪었던 ‘완전한 파괴’를 또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그렇게 예측되는데도 단지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해결을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 정말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답지 않다. 또 그 논리대로라면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도 핵을 비법적으로 가졌는데 왜 이들 국가들에 대한 전쟁응징은 이뤄지지 않는 것인가?

이중 잣대의 극치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이들 국가들과는 달리 사회주의국가체제이고, 반미국가라는 이유 외에는 그 어떤 이유도 없다. 이렇게 이유 같지 않는 이유가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눈에 들어온 가시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전쟁을 우리가 왜 해야 된단 말인가? 그것도 계산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되어 지고, 심지어 북한은 그 핵이 우리 민족을 겨눈 적대적 무기가 아니라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고 하는데도 왜 같은 구성원인 민족의 말은 못 믿고 동맹의 말은 무조건적으로 천금처럼 여겨야만 하는가? 그 (북한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우린 어떻게 설명해내어야 하나?

결론은 그렇게 무조건적인 불신, 편견, 적대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정당화되어져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그 무기가 우리 대한민국을 겨냥한 무기가 아님이 명확하다면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은혜로운(?) 나라 미국을 위해서 그렇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어 가겠다? 청맹과니도 이런 청맹과니가 없다.

그러니 상상해보시라. 정말 미국은 동맹국가인 대한민국을 눈곱만큼이나 생각한 흔적이 있는지. 되려 대화나 협상,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고 군사행동 또한 부수적 피해가 클 뿐 아니라 한국이 필사적으로 반대하니, 아예 한국과 미국의 안보 연계를 분리·차단하자는 의미에서의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전략과도 연동되어져 대한민국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국익보다 동맹을 추종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계속해야만 하는지 묻고 또 물어봐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키신저 전 장관이 주장했다는 주한미군철수론-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ICBM 핵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으므로, 중국과 빅딜을 통해 북한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대신 ‘북한이라는 완충지대’의 상실을 우려하는 중국에게는 주한미군 철수를 약속해주자는-만 해도 그렇다. 전형적인 디커플링에 속한다. 물론 이 주장은 북한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중국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오류가 있어 그 현실성은 현격히 떨어져 논할 가치도 없지만 말이다. 또 다른 예에서는 사 못 그 심각성이 있다. 아예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ICBM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기만 해도 주한미군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자는 주장이 미국 내 대북전략가들 사이에 논의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갈 길 바쁜 미국에게 동맹은 보이지 않고 오직 자국의 이익만 쫓는 전형적인 디커플링전략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런 나라이다. 자기들 생각뿐이다. 오직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안보를 지켜내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미국제일주의와 연동되어 있음이다. 상황이 이런대도-그렇게 돌아가는데도 우리는 그런 것도 모르고 미국을 여전히 ‘혈맹’으로 은혜하며 충성(?)으로 보답하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국익에 걸림돌이 된다면 한국의 안보는 언제든지 부차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현대판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12년 전과 그렇게 꼭 닮아서 말이다. 하루빨리 미국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한편 다음의 질문에 대해서도 우린 냉정해져야 한다. 누가 더 전쟁을 원하는가? 대한민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전쟁은 절대 안 돼’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이다. 결론은 미국이 더 전쟁을 원한다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먼저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은 핵보유를 이야기 하면서 평화를 얘기하고 있고, 전쟁억지력을 얘기하고 있고,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얘기하고 있다. 전쟁 ‘전’자고 꺼내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를 얘기하면서 그 해결을 위해 평화적이지 않는 방식을 얘기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전쟁 운운하고 있다.

