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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불균형과 내부자들의 행태<기고> 장대현의 ‘다시 보는 2017년’ (3)
장대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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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8  12: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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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23의 약속, 5.9의 선택

4월 23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담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 구상’이란 제목의 통일외교안보분야 공약을 발표한다.

눈길을 잡은 것은 첫째 “우리가 주도하여 북의 선행동론 대신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동시 행동을 이끌어내겠습니다”란 대목이다. 전세 집 계약 하나에도 잔금과 열쇠의 동시 교환이 철칙인데 지금껏 그게 풀리지 않았던 터라, 북미 간 동시행동을 이끌어내겠다니 희망이 보였다.

둘째 “남북 경제공동체, 동북아시아 역내 경제권 형성”이다. 남북 경제협력의 무한시너지에 동북아 일대일로의 엄청난 가능성이 동시에 열리면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모자라 아우성일 테니, 이 또한 가슴 설렜다. 5월 9일 우리 국민은 이러한 희망과 설렘을 선택했다. 뼛속까지 친미친일정권 9년의 북 선행동론, 남북협력포기란 적폐를 딛고 평화와 번영의 길을 열어라, 새 정부를 만들어냈다.

2. 남북 대화, 북‧미 중재 - 안 돼

일주일 만에 찾아온 미국

5월 16일 포팅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일행이 청와대를 방문,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과 회담했다. 결과는 1)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 동원, 최대한 압박. 2) 대화는 올바른 여건 아래서. 3) 단호하고 실용적인 공동의 접근. 4) 궁극적인 목적은 동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 등 ‘한‧미 정상 간 4대 공통인식’ 발표였다.

최대한 압박은 무슨 말인지 알고, “대화는 올바른 여건 아래서 공동의 접근을 통해”는 미국의 동의 없는 남북대화는 안 된다는 말인지 알겠는데, “동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는 조금 어렵다. “동결에 만족하지 말고 완전한 폐기로 나가자”처럼 들리지만, 아니다. 동결협상조차 거부하면서 완전한 폐기를 말하는 것은 부산에 간다면서 대전행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대전행 기차표를 사기 위한 ‘동시 행동’ 부정이며, 문재인 정부의 “관련 당사국 동시 행동을 통한 문제 해결의 시작”에 대한 거부다.

이러한 네 가지가 미국 측 견해로서 청와대에 전달되고, 토론된 수준이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정상 간 공통인식’이란 최고 형식의 자물쇠로 요구, 관철시킨다.

6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그로부터 10시간이 지나지 않은 16일 새벽(현지 시각 15일 오후)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의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대화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과 대화하려면 그들은 비핵화를 해야만 한다”고 했다. “대화를 위한 올바른 여건”을 한미 공동으로 판단한다는 ‘한‧미 정상 간 공통인식’은 이렇게 효력을 발휘해 나간다.

전략자산의 주인은 누구인가?

6월 16일(현지 시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미국의 한 세미나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두 가지를 제안했다면서 첫째 “북한이 핵,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축소 등을 할 수도 있으며” 둘째 “북한의 비핵화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연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4.23의 약속이 5.9의 국민 선택을 거쳐 미국에 공개 제안된 것이다.

반응은 격렬했다. 이틀 만에(6.19) 시어도어 마틴 주한 미 2사단장이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의 현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3일 만에(6.20) B-1B 전략폭격기 2대가 날아왔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이 B-1B 전개 사실을 적극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렸(조선일보.6.21)”으며, 이에 따라 괌 이륙 장면, 우리 상공 비행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다. 단순 청개구리 반발이 아니다. 훈련이나 전략자산 전개 결정권이 누구 손에 있는지 만천하에 드러내는 엄청난 시위다.

운전석 앉으니 미‧일 바리게이트

6월 30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9개 항목 가운데 1-3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 최대의 압박을 위한 제재 강화, 올바른 여건 하 대화 등 기존의 ‘정상 간 공통 인식’을 재확인한다.

그러나 4항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였다”, 5항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 등은 전혀 새로운 것, 성과다. 미국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일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면서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은 7월 6일 ‘베를린 연설’로 이어진다. 몇 가지 아쉬운 관점, 유보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6.15, 10.4 선언 이행,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교류와 대화, 비핵화와 평화협정 연동,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과 정치군사적 상황 분리 등 5대 정책방향과 이산가족 상봉, 남북 대화 재개, 평창올림픽에 북 초청, 남북 적대행위 중단 등 4대 제안은 지난 9년의 단절, 대결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는 만만찮은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교류와 대화’는 북‧미 대치를 누그러뜨리는 바람구멍이 될 수 있고, ‘비핵화와 평화협정 연동’은 북‧미 간 협상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수 있으며, ‘비정치적 교류협력사업과 정치군사적 상황 분리’는 남북 경제교류, 협력의 물꼬를 다시 열게 해준다. 이러한 전망이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대화 재개를 낳는다면 한반도의 유쾌한 반전이 시작될 수 있다.

