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앞에 큰 산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적폐청산. 이 산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 산의 한 봉우리를 우리는 넘었으나, 아직도 그 대상은 생떼를 부리고 있다. 봉우리와 봉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고, 다음 봉우리를 넘어야만 지금 넘은 봉우리도 온전히 넘은 것이 된다. 새로운 봉우리에서 우리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만났다. 아니 이것 역시 그 이전의 만남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우리를 괴롭혔고, 우리 것을 빼앗았으며,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 그를 조롱함으로써 그로 대표되는 적폐를 청산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 필자 주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구나
  이런 걸 두고 송구영신이라고 하던가
  암튼 우리 야그의 주인공인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쥐를 닮아서 그렇다고도 하고
  천년 묵은 쥐가 인두겁을 쓰고 나타나서 그렇다고도 하고
  쥐 유전자가 섞여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이러구러 해서 이 해는 넘기는구나
  정말 생각만 해도 지랄 같은 한 해였다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왕위를 계승하게 해준 닭대가리 공주
  멍청하게 왕위에서 쫓겨나더니 감옥까지 가서
  이제 칼끝이 자기에게까지 오게 하더라
  그런데 오늘은 서족들의 송년 모임이 있는 날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의 생일이고, 결혼기념일이고
  왕관까지 쓰게 되었던 날이렷다
  기쁘기 한량없지만 기레기들에게 노출되는 날이다
  언제부턴가 이 사나이도 기레기라는 말을 좋아하게 됐다
  자신이 왕 자리에 있을 때
  칭송하는 말을 한다고 기레기라고 했다던데
  권력이 바뀌고 나니 이제 자기를 물어뜯는구나
  자기가 준 돈이 그렇게 많을 텐데
  이제 와서 자기를 옹호해 주지 않다니
  그런데 이 대목에서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아무리 뻔뻔해도 좀 찔리는 구석이 없지는 않다
  솔직히 자기 돈에서는 한푼도 준 게 없지
  거상들 돈 뜯어서 주거나
  나라곳간에서 퍼 날랐을 뿐이지
  헌데 지금 나랏님은 한 푼도 주지 않아서
  기레기들이 여기 깠다 저기 깠다 바쁘다는구나
  여하튼 오늘 기레기들을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하나
  기레기 출신이면서 그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동쥐를 불러서 물었것다
  동쥐 말이 지난 번 아라비아 갈 때는
  좀 세게 하신 것 같다고
  그리고 불필요하게 길게 하셨다고
  마마는 어디까지나 나라 걱정만 하시는 척하고
  아랫것들이 싸워도 싸워야 한다고
  허긴 그 말이 일리가 있는 듯도 하다
  그 날은 좀 감정이 격하긴 했었다
  그러다 보니 할 말 안 할 말 많이 한 것도 같다
  그래서 오늘은 적어준 대로 간단히만 하기로 했다
  게다가 요즘 악재가 하나 둘이 아니다
  형님 기사라는 자가 쥐쓰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꺼라고
  만 퍼센트나 확신한다나 뭐 이런 오라질 놈이 있나
  그뿐 아니라 자기한테 말 섞지 않는다고 디스를 했다
  요즘 것들은 위아래를 구분 못 한다
  하늘이 만들어 준 질서인데 말이다
  내가 지한테 말 섞을 까닭이 무에란 말이냐
  그래서 내 등에 칼을 꽂는단 말이더냐
  이래저래 말 조심 해야 할 판
  송년모임 장소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역시 자기를 구속하라고 외치는 자들이
  플카를 들고 저쪽 편에서 소리치고 있더라
  쥐 잡으러 가세 쥐 잡으러 가세
  그리고 기레기들이 와르르 둘러쌌는데