누가 더 전쟁을 선호한다고 할 수 있는가? 부당하고 동의할 수 없다고, 북한이 원인을 제공했으니 미국이 그러는 것이지 북한이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미국이 전쟁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변명해주고 싶다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문제까지 저절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즉 백번 양보하여 설령 북한이 그러한 원인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을 섰어라도 그러한 결과-비핵화를 만들어내면 모든 것이 괜찮다고 하는 정당성이 성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다시 근원적인 질문으로 되돌아 가보자. 그런데 말이죠. 그 원인-아마도 핵을 가졌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럼 왜 우리는 북한이 핵을 가지면 안 되어야 하고 그 핵이 반드시 위험하다고 생각하죠? 왜 우린 같은 민족인 북한말을 못 믿어야 하죠? 또 북한이 그걸 왜 나쁘게만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인식을 우린 절대적으로 신봉해야 하죠? 반대로 미국말은 무조건 왜 다 믿어야 하죠? 기껏해야 동맹국가 일뿐인데. 또 5개국의 핵보유와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는 왜 괜찮아야 하죠? 이 모든 물음에 ‘북한만은 안 돼’라는 합당한 이유가 있나요? 굳이 있다면 ‘북한이기 때문에 무조건 안 돼’만 있는 것은 아닌가요? 한반쯤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지 않나요?

생각해 본 결과 북한의 잘못이 100%라고 자신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오면 우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100% 동의할 수 없는 대한민국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1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미국에게 2018년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요청은 정말 잘 하신 정치행보로 평가되어져야 한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평창올림픽과 연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또한 미국과의 살얼음판을 걷는 북핵공조 체제하에서 그 모멘텀(momentum)을 찾기 위한 불가피한 전술이라고까지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아쉬움에는 ‘어쩔 수 없는’측면까지도 헤아려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또한 분명한 것은, 즉 잊지 않아야할 것은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되느냐, 안되느냐 와는 상관없이 북핵문제 해결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지가 그 입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는 향후 북한이 이에 호응-평창올림픽 전후기간의 도발중지 및 평창올림픽 참가-해오면 더 좋겠지만 그러하지 않는다하여 꺼낸 그 카드를 다시 봉인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기대에는 저쪽에서-북한에서 뭐 하지 않아야만 우리도 그 기대에 부응해 그 어떤 조치를 하나 취할 수 있다는, 그렇게 자꾸 옵션이 붙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신-옵션대신 선제적으로 우리가 그 어떤 조치를 취해 북한의 마음을 열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북핵·남북문제 해결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도 골치 아픈 북핵문제 해법을 위해서라면 한미동맹조차도 부차적인 요인으로 취급하고, 또 미국제일주의를 통한 국익우선주의 전략을 명확히 한 상황에서는 워딩 되는 미국의 입장만 쫓아가는 그런 우를 절대 발생시켜서는 안 되어서도 그렇다. 즉 우리의 국익을 우리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북핵 포기-비핵화에만 올인 할 것이 아니라 그 퇴로를 우리 스스로 열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포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움'을 선포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만약 그 카드를 꺼냈다면 그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나야 한다. 이유는 기대는 기대일 뿐이기 때문이어서 그렇다.(주4)

왜냐고?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러한 결론은 금방 나온다. 다시 말해 정치적으로는 이미 현재완료형이기는 하나 핵 무력의 기술적 완성을 위한 실험은 아직 남아있기에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가능성은 그다지 그리 높지 않아서 그렇다. 그 역시 중요한 협상카드인데 그것을 스스로 버리고 나올 이유가 전혀 없어서 그렇다는 말이다.

하여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대한민국의 대북전략은 동맹우선의 원칙에서, 그것도 동맹국인 미국이 동맹적 가치보다도 미국제일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군다나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내겠다는 목표 하에 한미합동군사훈련마저도 연기할 각오까지 현 문재인 정부가 하였다면 북한의 반응-평창올림픽 참가와 핵관련 도발 중지-과는 상관없이 이 기회에 미국에게 대화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도 높게 요청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제조건이 없어야 한다.

도발중단과 같은 전제조건은 대화가 시작되어 진행하게 될 협상 때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설령 우리의 요구대로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도 참가하고 전술적으로 도발을 그 기간-평창올림픽 기간 전후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확인한 데로 북한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그 카드를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두어여 한다.