베를린 연설 날 저녁 7시 30분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미 정상회담 기간인 6월 29일 백악관이 발표한 일정이다. “한·미·일 정상간 만찬은 G20을 계기로 성사됐으며 미국이 주도(뉴시스.6.30)”했다. 회담 직전 미국은 3국 공동성명을 제안한다. 미국 기획에 일본 찬조로 만들어진 최초의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북한과의 경제 관계 축소” 등이 천명된다.

며칠 전(7.4)의 북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때문이라고?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6.30) 4항 한국의 주도적 역할 지지, 5항 남북 대화 지지 등에 “북 미사일 발사 시 무효” 같은 조건은 없다. 운전석을 내준다 했더니 정말로 시동을 거는 상황, 미‧일 공동의 바리게이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7월 17일 대한적십자사의 ‘추석 및 10.4선언 10주년 계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과 국방부의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이 동시 제안됐다. 베를린 선언 후속, 첫 시도였다. 미국과 일본이 먼저 반사적으로 나선다. 7월 17일(현지 시각)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어떤 조건들에 대해 명확히 해왔고, 이 조건들은 지금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다”라 하고, 마루야마 노리오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지금은 북한에 대화보다는 압박을 가해야 할 때(7.17)”라고 한다.

우리 동의 없이 전쟁 못해 - 미국 반응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의 반응은 무엇일까? 미국 관영 <미국의 소리(VOA)>가 8월 23일 ‘심층취재’ 기사를 통해 “한국 동의 없이 전쟁 가능” 주장을 편다.

“미국 헌법에도 자국 방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 동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에 주둔하지 않은 미군 자산으로 북한을 타격할 수 있으며 여기에 한국의 승인이나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한국 본토 밖에 있는 일본, 호주 등 미국의 다른 동맹 파트너들도 한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미군의 군사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3. 개성, 금강산 재개 - 미국 법으로 대못 박아

5월 22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조치를 한 것은 기본적으로 난센스”라면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 내에서도 위배가 되지 않는 방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어둠 속에 내리는 한줄기 빛, 실로 짜릿한 말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틀 후,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한미관계 보고서>를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일 수 있으며, 재개할 경우 제재를 당할 수 있다”고 콕 찍어 말했다. 5월 26일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를 통해 “관광객들이 북한에서 쓰는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란다. 5월 29일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회 위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 (질문)한국의 새 행정부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 (대답) 그런 행동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그런 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6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에 보낸 영상 연설에서 “전쟁 위협이 사라진 한반도에 경제가 꽃피우는 남북경제공동체”를 말한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로 다시 교류협력의 문을 열면 못할 것도 없는 것이었다.

다음날인 6월 1일(현지 시간) 트럼프는 임기 이후 세 번째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한다. “한국의 새 정부에 지금은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지적이다”(중앙일보.6.2).

7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5대 국정 목표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들어갔으며 거기 “여건 조성 시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도 포함됐다. 그런 ‘여건’은 가능할까? 8월 2일 트럼프는 ‘북한, 이란, 러시아 제재법’에 서명,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개인, 기업에 대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우리 기업주들은 모조리 제재 대상이다. 그럼 금강산은?

9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유엔 총회 연설 후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에 연속 임한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오늘 나는 상품, 서비스, 기술 등 그 어떤 것이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 기업, 은행에 대하여 미국 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말한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는 물론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 남북 경제공동체의 꿈, 이 모든 것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 대상이 됐다. 단, 미국 정부는 이 행정명령 적용대상에서 예외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거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면제해 준다는 조항은 없다”(조선일보.9.23).

12월 7일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현판식을 갖고 첫 회의를 열어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서 북방 협력을 강화하는 이 사업 대상에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5개국 등이 들어있으나 북은 제외됐다. 북과의 그 어떤 거래도 안 된다니, 러시아로 오가는 철도와 가스관을 어디다 깔란 말인가.

4. 인도적 지원 - 미국은 돼도 한국은 안 돼

9월 14일 정부는 “북한 아동, 임산부 건강과 영양 지원을 위해 유엔 산하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다. 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발표(9.12)된 직후였다. 정부는 유엔 산하기구의 요청이 있었고,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와는 별개라는 설명을 했다.

다음날 미국 국무부의 그레이스 최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에 대해 미국에 사전 통보를 했느냐, 미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했다.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검토는 대북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 했다.

