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에머슨)


 솔직히 말해서 나는  
 - 김남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우리는 가끔 자신이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아무것도 아닌지 몰라/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그 목숨인지도 몰라’

 자신이 파리나 모기 목숨 같이 느껴질 때, 우리는 자칫 ‘약자의 정신 승리법’에 빠질 수가 있다.

 루쉰의 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 아Q처럼.  ‘비록 졌지만 정신은 내가 우월하므로 결과적으로 이긴 것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항상 자신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합리화하려는 아Q. 

 이런 인간 군상들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은 ‘자존심’을 가진 인간들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잘 찾아보면 우리에게 남보다 뛰어난 점이 얼마나 많은가?

 많은 사람들에겐 재벌 회장이 전혀 부럽지 않은 점이 있다.

 그들보다 젊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은 재벌 회장 앞에 섰을 때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있다. 

 나는 강의를 할 때 수강생들에게 가끔 질문을 한다.

 “개미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많은 사람들이 “사자요!” 한다.

 이 때 자존심을 갖고 사시는 분들은 말한다.

 “사자가 개미를 어떻게 이겨요?” 

 그렇다. 사자는 절대 개미를 이길 수 없다.

 지금까지 둘 다 이 지구에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손자)’.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지는 건, 상대를 알고 나를 알려고 하지 않아 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남보다 잘난 점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자존심이다.

 자신과 상대방의 잘난 점과 못난 점을 모두 인정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이런 ‘자존심’만으로는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다.

 자신보다 잘난 점을 가진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들고, 못난 사람 앞에서 우쭐해지는 마음으로 어떻게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무언가가 잘 나서 자존심이 센 사람은 우리 눈에 멋있게 보일지 모르나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 걸리버가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달걀을 깨는 방법 가지고 목숨을 거는 소인국의 사람들처럼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이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잘난 점, 못난 점을 떠나 자신을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자존감’이다.

 이런 마음은 어떻게 생겨날까?

 ‘열개나 되는 발가락으로/열개나 되는 손가락으로/날뛰고 허우적거리다/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그러다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의식의 대전환이 일어날 때다.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인간은 ‘유적존재類的存在(마르크스)’다.

 인간은 ‘개인’으로 살아가지만 ‘인류(人類)’로 살아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물방울’이면서도 ‘강물’인 것이다.

 자신이 ‘강물’이 되고,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이 되고, 불빛의 ‘노래’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사람, 삼라만상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그대로 아름답다. 

 그의 눈엔 모든 존재가 다 아름답게 보인다. 

 다시 주말마다 촛불이 켜진다. 

 우리 모두 강물 위에 떨어지는 불빛이 된다.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이싸)’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