그러니 과도한 해석이나 기대는 금물로 해야 한다. 냉정하게 보면 영하 10도 내외의 계절적 어려움, 평창올림픽이라는 대외적 요인, 이미 정치적으로는 핵 무력 완성 선언 등이 고려되어 타이밍적으로 평창올림픽 전후로는 도발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쓸데없는 어슬픈 기대를 가져 제풀에 모멘텀을 잃어버려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해서 북한의 도발은 시간의 문제이지 우리가 원하는 방향인 모라토리움 선언이나 핵폐기를 전제로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 전제하에-기술적으로도 핵 무력이 완성될 때 까지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대화와 협상전략을 짜야만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 정부가 덜 상처받고 이후 지속적인 대북정책을 평화적으로 유지해나갈 인내와 전략적 공간이 생겨난다.

현 정부는 정말로 이를 유념해야 하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절대 남북문제를 운전자적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 나아가 북핵문제 해결에 남북문제가 지렛대화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국내정치로 70%의 지지를 받을 수는 있겠으나 민족점수는 0점이 된다. 그렇게 YS정부와 닮아가게 될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런 정부가 YS정부 하나로 족하다. 해서 문재인 정부는 국내정치와 민족점수가 공히 70%가 넘는 그런 정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촛불정부라면 능히 그럴 수 있고, 그것도 촛불혁명 1년이 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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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좀 더 부연하면 트럼프는 "미국은 미국의 가치에 의해 인도되고 미국의 이익에 의해 통솔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원칙적 현실주의 전략은 이념이 아니라 결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밝혀, 이전 행정부들의 외교 전략 지침이었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와의 차별성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국제질서의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수정주의 국가들"로, 북한과 이란은 "깡패국가들"로, 이슬람 국가(IS)와 알 카에다와 같은 "초국적 테러 집단"으로 표현하면서 이들 국가들이 미국이 직면한 "3대 도전"으로 명시했다. 

2)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자국중심의 국가이익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트럼프는 선보였다. 그리고 그 시각에서 보면 북한의 핵보유 그 자체는 △본토 및 미국민 보호 △미국의 번영증진 △힘을 통한 평화유지 △미국의 영향력확대 등의 4대 핵심이익과 관련해 모두 부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다. 

3) 첫째 방식은 이 글 아래 부분에서 기술하고 있듯이 그 (전쟁)후과가 너무 크기에 상상되어서는 안 되는 방식이고, 셋째방식도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신뢰도 정도 또 북한의 핵보유를 실질적으로 인정해줄 수 없는 미국 등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그리 현실성이 높은 방식이 아니어서 그렇다. 

4) 필자가 보기에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한 가지는 핵 무력 완성을 정치적으로 선언해내었지만, 여전히 기술적 완성부문에 있어서는 좀 더 추가적으로 증명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각발사 방식에서 직각발사를 통해 일본 열도를 넘어 6000~7000km 비행해 대기권으로 정상적으로 재진입 후 태평양 상에서 탄두(기폭장치)를 폭발시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최초 공개된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서도 그렇고, 당 기관지 로동신문에서 그렇고, 외무성 등 국가기관에서의 입장도 그렇고, 자위적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를 명분으로 핵 무력의 입구에서 '령마루'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워딩이 계속 나오는 이유를 우린 그렇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자신감-정치적 선언으로서 핵 무력 완성-이 최고조로 올라있고 너무나도 충만한 상태의 북한이 스스로 공개적으로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고 나올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시라. 그렇게 어렵게 핵 보유를 선언했고, 그 핵보유를 헌법에, 핵·경제병진노선을 당 규약 삽입과 전략노선으로, 미국의 대북적대시 철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명시적(혹은, 비공개적인) 답변을 미국으로부터 듣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다시 수세로 돌아가는 그러한 모라토리움을 선언한다? 어느 국가가 그런 바보짓을 한단 말인가? 북한은 절대 그런 국가가 아니다.

김광수: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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