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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씨의 바람을 가두지 말라<칼럼> 이지상 성공회대 외래교수
이지상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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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9  20: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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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정확한 표현은 아예 모르는 건 아니고 “거의 모른다”이다. 그들이 세운 지도자의 육성도 들어본 적 없고 그들의 권력서열도 짐작만 할뿐이고 그들이 개발했다는 이른바 신개념 “도발무기”의 성능도 모른다. 이미 인류의 재앙이 된 핵도 “가졌다, 가지려고 한다, 인정할 수 없다” 따위의 공론만 무성할 뿐 그들이 연일 ‘도발’하던 속내도 최근엔 ‘도발’하지 않고 잠잠한 속내도 그저 넘겨짚기만 할뿐이다. 그들 사회에 정통한 지식을 가졌다는 전문가들도 인터뷰의 종결어미가 “짐작된다, 추정한다”정도이니 나만 그런 건 아니다.

북한 이야기다. 북한을 상생의 파트너로 대륙으로 함께 갈 짝으로 생각하는 나는 그들을 잘 모르지만 북한을 주적으로 괴멸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오히려 북한을 너무도 잘 안다. 보위부 출신이라거나 무슨 무슨 예술단 출신의 탈북민들이 보수 종편의 프로그램에서 신나게 그들의 상부조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대단한 정보로 포장되어 시중에 유통된다. 지구상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권유린과 억압을 자행하며 한국의 재벌도 하지 못하는 호화스런 생활을 하는 막 되먹은 정권이 북한이라는 투다.

많은 이들의 귀가 솔깃해 질지는 모르나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한국같이 언론출판은 물론 집회 결사 또는 사상의 자유가 차고 넘치게 보장된다고 하는 사회 속에서도 대기업 회장님의 생사도 모르고 전임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도 모르고 또 다른 전임 대통령의 ‘DAS 탈출기’도 모르는 판인데 어찌 그들이 지옥 같은 폐쇄성을 기반으로 하는 그들 사회의 상부를 알겠는가 말이다.

신은미 씨가 있다. “고려항공, 솔직히 두려웠다”고 고백하던 그는 2011년 10월부터 동포라는 따뜻한 말을 평화의 노둣돌로 여기며 여덟 차례나 북한을 드나들었던 사람이다.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세상에 나온 그의 북한 방문기는 우리가 지레 짐작으로 확신했던 북한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후덕한 인상의 안내원과 화사하게 웃음짓는 여성, 정리가 잘 된 기차와 도로망 활기찬 평양 시내. 헐벗고 굶주려 금방이라도 국제사회의 거렁뱅이가 되었어야 할 북한에 대한 환상은 그의 정감어린 방문기로 인해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만 모이면 호랑이도 만든다-거짓말도 여럿이 말하면 진실이 된다는 중국 속담)의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 그게 불편해서였을까.

북한을 금단의 땅으로 만들어야 했던 무리들에 의해 그의 사실적 증언은 어느새 고무 찬양이 되었고 그는 국가 보안법에 피소된 이후 2015년 강제출국 당했다. 2016년 추석에 나는 두만강 철교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북한의 대홍수로 인해 국경지역이 봉쇄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무슨 홍수 때문이야? 김정은이 핵 개발 때문이지’ 원하던 방문지를 찾지 못하는 불만을 또 다른 이념으로 푸념하던 일행의 볼멘소리를 들으며 억울한 마음에 귀국하자마자 모금운동에 나섰던 적이 있다.

같은 시기 그도 미국에서 자신을 쫓아낸 땅의 시민들에게 고난에 처한 동포들을 돕자고 호소했고 상당액의 후원금을 조직했다. 국내의 한 은행은 모금액의 출금조차 막아섰고 미국 또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심의를 지연시켰다. 그의 동포에 대한 연민의 열정은 결국 한해가 지난 올해 5월에야 구호 쌀 58톤을 북에 전달하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상을 받아도 수십 번은 받아 마땅한 그의 행보는 대상이 북한이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벌이 되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내가 거의 모르는 북한의 사실적 모습을 그를 통해 알고 싶었다. 희망래일 대륙학교 3기의 강사진을 구성하면서 조심스럽게 그에게 강사 수락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성의 있는 답변이 도착 했는데 요지는 5년간의 입국금지로 인해 한국 방문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입국금지라. 금강산 길도 막고 개성공단 길도 막고 재일 조선학교 방문길도 막고 대북 지원의 길도 막았다. 북한이 막은 게 아니라 한국정부가 막았다.

그런 혹독한 시절이 있었고 그 추웠던 계절은 시민들의 촛불로 녹여 새로운 시대의 훈풍을 맞이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도 “입국 금지”라. 그는 연민했고 측은지심을 발휘했으며 동포에 대한 궁극의 사랑으로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다. 신은미 씨의 입국 금지는 조만간 철회 될 것이다. 철회 되어야 한다. 그렇게 믿고 있다. 지금의 정부가 폭압적 행태를 일삼던 이전의 정부와 다르다면 나의 믿음은 당연하다. 신은미 씨의 바람(hope)을 가두지 말아라. 바람조차 가둘 수 있다고 믿는 자는 지나친 몽상가이거나 독재자다.

 

이지상 (가수, 성공회대 외래교수)

   
 

고단한 사람들의 일상에 희망의 언어를 들려주는 노래하는 사람
청년문예운동의 시기를 거쳐 노래마을의 음악감독.민족음악인 협회 연주분과장을 지냈고, 다수의 드라마.연극.독립영화 음악을 만들었으며 98년 1집 "사람이 사는마을"2000년2집"내 상한 마음의 무지개"2002년3집"위로하다.위로받다"2006년 4집 "기억과 상상"등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2010년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를 출간했다.

현재 시노래 운동"나팔꽃"의 동인으로 깊이있는 메시지를 통해 삶의 좌표를 만들어가는 음악을 지향하고있으며 성공회대학교에서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사)희망來일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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