  한 말씀 하시라고 젊은 처자 기레기 한 마디 묻는다
  오늘은 초청을 받은 몸이니 말 하는 건 적절치 않겠다고
  동쥐가 말해 준 대로 했것다
  그런데 그것 참 괜찮은 이야기다
  그건 내가 돈 안 낸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구나
  쥐쓰는 누구 꺼냐고 백성들이 궁금해 한다고
  또 다른 젊은 처자 기레기가 묻는다
  요즘은 가스나들이 기레기가 되어서 제일 설친다
  그냥 달려드니 어찌하기도 쉽지 않다
  이 말에는 좀 뚜껑이 열린 사나이
  하지만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그건 나한테 물을 말이 아니다
  속으로는 다 알면서 뭘 자꾸 묻냐는 말이지
  그걸 내가 꼭 말해 주어야 아냐
  정황이든 상황이든 뻔한 걸 왜 자꾸 물어
  차마 이렇게는 말하지 못했다
  동쥐가 만들어 준 마지막 멘트로 정리하려고
  국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고
  국익과 국격을 생각하자고 한 마디 했는데
  나도 국민 중 한 사람이니 좀 편해지자 뭐 이런 뜻이렷다
  나 돈 있는 게 그렇게도 배 아프냐
  이런 말까지는 하지 못한 채 만찬장으로 들어섰다
  메뉴를 보니 그런대로 차렸는데 송로버섯은 없구나
  닭대가리 공주는 쩍하면 먹던 요리가 왜 여긴 없느냐
  그러면서 말하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러다가 혹시 돈이라도 내라고 하면 어쩌냐는 생각에
  건배사를 한 마디 하라고들 하기에
  술잔을 높이 들고 외치기를
  가는 년 잡지 말고 오는 년 맞이하자
  깔깔대고 웃는 사람들 사이로
  오쥐라는 녀석이 시비조로 말한다
  형님 좀 품격 있는 말을 하셔야지요
  나랏님까지 한 분이 이년 저년 하시면 되나요
  이 자식은 지금도 형님 형님 한다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기분이 좀 껄떡지근했지만
  별로 할 말이 없어서 혓바닥만 낼름거렸는데
  오쥐가 이어서 더 씨부린다
  이제 우리도 앉아서 당하기만 하면 안 됩니다
  하나로 뭉쳐서 싸워야지요
  반장어만 성공했어도 지금 이렇게는 안 됐지요
  하긴 그렇다 반장어를 밀어서
  새로운 후계자를 만들려고 했는데
  멍청한 닭대가리 공주가 결국 일을 이리 만들었고
  물러터진 반장어가 미끌미끌만 하다가 미끄러졌으니
  오쥐 말로는 새로운 붕당을 만들어야 한단다
  그러다가 망한 놈이 말도 많구나
  이렇게 핀잔을 주니
  자안당에서 온 녀석이 자기 당으로 뭉치잔다
  뭣바른당이라는 데서 온 녀석은 그건 죽는 길이란다
  뭣바른당 녀석들 몇몇을 자안당으로 돌아가라고 한 건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의 지시였었다
  하지만 왠지 자안당은 자꾸 잔당으로만 읽히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태에서
  이 사나이 관심은 오로지 자기 재산
  요즘 새로운 악재가 다시 화제에 올랐다
  돈들을 모아 쥐쓰 주식을 사들여서
  쥐쓰가 누구 것인지 알겠다는 계가 있다나
  그런데 돈을 거의 다 모았단다
  쥐쓰가 자기 꺼라는 게 밝혀지는 것보다
  이러다 자기 꺼가 아니라고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
  혹시라도 형님이나 조카들이 자기들 꺼라고 하면 어쩌나
  이런 걱정에 음식 맛도 잃어 버린 채 만찬을 끝낸 사나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또 다시 기레기와 마주칠 일이 꿈만 같구나
  게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섬뜩한 플래카드
  쥐 잡으로 가세 쥐 잡으러 가세
  아 이럴 때면 차라리 다시 쥐가 되어
  하수도를 통해 집에 가면 좋겠지만
  언제부턴가 변신도 못하게 된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그만 나가지도 못하고 그날 밤을
  아니 그 뒤로도 한참을 거기서 있다가
  차라리 의금부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아주 먼 해 뜨는 나라의 이야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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