9월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지원은 국제기구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고 지원 시점은 미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9.23). 그런데 이걸 보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종료 직전 승인한 대북 수해 지원금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원)가 지난달 유엔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에 전달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보도했다”(한국일보.5.4). 오바마의 정책이라면 모두 부정하는 트럼프도 대북 인도적 지원은 그대로 집행했다. 자기들은 정부 차원에서 다 하는 일을 우리 정부에겐 하지 말란다.

5. 사드 배치, 알박기와 별들의 시위

대선 전 기습 배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3.10)가 임박한 3월 6일 밤 10시 사드 발사대 2기, 냉각장치 2개가 한국에 도착했다. 이날 사드장비는 미군이 통제하는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미군 헌병의 호송을 받으며 인근 주한미군기지로 옮겨졌다. 그래놓고 “만약 5월 초쯤 조기 대선이 실시되더라도 사드 배치를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조선일보.3.8)”해졌단다.

3월 6일 북의 미사일 4발 발사에 대한 대응일까? “수송기가 6일 오전 미국 텍사스를 출발했을 때는 북한이 스커드 ER 미사일을 발사하려던 시각이었다”(중앙일보.3.8). 미사일 발사 전에 사드는 벌써 미국을 이륙했으니 선후관계는 없다. 4월 26일 주한미군은 경찰의 보호 아래 사드 발사대 2기, 엑스밴드 레이더 등 핵심장비를 성주 공여지에 반입했다. 대선 전 알박기다.

발사대 4기 비공개, 그래도 “매우 투명”

‘사드발사대 보고누락 사건’은 5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로 세상에 알려졌다. 5월 26일의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애초 ‘사드 발사대 6기 보관’이란 대목을 “3월 6일부터 4월 23일까지 사드 체계 전개”라고 수정, 보고함으로써 성주에 반입된 발사대 외에 4기가 더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다음날(5.30 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사드 체계 배치 과정의 모든 조치가 매우 투명했다”고 말한다. 청와대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6월 5일 오후 1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제임스 실링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국장이 청와대를 찾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했다. 이어 오후 3시 30분 청와대는 ‘발사대 6기’ 문구 삭제의 책임을 물어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업무 배제’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위승호 실장은 “4기 추가반입 사실은 미국 측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보고에서 제외했다고 말한다. 이걸 위 실장 혼자 미국과 합의했을까? 비공개하기로 해놓고 “매우 투명했다”는 건 또 뭔가.

백악관, ‘사드 긴급회의’로 압박

6월 8일 트럼프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안보 현안 점검회의’를 했다. 회의 종료 후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사드 배치 문제가 의제로 토의됐다”면서 “사드 추가 배치가 중단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드가 동맹의 결정이었음을 계속 이야기할 것이며,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날 미 정부가 백악관 사드 긴급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한 것은 한국에 대한 무언의 항의로 해석된다고 전했다”(중앙일보.6.10). 무언이 아니라 직격탄, 항의가 아니라 압박이다.

6월 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했다. 다음날(6.9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 외교관들은 한국 측으로부터 합의를 유지할 계획이라는 확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북의 미사일 발사(7.28) 이후 29일 심야에 소집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한다.

8월 12일 국방부와 환경부는 성주 사드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형평가’를 실시, 사드 전자파가 안전하다는 판정을 한다. 미군에 제공하는 성주 부지 70만㎡를 둘로 분할(1단계 공여 부지 33만㎡ 미만)하여 약식 평가만으로 공사를 시작하려는 국방부의 편법이 그대로 통한 것이다.

별들의 항의 시위

8월 22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참관을 이유로 한국에 온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공군 대장), 새뮤얼 그리브스 미 미사일방어국장(공군 중장),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육군 대장) 등이 오산 미군기지에서 합동기자회견을 한다. 태평양, 전략핵무기, 미사일 방어, 한국 등을 관할하는 미군의 최고 책임자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이들은 그대로 옮겨 성주 사드 기지로 갔다. “외교가에선 미국에서도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장성들이 한꺼번에 방한해 사드 기지를 찾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말이 나왔다. 발사대 4기의 조기 배치 등 사드 포대의 정상 가동을 우리 정부에 압박했다는 것이다“(조선일보.8.23). 9월 7일 아침 주한미군은 경찰의 협조를 받으며 사드 발사대 4기를 성주 부지에 추가로 배치했다. 이로써 사드 1개 포대(엑스밴드 레이더 1기, 발사대 6기)가 모두 배치됐다.

5. 전작권 회복 - 미국의 해태

5월 25일 국방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국방부 업무 사항으로 정식 보고됐다. 촛불의 염원이 공약이 되고, 나아가 정부의 실천과제가 된 것이다. 7월 19일 국정기획자문위가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임기 내 전환’은 ‘조속한 전환’으로 변경된다.

