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

이 글은 총론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 라는 주제 하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분야의 국정과제인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 구현'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모색의 글에 가깝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수립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담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이에 필자는 두 문제의식에 해답을 찾기 위해 먼저, 북핵문제의 본질을 짚어내고자 한다.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 구현’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다음은 연재 순서이다. / 필자 주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

Ⅰ. 북한에게 핵은 무엇인가?
 1. 북-미대결의 산물, 북핵
 2.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정확한 이해
 3. 수령의 지위와 역할에서 갖는 북핵의 의미

Ⅱ.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 구현’ 성공의 조건
 1. DJ·참여정부에서의 경험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얻는 교훈
 2.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들
 3. ‘더불어 평화로운 한반도 구현’에 대한 분석과 대안

Ⅲ. 담대한 구상: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하여
 1. 한반도 문제란 무엇인가?
 2. 미국과 패권: NPT체제에 대한 이해 
 3. 제언: 평화체제이행의 조건

 

필자는 뒤늦은 11월 01일 영화 ‘콩’을 봤다. 대략의 줄거리는 베트남 전쟁이후 유일하게 발견되지 않았던 섬, 스컬 아일랜드(Skull Island)가 위성으로 발견되자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위한 매머드급 탐사팀이 구성된다. 상륙 후 그 섬의 주인이 ‘콩(킹콩)’으로 대변되는 자연임을 인정하는 쪽과, 섬의 주인은 인간(미군)임으로 콩을 죽이자는 쪽으로 나뉜다. 결론은 콩으로 대변되는 자연이 섬의 주인임이 판명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러는가 싶었다. 그런데 ... 반전이 있었고, 브룩스(영화에 나오는 한 주연 인물)는 말한다. “콩이 유일한 주인은 아니죠?” 그렇게 복선을 깔아놓고 영화 콩은 정말 끝났다.
 
웬 영화냐고? 이유가 있다. 다음과 같은 상징조작을 하기 위해서이다.  다름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까지 핵이 미국의 전유물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이를 영화 콩에서의 브룩스 말을 빌려 쓰자면 ‘핵과 관련해서는 미국만이 유일한 주인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아님을 알게 된’ 상황이 발견되어 그야말로 매우 당황스러운 핵 정세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다. 이른바 북한의 핵 등장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영화 콩으로 되돌아가보자. “콩이 유일한 주인은 아니죠?”라는 엔딩에는 반드시 그 후속편을 예고한다 하겠다. 그리고 그 후속편은 그렇게-콩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콩은 단지 바둑돌에 불과하고 더 큰 세계가 열리는 방식으로의 새로운 상황반전이 필요로 하는 요소로 시나리오가 짜여 질 것만 같다. 어쩐지 그럴 것만 같다. 마치 악의 축과 불량국가라는 불명예와 전략적 인내라는 무시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자국이야 말로 미국중심의 체스판을 갈아치울 유일한 국가임을 선언하고, 그 근거로 핵보유를 들고 그 핵이 미국이후의 세기를 움직여나갈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라고 선언해 나선 북한과 같이 말이다. 
 
이는 한반도가 지정학적 위치에 숙명되어 언제나 외세의 먹잇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상황의 반전을 뜻한다. 즉, 지정학적 숙명을 뛰어넘어 브레진스키가 『거대한 체스판』에서 지정학적 장기꾼으로 묘사했던 주변국 중국과 러시아 등 대국은 사회주의 몰락이후 북미대결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장기짝으로 전락하고, 그 빈 공간을 이념주도형 국가 북한이 스스로가 이제는 당당한 장기꾼이 되어 지정학적 대결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는 셈과 너무나 그렇게 닮아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세계는 북한이 핵보유 선언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획득을 한 전과 후의 차이가 분명하다. 온 세계가 놀라고 있고, 과히 북한이 뉴스메이커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정말로 세계정치의 중심에 선 북한이다. 이른바 체인지 메이커이고, 체인지 메이커답게 국제정치 판도를 바꾸어도 너무나 확 바꾸어 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허언만이 아니라는 것도 북 외무상 리용호의 발언에서 듬뿍 묻어난다. “우리는 미국과 실질적인 힘의 균형이라는 최종 목표로 향하는 길에서 거의 종점에 도달했다.(『타스통신』과의 인터뷰, 2017-10-11)” 해석하면 힘의 균형이 핵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북한은 단순 전쟁을 억지하는 수준의 균형이 아니라, 필요하면 미국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는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관전 포인트이지 않을 수 없고, 또 정말 이 싸움-‘끝장대결’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궁금하고도 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 NPT체제에 대한 이해

