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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입단속’에 만족할 것인가-평화와 주권, 반드시 짚어봐야 할 두 가지<평화연구센터 칼럼> 장창준 연구원
장창준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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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7  14: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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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준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원

 

트럼프 방한과 관련해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상당히 강한 비판적 코멘트를 내왔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대단히 잘한 외교’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입을 단속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라는 호전적인 발언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입단속’에 만족하기에는 트럼프의 입은 여전히 거칠었고, 트럼프의 행보는 지나치게 일방적이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국빈을 초청하여’ 평화는 얻지 못하고, 국방비만 털린 꼴이 되었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무기 구매를 위한 목적의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미국 대통령과 공유한 최초의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힘을 통한 평화가 의미하는 것

트럼프는 국회연설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고, 우리 언론에서도 이 표현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용어가 미국 외교에서 갖는 역사적, 정치적 함의는 생략되었다.

‘힘을 통한 평화’는 러일 전쟁 시기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즐겨 사용하던 용어였다.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대통령이던 당시 미국은 미-스페인 전쟁에서의 승리 이후 외교 노선을 고립주의에서 확장주의로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시기였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기 위해 파나마에 압력을 가해 파나마 운하를 개통한 것도 이 시기였고, 한국인의 기억 속에 너무나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역시 이 때 체결되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힘을 통한 평화’는 ‘큰 몽둥이 외교’(big stick diplomacy)를 통해 추진되었다. 루즈벨트는 본인이 즐겨 사용했던 “말은 부드럽게, 그러나 몽둥이는 지참한다”(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라는 속담처럼  ‘큰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적극적인 확장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힘을 통한 평화’를 실현해 갔다. 루즈벨트가 휘두르고자 했던 ‘큰 몽둥이’는 미국의 막강한 해군력이었다. 막강한 해군력을 수단으로 하여 미국의 이익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힘을 통한 평화’의 목표였던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민족에게는 재앙이었다. 고종은 일본을 거쳐 조선을 방문한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딸 앨리스를 극진히 환대했다. 러시아까지 몰아낸 일본이 조선을 완전히 장악할 것을 우려하여 미국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계산이었다. 앨리스의 아시아 순방이 사실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은폐하기 위한 가장 여행이었음을 고종과 조선의 관리들은 모르고 있었다.

과연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는 루즈벨트의 그것과 다른가? 트럼프 국회 연설과 한미공동언론발표문을 보면  사실상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는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지도자를 독재자(dictator)라고 불렀고, 북한 주민을 노예(slave)라고 했으며, 북한을 ‘지옥’(hell)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이들(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과 재래식 전력 등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막강한 해군력’이 ‘핵과 재래식 전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력’으로 표현이 바뀌었을 뿐이다. 트럼프는 정확하게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힘을 통한 평화’를 인용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 사용 준비’를 언급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못지않은 전쟁 위협 발언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균형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트럼프 방한을 통해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임을 재확인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트럼프의 국회 연설이 끝나고 우리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발표문에 등장한 이상한 문장, ‘국방비 증액 계획을 한미가 공유한다?’

트럼프로부터 평화적 해법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천문학적인 국방비는 털렸다. 그런데 단순히 털렸다는 것으로 평가를 끝낼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 보인다.

⓵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군을 현대화하고 부분적으로는 동맹의 작전 소요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한민국이 지난 3년간 대외군사판매(FMS) 및 상업구매(DCS)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130억불 이상의 군사 구매를 한 점에 주목하였다. ⓶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방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하였으며, ⓷ 이는 F-35A 합동타격전투기, KF-16 전투기 성능개량, 패트리어트 PAC-3 성능개량, AH-64 아파치 대형공격헬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이지스 전투체계 등 지난 정부에서 합의한 대로 주요 미국산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한국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번호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필자가 붙인 것이다.)

위 인용문은 두 문장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문장(⓵)의 주어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다. 즉 두 정상은 지난 3년 동안 130억불 이상의 미국 무기를 구매한 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그 다음 문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⓶의 구절),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 즉 자신의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국방 예산을 상당한 규모로 증액하고자 하는 계획을 공유했다. 즉 공유의 주체는 문재인 대통령이고, 공유의 대상은, 발표문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방 예산 증액 계획을 다른 나라 대통령과 공유한다? 그것도 지난 3년 130억 달러 이상 무기 구매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는 문장에 뒤이어서? 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했을까? 그리고 왜 이런 내용이 공동발표문에 포함되었을까? ⓷의 구절을 보면 그 의문은 해소된다.

둘째, ⓷의 구절에서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 예산 증액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한 것’을 지칭한다. 이 대목은 ‘한미 정상이 한국 국방예산 계획을 공유함으로써 미국 무기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한국의 예산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로 해석된다.

따라서 두 개의 문장은 아래와 같이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위 인용문에서 열거된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는 용도로의 국방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했다.”

지나친 억측인가 싶어 몇 번을 곱씹어 읽어 보아도 해석은 동일하게 나온다. 자신의 임기 때까지 미국 무기 구매를 위해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미국의 대통령과 공유하겠다는 발상이 대통령 본인의 발상인지, 외교 안보실의 발상인지 아니면 국방부의 발상인지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트럼프의 무기 구매 압력이 그 정도로 강했을지도 모른다.

혹자는 자주국방을 위해 무기 구매는 필요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위 보도문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국방예산을 증액하여 사려고 하는 무기들은 박근혜 정부 때 한미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 구매 합의가 이루어진 무기 체계들이 자주국방에 긴요한 무기 체계인지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이전 정부에서 구매했고, 구매하려고 했던 많은 무기들이 ‘방산비리’ 의혹을 받고 있고, 그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호크의 경우는, 최근 일본마저도 비용 상승을 이유로 ‘도입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화를 포기할 수 없듯이, 주권도 포기되어선 안 된다

따라서 국방예산 증액 계획을 미국 대통령과 공유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성급하게 이전 정부에서 구매하기로 했던 무기를 합당한 검토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내용이 한미 정상회담 보도문에 포함되었는지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가 벌여왔던 적폐행위들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 정부에서 합의한 무기 구매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설령 그것이 ‘평화를 위한 부득이한 결단’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만약에 이런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실수라면 그런 실수는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만에 하나 이런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동맹 정책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그 정도의 비용은 들일 수 있는 일이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위의 합의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자국의 국방예산을 다른 나라 대통령과 공유한단 말인가. 평화를 위해 주권이 포기되어야 한다면 과연 그 평화는 누구의, 누구를 위한 평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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