분명했던 ‘기한’이 없어진 이유는 무얼까?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6.30)”했기 때문이다. 그럼 미국은 ‘조속한 전환’을 위해 협력했을까? “정부 소식통은 17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올 들어 미래사령부 논의를 중단하자고 요청해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후 지휘 구조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조선일보.9.18). 미래사령부란 우리가 전작권을 회복한 이후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하는 기구다. 이에 대한 한미 간 합의가 없는 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갖춰질 수 없다.

10월 28일 49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가 열렸다. 그런데 여기에 보고된 미래사령부 창설방안은 승인되지 않았다. 11월 1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포용과 도전’(대표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란 야당 의원 모임과의 비공개 오찬 자리에서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그 두 가지 조건으로는 ‘한국군의 주요 군사 능력, 무기 체계 확보’와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지휘 구조 문제 해결’을 꼽았다”(조선일보.11.6). 밥상 차리길 해태하며 밥상이 없단다.

6. 왜 이럴까 - 한‧미 불균형 극복하려면

초록이 동색인 경우 한‧미 정부 간 이견은 없다. 뼛속까지 같은데 어찌 다른 게 생길 수 있으랴.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엔 마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왜 결과는 미국 의견 관철 일색일까? 견해 차이는 오직 힘으로 ‘조정’되는 국제정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미 간 힘의 차이를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그 힘의 작동원리다. 그걸 바로잡지 못하면 한‧미 간 힘의 차이도 극복할 수 없다.

7월 28일 북의 화성-14형 2차 발사 이후 수구 언론은 이 긴박한 시기에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왜 없냐면서, 이것이야말로 안보 위기고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안해서 못살겠다, 부추긴다. 한‧미 정상 통화로 북 핵, 미사일 문제가 해결된다면 지금까지의 그 수많은 전화는 다 뭔가? 그런데도 정부는 전전긍긍한다. 수구 언론의 힘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를 안했다고 코리아 패싱은 아니다. 다음 주에 할 것이다”고 말한다. 이제 미국은 패를 잡았다. 통화를 조건으로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

8월 3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이 1시간 10분 동안 화상회의를 했다. 한‧미‧일 안보담당 실무최고책임자 수준에서 이뤄진 첫 회의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미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지 않아 ‘코리아 패싱’ 우려가 확산되자, 청와대는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날 3국 통화를 공개하며 “한·미·일 외교 당국은 매일 긴밀하게 협의해 왔다”고 했다”(조선일보.8.4). 미국의 압력을 안에서 받쳐주는 내부자들, 그들의 말이 아직 괴력을 발휘한다.

8월 30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송영무 국방장관이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안 된다, 못을 박은 사안이었다. 12월 1일에도 역시 정부의 방침과 전혀 다르게, 미국이 거론한 “북에 대한 해상봉쇄” 참여를 주장한다.

이런, 대통령에 대한 군의 ‘레드라인 넘기’는 뿌리가 깊다. <2004년 7월 서해상 남북 간 총격사건에 대해 당시 합참은 “북한 경비정에 경고방송을 했으나 응답하지 않아 사격을 했다”고 언론에 발표했고,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이 관련 특수 통신기록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북 경비정은 우리 함정의 경고방송에 3차례나 응답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경고사격을 한 것이다.(한겨레.6.2)>

천안함 사건 때도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현재 군이 맡고 있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책임자도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민간 전문 인사가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장 교체 지시다. 그런데도 단장은 바뀌지 않았다(...) 대통령의 말이 군에 그대로 통하지 않는 형국임은 분명하다”(한겨레. 2014.4.19.). 문지기가 성문을 여는 마당에 어찌 성을 지킬 수 있을까.

“한·미 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 등을 논의한 회의(세계일보.8.30)”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거부하면 사드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이때 사드와 함께 주한미군도 철수하라고 말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현역 3성 장군인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 같은 지시에 화들짝 놀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고 한다”(같은 기사). 한미 정상 간 통화 여부를 두고도 나라의 명운이 걸린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그것이 상당한 파급력을 발휘하는 현실에서 주한미군 철수라니. 내부자들의 총궐기가 뒤를 잇고 모든 것이 헝클어진다.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역학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한 토대에서 비롯된다는 것, 이 괴물은 남북 대결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강조하고픈 것이다. 미국의 강권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안보 자립, 남북 화해가 더욱 시급하다. 힘이 없다고 느낀다면, 압력을 받을 때마다 국민에게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한‧미 간 불균형한 역학과 우리 내부자들의 뒤틀린 행태를 국민이 많이 알면 알수록 현실 타개 역량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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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자주기치높이 (pio066) 2017-12-18 14:27:0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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