NPT의 영문명은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이고, 한글로 번역하면 ‘핵무기 비확산에 관한 조약’정도가 되겠다. 2017년 현재 190개 국가들이 가입해 있고,(주1)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는 핵무기 개발이 줄을 잇던 시기였는데, 이때 구속력 있는 핵통제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만들어진 대표적인 국제협약기구이다.
 
하지만, 아래 글에서 밝혀지겠지만 NPT체제는 전형적인 불평등 조약임도 분명하다. 이유는 핵보유국에게는 기존의 핵보유 기득권을 인정하고 핵무기의 사용 제한이나, 감축, 폐기 등의 의무를 명시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비보유국들에게는 주권침해 요소가 다분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의무사항화한 것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여 NPT체제의 유용성을 둘러싼 갈등은 발효 첫날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해소도지 않고, 동시에 NPT가 종국적으로 담아내어야 할 핵무기 폐기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못하고 있어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그런 NPT체제이지만 대한민국은 1975년에 가입하였고, 북한은 1985년에 가입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 IAEA의 이중잣대 적용에 대한 반발로 2003년 NPT 조약을 탈퇴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1-1. NPT체제란?

1945년 일본에서 확인된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다. 연동해 선진국(강대국)들은 너도나도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 결과 1949년에는 소련이, 1952년에는 영국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고, 뒤이어 1960년에는 프랑스가, 64년에는 중국이, 66년에는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첫 핵보유국 미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주2) 이유는 핵독점을 통해 전 세계에 대한 지배력과 영향력을 유일하게 행사하고 싶었던 미국으로서는 다른 국가들의 핵개발이 결코 탐탁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에 미국은 2가지 조치를 내놓는다.
 
하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탄생시킨 것이고, 또 다른 하나가 NPT레짐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IAEA가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름 아닌, ‘핵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워 핵기술 공급 국가들의 핵기술 인수국가들에 대한 통제는 가능했지만, 선진국(강대국)들과 핵을 보유하고 싶은 국가들의 핵무기 증강과 핵확산은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당연히 미국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미국의 고민은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더 큰 구속력 있는 핵통제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 해결을 위해 미국은 당시 미국 다음으로 최대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소련과의 협상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결과는 65년부터 협상을 시작하여, 3년 뒤 1968년 유엔총회의 권고 결의안을 바탕으로 1970년 3월 5일 정식 발효시키게 된다.(주3) 이후 5년마다 재검토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그리고 조약 중에는 발효 후 25년이 경과하면 그 이후에는 이 조약이 무기한으로 효력을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그 해당시기가 1995년이었다. 개최되었고, 회의-NPT재검토회의에서는 기간 NPT체제가 중동지역 비핵지대화 창설, 핵보유국가의 핵무기 감축 노력 등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하여 무기한 연장이 결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살펴보았듯이 NPT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정확하게는 미국이 주도하는 UN상임이사국-강대국들의 핵무기 통제에 대한 국제협약체제라 일컬어져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로는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1960년대 들어 핵확산 징후가 뚜렷 하자, 당시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하고 있었던 미국이 중심이 되어 이해관계가 같았던 소련, 영국은 서둘러 핵클럽의 문을 폐쇄하려했고, NPT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강대국들의 핵독점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NPT가 핵보유국의 핵무기는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비핵국가들에게는 ‘평화적 핵 이용’이라는 당근을 주는 것처럼 예쁘게 포장했지만, 실상은 비핵국가들에게는 핵무장을 막으려고 하는 것을 그 본질로 하고 있어 더더욱 강대국 중심의 핵독점 조약에 가깝게 된다. 

