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앞에 큰 산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적폐청산. 이 산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 산의 한 봉우리를 우리는 넘었으나, 아직도 그 대상은 생떼를 부리고 있다. 봉우리와 봉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고, 다음 봉우리를 넘어야만 지금 넘은 봉우리도 온전히 넘은 것이 된다. 새로운 봉우리에서 우리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만났다. 아니 이것 역시 그 이전의 만남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우리를 괴롭혔고, 우리 것을 빼앗았으며,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 그를 조롱함으로써 그로 대표되는 적폐를 청산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 필자 주

 

  장주지몽이라는 말이 있것다
  호접지몽이라고도 한다지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되었는데
  깨고 나서 자기와 나비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는 데서 온 말로
  원래는 자아와 외계의 구분을 잊어버린 경지를 말함이렷다
  우리 야그의 주인공인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생긴 게 쥐를 닮아서 그렇게 불린다고도 하고
  천년 묵은 쥐가 인두겁을 쓰고 나타나서 그런다고도 하고
  쥐의 유전자가 섞여서 쥐처럼 말하고 행동하니 그런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이 사나이가 꿈 속에서 쥐가 된 뒤
  쥐가 진짜인지 자기가 진짜인지 헷갈리게 된 거라
  그걸 일컬어 사람들이 서주지몽이라 했다는데
  지금부터 그 사연을 한번 말해 보련다
  이 사나이가 왜 꿈에서 쥐가 됐느냐
  그걸 알려면 이 사나이가 수족처럼 부리던 훈쥐를 먼저 알아야 한다
  훈쥐가 누구냐 벼슬 옮길 때마다 데리고 다녀
  수도 고을 부윤 할 때도 곁에 두고
  나랏님 할 때는 의금부 대장도 시켜
  이 마을 저 마을 돌며 땅 사모을 때 데리고 다니고
  이 나라 저 나라에 재산 숨겨 놓을 때도
  훈쥐야 너만 믿는다 하던 자라
  생긴 것도 딱 쥐새끼이고 잔머리 하나 짱이지만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에 대한 충성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자인데
  아 글쎄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구나
  그것도 재임 시절 일 때문이니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의 책임도 전혀 없지는 않으렷다
  괜히 미안한 마음도 조금은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이 자식이 혹시 자기가 시켰다고 불까봐
  그것이 걱정되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훈쥐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골몰했는데
  사실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그가 누구야 돈 아니면 삶의 의미가 없어
  숨겨 놓은 재산이라도 훈쥐가 털어 놓는 날에는
  정말 태산이 무너지는 일인 거라
  노심초사 좌불안석 수서양단하는데
  이상한 소식이 방송에 나오는 거라
  훈쥐가 20억냥이라는 돈을 빼돌려서
  멀리 대국의 무슨 대학이라는 데 보냈다지
  그 돈으로 거기 가서 대접 받으며
  망명 생활 하려고 했다는 건데
  아니 이 자식이 나 몰래 거금을 빼돌려
  그렇다면 얼마나 더 해처먹었는지 알 수 없는 일
  내 이 자식을 만나서 반드시 단도리를 하리라
  마음은 먹으나 방법이 없는 거라
  지금 같은 때 떡하니 면회를 갈 수도 없고
  이전 같으면 돈좀 사과박스에 넣어 주면 안 될 일이 없었건만
  지금이야 어떻게 된 세상이 돈으로도 되는 일이 없는 거라
  하지만 한번 하고 싶으면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밤이면 밤마다 창밖만 바라보며 잠을 못 이루는데
  아니 이것이 웬일이냐
  갑자기 몸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냐
  게다가 뒤에 뭔가 길쭉한 것이
  이빨은 왜 이리도 근질근질하냐
  됐다 변신 성공이구나
  내친 김에 하수도로 들어가서
  의금부 감옥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것다
  아이고 훈쥐야 내 사랑하는 훈쥐야
  독방에서 을매나 고생이 많았더냐
  신기한 것은 훈쥐가 변신한 그를 알아보는 거라
  아이고 나리 마님 아니 상감마마
  여긴 어쩐 일이다요
  지금처럼 위험한 때 뭘라고 여긴 오시었소
  이럴 때 얼싸안고 위로도 좀 해주고
  이리 사작허는 것이 사람의 도리련만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돈 걱정 이외에는
  머리에 남은 게 없어
  잔말 말고 20억냥 사연부터 이실직고해라
  불문곡직 그냥 조져 버렷것다
  아이고 전하 그 말을 그냥 믿으시요
  의금부 취조 때는 그리 말했것지만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한테는 안 통한다는 걸 아는 훈쥐
  뻗대는 작전으로 나갔것다
  아니 내가 나라 밖에 퍼나른 돈에 비하면 발톱에 때도 안 되는 돈인데
  선수끼리 이러면 안 되지라
  무엇이 어쩌구 어째 선수끼리
  이 놈아 네 놈이 현직 때도 10억냥이나 들여서
  의금부 별관을 나 몰래 수리하더니
  들통이 나니까 은밀히 재산 관리하는 곳이라고 둘러댔었지
  근데 이 놈아 거기가 네 마누라 사교장이었다면서
  아 짜증나게 왜 이래요
  나도 이제 더이상 입 다물기도 어려운 지경인 거 몰라 그래요
  아니 이 놈이 이 놈이 이제 나를 겁박까지 하는구나
  그러면서 발톱으로 얼굴을 확 할켜 버렸는데
  그만 포졸들이 비명 소리 때문인지 찍찍 소리 때문인지 달려오는 거라
  이게 무슨 소리냐 이게 무슨 소리냐
  아직도 의금부에 쥐새끼가 있단 말이더냐
  쥐 잡으러 가세 쥐 잡으러 가세
  포졸들이 몰려 오는구나
  다급해진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얼굴에 상채기가 나고도 실실 쪼개는 훈쥐를
  한번 노려만 보고
  하수도로 빠져 나왔는데
  이건 또 뭐냐 하수도 구멍 앞에서
  쥐덫 놓고 몽둥이 들고 촛불도 들었는데
  네 놈이 여기 올 줄 알고 기다렸다는
  이름하여 쥐잡이 특공대들
  화들짝 놀라 오줌까지 싼 이 사나이
  다시 하수도로 들어가 그냥 냅다 달렸것다
  쥐 잡으러 가세 쥐 잡으러 가세
  소리만 하수도 안에서 윙윙 울리는데
  이 양반이 웬 헛소리이신가
  마구 흔들어대는 마누라 옥쥐의 목소리
  침대 위의 내가 진짜더냐
  하수도를 달리는 쥐새끼가 진짜더냐
  달은 중천에 떠 있는데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소리들
  쥐 잡으러 가세 쥐 잡으러 가세
  이리하여 서주지몽이란 말이 생겼단다
  머나먼 옛날 아주 먼 해 뜨는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라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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