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춘일 전 조선족기업가협회 회장은 8일 오후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의 현 상황을 소개하며,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자강력제일주의'로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은 ‘자강력제일주의’로 대북제재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대북제재로 북한이 백기 투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당시 북한에 있었다는 리춘일 전 ‘조선족기업가협회’ 회장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통일부가 주최하고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주관한 ‘2017 신경제지도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의 현 상황을 전했다.

리춘일 전 회장은 이날 토론자로 나서, “(북한)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위축된 느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축하고 경축하는, 우리가 드디어 미국 본토를 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냈구나 자부감에 넘쳐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로 석탄 채굴산업, 피복가공업, 수산물 수출, 휘발유 인상, 해외 근로자 및 IT전문가 철수 등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

하지만 창전거리, 만수대거리, 은하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 건설붐이 일면서 평양 자체적으로는 대북제재 영향이 아닌 번영하는 모습이고, 건설붐에 따라 건자재 산업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게다가 먹고사는 문제에 전념했던 과거와 달리 의약품 개발 등 건강산업이 일어나고 있고, 인쇄업, 봉사업 등이 제재의 영향에 벗어나고 있다는 것. 또한, 평양에는 10개 회사가 약 2천5백 대의 택시를 운영하는데, 홀짝제를 적용하더라도 하루 1천5백 대의 택시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행된다고 리 전 회장은 소개했다.

장마당도 활성화 돼 사람으로 붐비고 판매되는 제품도 질적으로 우수하고 가격이 인상된 제품이 팔린다고 한다.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상승했지만, 오히려 10월 15kg당 35달러에 거래된 데 반해 11월 15kg당 27달러로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

국제사회가 사상 유례없는 대북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대북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 북한은 왜 대북제재의 영향을 체감하지 않는 것일까.

▲ 리춘일 전 조선족기업가협회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리춘일 전 회장은 ‘자강력제일주의’ 구호를 토대로 북한의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강력제일주의’는 지난 2016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처음 발표한 구호로, “누구나 자력갱생의 강자, 과학기술의 주인이 되어 우리의 힘과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혁신적 성과들을 이룩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리 전 회장은 지난 10월 7일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에서는 주요 포인트를 인사변동이라고 보는데 사실 내부에서는 자주, 자강력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 못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남이 연구하고 있는 것을 연구하지말라. 앞으로 좀더 효율성을 높이라는 것이 자강력제일주의”라고 말했다. 북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 머물지 말고 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 연구하고 개발해 성과를 내라는 것.

‘자강력제일주의’의 실례로 리 전 회장은 중국의존도 줄이기를 꼽았다. 제재의 주 통로는 중국이기 때문에 건자재의 경우, 자체 연구성과가 있는 제품에 한해서는 일체 수입을 금지한다는 것. 식료품도 금컵식료품공장이 들어서면서 평양은 물론 장마당에서도 중국산 식품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는 “외부에서는 통제해서 (북한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보호해서 외부에서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연구성과를 개발해서 국가에서 인정을 받으면 바로 독점생산이 가능하다”며 “외부에 대한 제재에 대처하는 면도 있지만, 자국의 생산업종에 대한 보호를 권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북한이 ‘자강력제일주의’를 강조하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이 백기 투항하기 어렵다고 리 전 회장은 강조했다.

“외부에서 지금 제재를 강화하는 게 오히려 김정은 지도자에 대한 믿음과 충성, 거기에 따르는 응집력, 결집력이 훨씬 강화되는 분위기”이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바깥세상의 발전 추세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안에서 살아남는 노력, 그런 노력이 이미 외부의 제재를 받아내는 것과 함께, 자기들만의 경제 흐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8일 오후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통일부가 주최하고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주관한 ‘2017 신경제지도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대북제재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들이 주를 이뤘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북한이 최근 경제적으로는 김정은 시대 들어서 김정일 시대보다 훨씬 상승세를 탔다. 밖에서 제재한다는데 담담하게도 자신들이 언제 제재받지 않은 적이 있느냐고 한다”며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리춘푸 중국 난카이대 교수도 “김정은 체제가 주민들을 장악하고 체재 정당성에 기여하고 있다. 외부의 제재와 달리 내부 기업자주권, 농업혁신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제재의 효과에 대해 맹신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춘일 전 회장은 “조선(북한)은 지금까지 누가 뭐라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내 주장대로 일단 하겠다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는 경제도 도와줄 수 있으니 잠잠해 있으라는 메시지는 먹히지 않는다”며 “개성공단이 없어져도 조선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도와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거로 접근하는 것은 현재 조선의 사고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리춘푸 교수는 “김정은의 정책 우선순위가 미국주도였다면, 앞으로 대남정책으로 대화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징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개성공단을 재가동한 뒤 ‘5.24조치’ 해제를 검토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사즉생’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국제학술회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했으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각각 사회를, 임을출 경남대 교수,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유라시아본부장,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게오르기 똘로라야 러시아 루스키미르재단 소장, 냠오소르 투야 전 몽골 외교부 장관 등이 발표자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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