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임시 대피소에는 프라이버시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심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칸막이를 설치하러 갔습니다.”

▲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지은 종이 칸막이 보호소.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 훨씬 이전에 건축가 '반 시게루'는 이미 생태학적인 건물 소재인 마분지관과 종이로 실험을 시작했다. 그의 주목할 만한 건축물들은 아이티, 르완다 인종 대학살 또는 동일본 지진과 같이 자연 재해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임시 주거지를 위해 설계되었다. 

그는 디자인이 사회에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에 옮긴 건축가다. 비영리단체인 VAN(Voluntary Architects Network)을 설립하여 20년간 일본과 터키, 중국, 아이티, 필리핀 등 각종 재난현장을 돌며 난민수용소와 이재민을 위한 종이집을 지어 재난건축분야의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그는 "단순히 자연 재해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해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면서 "지진이 사람들을 죽게 만든 것이 아니라 빌딩이 붕괴돼서 사람들이 죽는다. 이는 건축가들의 책임이다. 나는 건축가들에게 실망했었다. 건축가들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건축가를 고용해 기념비적인 건축물((Monument)을 만들어 보여주고자 한다. 나는 내 경험과 지식을 단순히 특권층이 아닌 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건축가의 가장 큰 임무”라고 말했다.

사회가 필요할 때, 건축으로 답한 건축가 반 시게루. 그와 같이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실현하는 전문가가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원불교100년기념관은 왜 짓는가? 이 물음은 집행위원장으로서의 나의 화두이고 정신을 깨우는 기도이다.

1990년대 한국사회에서 좋은 집은 잘 팔리는 집이었고, 2000년대에는 싸고 좋은 집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익을 남기려는 인간의 탐욕이 중심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수많은 아토피 환자의 양산과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는 인재의 연속이었다. 

이 같은 경험적 성찰을 통해 현재는 건강한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나를 보호하는 치유의 공간으로서 집이 될 것이라고 생태건축가인 품건축 김영만 대표이사는 말한다.

하나의 지구촌 시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생명의 마중물이 될 원불교100년기념관에 대한 상상은 행복이기도 하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마당이 있어 주민과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요란한 알림 간판이 중심이 아닌 여백의 쉼표가 있는 건물 외벽을 그려본다. 기도가 저절로 되어지는 햇살이 있는 법당과 몸이 닿는 곳, 마음이 머무는 곳마다 기대어 명상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살아있는 집이 될 것이다.

원불교100년기념관 건축집행위원장으로서 나의 건축 언어는 "일원을 담고 은혜를 짓다"이다. 즉 일원은 본래부터 하나인 우주이고 은혜는 서로 생명으로 연결된 서로의 관계이다.
 
'왜 짓는가'의 첫 번째 물음의 이음인 '어떻게 지을 것인가'의 두 번 째 대답은 '건축은 과학이다'라는 명제에서 알 수 있듯이 빈틈없는 치열한 현실이다. 철근 한 조각, 시멘트 한 포, 흙 한 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하게 자리하는 이유가 있다. 일념 적공의 모든 교도가 건축주가 되고 설계팀, 시공사, 감리와 감독 더불어 노동자 한 분 한 분이 오케스트라의 하모니 같은 공감과 행복한 역할 분담으로 신바람을 일으키는 사명의 연속이어야 할 것이다.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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