1-2. NPT체제의 본질과 그 한계

그러함에도 NPT체제를 무조건 비난할 수만 없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유엔 회원국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정당성과, 또한 오늘날 핵보유국 대열에 북한을 포함하더라도 9개국인데, 그나마 이 정도로 묶어둘 수 있었는 데는 NPT체제에 힘입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즉, 핵 비확산을 국제규범화 함으로써 비핵국가의 핵개발 시도에 국제법적 제약을 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개별적, 혹은 집단적 압박과 제재를 가해 세계적 차원에서 상당한 비확산을 이룬 그 업적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그런 NPT체제인 것도 분명한 것이지만, 또한 분명한 것은 이 체제가 위 ‘1-1. NPT체제란?’에서 확인받듯이 태생적 한계에서 발생하는 
이 체제가 갖는 치명적인 약점도 분명 있다. 다름 아닌, 전형적인 불평등 조약이라는 것과, 근본적인 핵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먼저 불평등 조약이라는 점을 한번 살펴보자. 이는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NPT는 ‘세 개의 기둥(three pillar)’으로 이뤄져있는데, 비확산과 핵군축, 그리고 평화적 핵 이용이 그것이다. 좋다. 그런데 문제 ①은 형평성에서 발생하고 있다. 즉, 비핵국가들에게만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비확산 의무는 IAEA에 의해 검증 및 이를 위반할 경우 유엔안보리를 통해 제재대상이 되어지는 반면, 핵보유국의 핵군축 의무는 ‘선의’로 남겨둔 채 어떠한 강제 조항이나 검증 체제도 없다는 점 그것이 가장 큰 불평등성 조약임을 반증한다.
 
뿐만 아니라 문제 ②는 북한과 같은 국가가 제 아무리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 강변해보아야 보장하고 있는 평화적 핵 이용대신, 핵무기 개발이라는 딱지로 국제사회로부터의 여론몰매와 강력한 제제 대상이 되는데서 NPT체제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려내고 있어서 그렇다. 다시 말해 평화적 핵 이용도 비핵국가들한테는 ‘그림의 떡’일뿐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NPT체제는 미국을 비롯한 5개국들에게는 황금방망이이고, 그 외 비핵국가들에게는 합법적으로 보장된 핵의 평화적 이용권도 핵개발로 둔갑시켜 국제사회로부터 뭇매와 제제를 받는 전형적인 불평등 조약으로 그 악명이 높다 하겠다.
 
다음으로 무릇 조약이라 함은 그 조약이 지향해야 될 방향과 목적이 분명해야 하거늘, 그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이 NPT체제가 지향해야 될 가치는 핵무기 폐기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NPT체제는 그러한 가치지향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근본적인 핵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는 이상한 조약임이 드려 난데서 그 치명적인 약점은 감출 수 없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렇다. 다름 아닌, 이 조약은 다른 군축조약과는 달리, 핵무기의 완전 폐기를 명시적으로 담고 있지도 않다는 점과 함께, 더해서 핵무기의 사용·실험·추가적인 생산을 금지하는 내용도 없다. 하여 비핵 국가들에게는 족쇄를 채운 반면에, 핵보유국에는 날개를 달아준 셈과 똑같다. 그런데도 미국 등 핵보유국들은 NPT체제에 대한 불만을 내놓는데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이유는 일부 국가들이 NPT에서 보장한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악용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려는 허점 때문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 해결을 위해 핵실험 금지 및 핵무기용 핵물질 생산 금지 등의 장치로 NPT체제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수차례 진행되었으나, 이 마저져도 관련국들 사이의 이견으로 아직 발효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비핵국가들의 불만을 해소시켜 주기위해 비핵국가들을 상대로 핵보유국이 ‘핵무기 사용 및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보장과 핵보유국 간에도 핵무기 선제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국제법으로 만들어 그 불평등성을 보완하자는 제안 역시 NPT 협상 당시부터 나왔으나, 이 역시 핵보유국들의 반대와 이견으로 아직까지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이렇듯 현재의 NPT체제로는 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1-3. 미국과 NPT

