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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마음의 빚'에서 진정한 사과로<문 대통령 베트남 방문 기획④> 세계는 한국군을 학살자로 기억한다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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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5  17: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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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베트남 전쟁 관련 사과는 없었다. [사진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을 첫 방문했다. 첫 방문이자 언제 또 방문할지 기약이 없다는 점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주목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과표명을 기대했던 것. 하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과 베트남의 공통된 길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년을 맞아 양국 정상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발언. "양국은 식민지 지배의 아픔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가 비슷한 점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로 36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됐고, 한국전쟁을 겪은 뒤 현재 휴전상태이다. 

베트남은 1862년부터 1941년까지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1941년부터 1945년 2차대전 당시 일본의 통치에 있다가 다시 프랑스 점령지가 됐다. 제1차 인도차이나전쟁으로 1954년 프랑스가 물러난 뒤 분단된 베트남은 1964년 미국이 벌인 전쟁으로 1975년까지 2차 인도차이나전쟁(베트남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전후 통일 베트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0년이 넘도록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어야 했던 역사이다.

식민지배의 역사로 본다면, 한국과 베트남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식민지배 이후 전쟁을 겪은 베트남에 한국도 일조했다는 점에서 양국의 역사가 같다고만 할 수는 없다. 베트남의 입장에서 한국은 전범국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식민지 지배의 아픔을 극복한 공통된 역사"는 일견 맞을 수도 있지만, 베트남 전쟁 참전국이 할 말은 아닌 듯 싶다.

   
▲ 공식석상에서의 사과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개막식에서 영상을 보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사과했다. [영상캡처-청와대]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마음의 빚'은 무엇을 말하는가

베트남 공식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전쟁 관련 사과가 없었다는 아쉬움 속에서 '마음의 빚'이라는 발언이 뒤늦게 공개됐다. 

11일 베트남 호찌민시 응우엔후 거리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은 영상 축전을 보냈다. 3분여의 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 것. 한국군의 베트남 전쟁 참전과 이로 인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우회적인 사과라는 평가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우선, '마음의 빚'이라는 사과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이다. 이 영상은 문화축제에서 공개됐다. 문화축제 관계자와 참가자 외에 대다수 베트남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베트남 현지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대부분 알지 못하고, 일각에서는 해당 영상 메시지는 사과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 우회적인 사과와도 차이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쩐 득 르엉 당시 국가주석 방한 당시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베트남 호찌민 묘소에 헌화하며,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마음의 빚'이 과연 무엇을 지칭하는지 불분명하다. 베트남 전쟁 참전인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인지, '빚'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베트남 전쟁 참전을 '애국'이라고 추켜세웠던 점에서, '마음의 빚'이 담긴 의미는 베트남 국민을 헷갈리게 할 뿐이다.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총리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사죄해왔다고 주장한다. '유감'을 얼마나 더 표명해야하느냐고 항변한다. 시민사회의 요구는 끊임없은 총리의 '유감' 발언이 아니다. '유감'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법적배상, 공식사죄 등이 모두 녹여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마음의 빚'에 일본은 역공을 펴는 모습이다. <교도통신>은 13일자 보도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파병한 부대가 베트남 주민을 대량 학살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양국 교류 확대 필요성만을 강조했다"며 "문 대통령이 인권침해에서는 혁신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독일의 과거사 사죄 사례를 끊임없이 강조하며 일본을 비판하지만, 정작, 우리의 잘못에만 관용을 베푸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마음의 빚'도 베트남 전쟁 참전뿐 아니라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법적배상, 공식사죄가 담겨 있어야 한다.

세계는 한국군을 학살자로 기억한다

베트남에는 베트남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군에 의한 전쟁범죄 피해자도 아직 살아있다. 한국군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은 9천여 명이고, 한국군의 성폭행 범죄로 태어난 아이는 적게는 5천 명, 많게는 3만 명으로 추산된다. 

쯔엉티투 할머니는 1968년 청룡부대의 학살로 아이 2명을 포함해 12명의 가족을 잃었다. 도안응이아 씨는 1966년 청룡부대의 학살로 엄마와 두 눈을 잃었다. 응우옌티낌 씨는 한국군이 저지른 집단성폭행 범죄로 태어났다. 

   
▲ 베트남 호찌민시 전쟁증적박물관 내 한국군에 대한 사진과 설명.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호찌민시에 세워진 '전쟁증적박물관'은 한국군을 학살자로 지목하고 있다.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박물관에 전쟁 당시 사진기자가 찍은 두 장의 한국군 사진이 걸려있다. 1967년 베트남 빈딘성에서 찍힌 총을 멘 군인들과 집에 불을 지르는 군인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여있다.

"It was rumoured that Korean soldiers massacred a lage number of Vietnamese people..they woule become cruel to the enemy as if thay had turned into other people." (한국군이 다수의 베트남 사람을 학살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들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적에게 잔인하게 굴었다.)

미군의 최대 학살범죄인 '밀라이 학살'을 기록한 '밀라이 박물관' 팜탄꽁 관장은 지난 6일 한국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제로 한국군들이 저지른 학살이 너무 많다. 셀 수도 없다. 너무 많은 학살을 저질렀다"며 "미군 학살처럼 박물관을 갖고 있지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피해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학살이 일어난 지역에 위령비를 세워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라이박물관'도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여기에도 한국군 사진이 걸려있다. 밀라이 학살의 직접 책임자는 아니지만, 베트남 전쟁 참전국으로, 전쟁 범죄 가담자로 지목하고 있다.

베트남 곳곳은 한국군을 학살자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곳을 방문하는 전세계인들은 한국군을 학살자로 인식하게 한다. 문 대통령의 영상편지식 '마음의 빚'으로 끝내기에는 학살의 기억은 강렬하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시민이 나서서 정부가 학살의 역사를 진상규명하고 공식사죄하도록 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에 옮길 자세를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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