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범죄를 시민이 재판한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족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범죄를 시민이 재판한다. 피고 '대한민국'이 오는 2018년 4월에 열리는 '시민평화법정'에 선다.

'한베평화재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등으로 구성된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족했다.

'시민평화법정'에 대해, 장완익 변호사는 "대한민국 법령과 국제인권법, 국제인도법을 근거규범으로 하는 민사법정"이라며 "판결에 강제력은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국가범죄의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본격적인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활동이라는 맥락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시민평화법정'은 학살범죄 80여 건, 9천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광범위한 범죄라는 점에서, 일단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퐁넛 학살과 같은해 2월 22일 하미마을에서 벌어진 학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 장완익 변호사가 '시민평화법정'의 형식과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원고는 대한민국이며 피고는 한국군에 의해 상해를 입은 피해자와 사망자의 유가족이다. 대한민국의 책임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학살 당시 책임자를 지목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히로히토 일왕에게 유죄를 선고한 2000년 일본군성노예 국제여성법정 사례를 토대로 하되, 1960년대 미국의 베트남 전쟁 범죄를 다룬 '러셀국제법정'과 비슷하다.

'시민평화법정'은 별도로 마련될 '시민평화법정 헌장'에 따라 진행되며, 조사팀이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조사자료가 증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학살 피해자의 증언 참석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 조사가 쉽지않은 상황. 임재성 변호사는 "당시 참전군인의 증언이 필요하다. 2000년대에 증언하신 분들을 다시 만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아직 그 분들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말하는 용기를 주어야 한다.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참전군인들의 목격자는 한국군에 한정하지 않는다"며 "주월미군들의 목격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요청할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 측 협회에 요청하는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평화법정'에 즈음해 학술대회도 열린다. 그리고 법정 내용와 결과를 토대로 국가배상소송도 제기될 예정이다. 또한, 국내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운동도 함께 벌인다는 구상이다.

이번 법정에 베트남 측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우선 피해자들이 한국에 와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증언하겠다고 한다"며 "오랫동안 베트남 정부는 과거를 닫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최근에 여러 변화 조짐이 있다. 첫째는 과거를 우리가 묻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를 망각하겠다는 것이 아니며, 둘째, 과거를 닫는다고 해서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는 등으로 논조가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의 빚' 발언을 지적하며, '시민평화법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발족식에서 정연순 민변 회장은 "잊지 않는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이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망각된 역사는 반복된다. 그 일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가 확인해야 한다. 과거의 사건을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올바른 이름을 붙이고 책임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며 '시민평화법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구수정 상임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에서 밝힌 '마음의 빚'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대로된 사과가 아니었다.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지 50년이 지났지만 피해자의 몸과 마음에는 상처가 오롯이 남아있다"면서 "한국정부는 민간인 학살의 사실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먼저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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