‘1. NPT체제에 대한 이해’에서 확인받는 바와 같이 NPT체제는 미국을 위한 국제협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애초 NPT체제 설계 그 자체를 전 세계에 대한 패권적 유지차원에서, 즉 절대적인 우위확보를 위한 핵독점과 핵억지에 그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젠하워 정부는 소련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핵 역량을 바탕으로 1954년 ‘대량보복전략(Massive Retaliation Strategy)’을 수립하여 소련에 대한 억지력을 행사하였고, 1967년에는 ‘유연반응전략(Flexible Response Strtege)’을, 1972년에는 ‘전략탄도미사일요격체제 제한조약(AMBT)’을, 이후 ‘상호확증파괴(MAD)’전략, ‘전략무기제한조약(SLAT)’을 통해 소련에 대한 핵 억지전력을 구사해왔다.
 
그러던 것이 소련붕괴 이후부터 미국은 ‘핵억지’보다는 핵무기 사용을 통한 ‘통합적 공격전력’으로 전환함과 아울려, 9.11 사태 이후 부시 행정부는 불량국가와 테러집단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핵공격(Preemptive Nuclear Strike)’을 천명, 탈냉전시대 유일초강대국으로서의 핵전략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즉, 핵패권 국가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한  셈이다.
 
또 다른 한편 미국은 미국 스스로가 갖고 있는 우월적 핵독점을 악용하는 만행도 숨기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그 사례가 철저한 이중잣대의 적용행위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 예는 다음과 같다. 특수 관계에 있던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중동 아랍권 국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무시하는 정책을 구사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NPT 비가입국과는 핵거래를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왔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인도와는 2001년에 전략적 동맹관계 수립에 합의한 이래 2007년 7월 ‘미·인도 민간 핵협력협정’을 체결하고, 2008년에는 비군사적 원자력 기술을 이전해 주는 ‘원자력협정’을 체결하였다. 이처럼 NPT 미가입국인 인도에 핵물질과 핵기술을 예외적으로 제공하는 등 스스로 NPT체제를 어기기까지 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NPT에 가입도 하지 않은 이스라엘과 인도의 핵보유는 되고, 북한 핵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 그렇게 일관성 없는 이중잣대를 적용시켜 왔던 것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NPT체제의 핵심조약 중의 하나인 비확산에 대해 자국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과 인도는 되고, 자국과 적대관계인 북한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과 같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고, NPT조약이 내세우고 있는 ‘비확산’ 명분을 스스로 손상시킨 대표적인 이중적 태도인 만큼, 이 적용기준은 당연히 정당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다 패권유지 때문이다. 아랍에서도 또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는 갈등과 대립을 통해 자국의 이익유지가 그 목적이고, 북 비핵화는 동북아에서의 패권유지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어서 그렇다.      
   
2. 쟁점과 분석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이 과연 누구편이냐는 문제와 대한민국에서 부쩍 논의가 많아진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이 실제 가능할까? 이다. 그리고 그 실현가능성과는 별개로 정쟁적 차원에서의 논쟁만큼은 매우 뜨거운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봐도 아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은 분명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한 만큼, 그 상황에서는 핵 억지력을 통한 ‘공포의 균형’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까지 나아갈 수 있어 그러한 발상도 가능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인식은 딱 거기까지여야 한다. 왜냐하면 그 인식에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이라는 현실화가 가능하지 않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이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과 전략자산으로 표현되는 확장억제력, 그리고 핵우산만으로도 충분한 전쟁 억지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아 미국이 절대 이를 허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주4)
 
그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몇 가지만 그 예를 들면 우선 전술핵 도입은 동북아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하는 기폭제와 같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또한 그것은 북핵 해결의 포기를 의미하고 있어 미국과 대한민국 공히 현명하고도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어서 그렇다. 다시 말해 미국의 입장에서는 핵 도미노 현상과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시켜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크고, 우리 대한민국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깨자는 주장이기 때문에 그 정치적 후과 또한 만만하지가 않아서 그렇다.
 
즉, 그러한 상황이 진짜 발생한다면-전술핵 재배치(혹은, 핵무장)는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동북아 갈등으로 비화할 것이고, 특히 러시아의 반발은 상상하는 강도 이상일 것이다. 거기다가 앞서 살펴보았듯이 전술핵 재배치(혹은, 핵무장)는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스스로 파기한 것이기 때문에 북핵 폐기를 주장할 명분도 압력을 가할 실효적 조치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가 올 것이고, 일본과 대만 등 동북아 역내 국가에게는 핵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와 비례해서 미국의 동북아 패권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이 절대 미국이 받을 수 없는 카드임은 자명하다 하겠다.

더해서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할 정당한 명분이 사라진다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이치가 된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 결과 한반도는 ‘원했던’ 공포의 균형 대신, 공포의 일상화가 한반도 상공을 일 년 내내 뒤덮게 되는, 이른바 핵을 하늘에 이고 사는 한반도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어야 하겠는가? 
 
또 보수·수구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 억지 상황을 지렛대로 하여 전술핵과 북핵포기를 거래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참으로 한심한 생각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유는 북한이 바보국가가 아니라면 우리의 ‘전술핵’과 훨씬 비교우위가 있는 자신들의 ‘전략핵’을 맞바꾸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왜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진행되어야만 된다는 것인가? 분명 다른 의도 때문인데, 이래저래 전술핵 도입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
 
또한 군사적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 현재 미국이 추구하는 핵 억지력은 자국의 핵으로 동맹국들에게 ‘핵우산’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핵독점을 통한 세계지배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라 했을 때 한국에만 핵우산 외에 ‘전술핵 재배치’를 중첩해 보강한다, 이는 미국 이익적 측면에서도 가능하지 않음을 위 글에서 이미 고찰하였고, 군사적 측면에서도 핵우산만으로도 충분한 핵 억제력이 가능한데, 왜 불필요한 핵 갈등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미국이 감수하려 한단 말인가?

그러니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를 강행할 이유도 없거니와 재배치 한다하여 핵 억지력이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치적 논쟁거리만 제공하게 될 한국에서의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이 선뜻 결정한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번 양보하여 핵우산으로 핵 억지력이 불안하다면 자국-미국의 핵 전략자산들을 한반도로 자주 출격시켜 무기판매효과와 한미동맹을 보다 미국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이 허용해준다? 이도 상상력으로만 가능한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전술핵 재배치는 필요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까지 찾아가서 ‘전술핵 배치 안 하면 핵무장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하는 건, 아무리 제 1야당 대표의 발언이지만 국익적 관점보다는 정파적 발언이고, 외교를 빙자한 국내정치용 쇼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동시에 너무나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발언이 된다. 하여 결론은 현대판 매국행위와 같다.

2-1. 북한은 왜 핵보유 국가가 되기 어렵나?

제일 근본요인은 미국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순간 동북아에서의 패권적 지위상실과 NPT레짐의 붕괴, 핵도미노현상을 목도할 수밖에 없는 미국인데, 그런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다음 요인으로는 중국 때문이다. 웬 중국? 중국도 북한의 핵 보유가 달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유는 만약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향후 통일된 한반도가 어떤 체제를 수용할 것인지가 불확실성한 상황 하에서, 그리고 그 상황은 잠재적 경쟁국이 한반도에서 발호되는 측면이 있어 중국도 북한의 핵 보유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 속내가 북한체제의 붕괴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하여 한 번도 북핵 관련 제재 때 기권이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발견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이 있다. 이는 북한과 대한민국은 민족과 민족의 관계도 있지만, 국가와 국가의 관계도 성립하는 UN 동시가입국이다. 즉,  후자적 측면에서 봤을 때 전쟁을 경험한 두 국가 사이에는 적대적이고도 군사적인 대립관계가 엄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해서 북한은 잠재적인 적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적국이 비대칭 전략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한다? 당연히 대한민국으로서는 가만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반대해야 하는 것이고, 다만 미국의 결정에 종속되어있어 북·미간 담판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있게 된다. 
 
이렇듯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핵보유국 인정은 차원이 다른 별개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북한이 핵을 갖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하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것을 반증한다 하겠다. 이유는 위 3가지 요인과 함께,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와는 다른 각도에서 많은 정치인과 대북 전문가들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경우와 같이 북한도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 적용이 반드시 북한에게 수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애초부터 NPT에 가입하지 않았던 파키스탄과 1985년 NPT에 가입한 뒤 2003년 일방적 탈퇴를 선언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그 첫째 이유이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제재도 지극히 형식적인 요식행위뿐이었다. 1974년 첫 핵실험을 했고, 1998년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한 인도도 마찬가지다.

반면, 북한의 경우는 위 두 국가와는 완전히 다르다. 6차례 핵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아왔고, 그것도 극강의 수준에서 받은 제재가 이를 증명한다. 결의안이 채택될 때마다-1718호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2375호까지 모두 다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둘째는 북한과는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단 한 번도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다름 아닌 북한의 핵보유가 갖는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두 국가 모두 북한의 핵보유가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사정이 발생한다.

즉, 위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가 결코 미국과의 G2체제를 형성하는데 플러스(+)적인 요인이 아닐 뿐더러 향후 통일된 한반도에서의 핵보유는 자국의 핵심이익과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반길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2-2. 대한민국은 핵무장 국가가 가능한가?

(1) 대한민국의 전술핵·핵무장 가능한가?

‘~가능한가?’에 답하기에 앞서 대한민국에서 직접적인 단어로서의 핵이 사라진 것은, 즉 전술핵의 철수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이 이뤄진 1991년의 일이다.(주5) 그렇게 잊고 지내던 그 단어가 26년 만에 부활하고 있다. 이른바 전술핵 재배치(혹은, 핵무장) 주장이 그것이다.
 
논리적으로 이들의 주장에는 현재의 압박방식으로는 어차피 북한이 핵보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럴 바에야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북한의 핵포기 시까지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아 재배치해 북한과 핵 균형을 이루는 것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역설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데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그럴듯한 포장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적이면서도 국제관계학적으로 보면 한국의 전술핵 및 핵보유는 절대 불가능함을 위 ‘2. 쟁점과 분석’ 도입부에서 이미 밝혀놓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그 논거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핵 없는 한반도를 지향하는 대의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에 위배되기 때문이다.(주6) 동시에 이는 북한의 핵보유를 결과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되어 자기모순에 빠지는 딜레마가 있다.

둘째는 미국이 절대 허용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 이유는 위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의 글로벌 핵 억지전략은 모든 동맹국들에게 핵우산과 전략자산을 통한 보호이다.(주7) 했을 때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대한민국의 핵보유는 미국 처지에선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핵 보유를 공인하는 꼴이 돼서 미국의 안보 전략을 재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이른바 러시아와 중국의 핵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정책변경이 그렇게 쉽게 가능하지 않음이다.

더 나아간다면 중국과 러시아와도 엄청난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사드배치 갖고도 중국과 이 난리를 치르고 있는데, 대한민국에 전술핵과 핵무장이 용인된다면 이는 아마도 국교단절까지 각오해야 할 판이다. 백번 양보하여 (상상력의 범위 내에서 가설을 세우더라도) 사드배치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대한민국의 전술핵과 핵무장을 용인 받는다 하더라도 문제는 다른 곳, 즉 미국으로부터 발생한다.

그리고 그 상황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미국과의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른바 한미동맹 파탄 및 북한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국제사회의 온갖 종류의 압박과 제재가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과연 대한민국은 이 엄청난 파국을 감당할 역량이 있는가? 해서 전술핵과 핵무장은 불가능한 것이다. 고로 가설로도 성립되지 않는다.(주8)     
 
(2)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더 북핵 해결 의지가 있는가?

전쟁 억지력적 측면에서 보자면 다음과 같이 물을 수 있다. 한·미 군사연습을 실행하고 미국 전략자산을 투입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맞바꾸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겠는가? 아니면 군사훈련과 전략자산 투입 비용의 절약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맞바꾸는 것이 더 유리한 선택이겠는가?
 
결론은 문정인 특보는 ‘개인’으로 취급되어졌고, 북한의 핵실험은 불법적이고 한·미군사훈련은 합법이기 때문에 맞교환의 방식은 등가성의 법칙에 맞지 않는다하여 거부되어졌다.
 
참으로 전략적이지 않았다. 전쟁에 합법이 어디에 있고, 불법이 어디에 있는가? 또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중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전쟁억지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목표달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쌍중단 방식의 교환방식은 결코 한국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닌 장사인데도 한미동맹에 포박된 문재인 정부는 이 좋은 기회를 걷어 차버렸다.

사례적으로 봤을 때도 문재인 정부에게는 좋은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 예 하나가 북한은 올해 6월에 계춘영 인도 주재 대사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미국 측이 잠정적이든 항구적이든 대규모 군사훈련을 완전하게 중단한다면 우리 또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인도 WION방송과의 인터뷰, 6월 21일)”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중재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즉각 이 제안을 거부해 버렸다.

두 번째 기회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로부터 찾아왔다. “만일 북한이 핵, 미사일 활동을 임시중단 한다면 한국 측은 미국 측과 협의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규모와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축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미국 워싱턴 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한미동맹 관련 토론회 오찬 기조연설 중에서, 6월 16일)”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발언을 개인발언으로 축소해버리는 우를 범했다.
 
이외에도 그 예는 수없이 많다. 10.4 기념식 때도 10.4정신을 계승하여 남북교류 전면복원과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제재를 얘기했다.(주9) 또 중국과 러시아가 주장하는 ‘쌍중단’도 합법적인 훈련인 한.미 군사훈련과는 그 성격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현 정부의 선비핵화와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듯 출범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에게 북핵 문제를 정말로 풀 의지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 가능해졌고, 지금과 같은 스탠스로 과연 북핵문제를 풀어낼까? 하는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3. 소결론: 시간은 미국편이 아니다

북핵에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 비확산이라는 개념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다만, 오마바 정부 때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었고, 그때 '확산위험'(risk of proliferation)이라고 표현했던 적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발언은 곧 오바마 정부가 북한 비핵화 정책을 포기하고 북한의 핵무기가 해외로 이전되는 것만 막을 것이라는 비확산 정책으로의 이동 신호탄이라고 해석되어지기도 했다. 덩달아 성급한 일부 호사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한국과 비확산을 추구하는 미국의 정책목표가 다르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었다.
 
해프닝은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끝날 수 있을까? 필자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비록 잠깐의 희망적 기대에 불과했고, 미국이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정책적 목표를 유지하고 있어 오바마의 그 발언이 현재적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붙는 것도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만약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그 경우는 미국이 가장 회피하고 싶은 방식으로 북핵문제가 풀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과연 그러한 상황까지 오는 것을 그냥 방치하고만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미쳐지게 된다면, 결론은 북한과 일정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상황과 정확히 일치해서 그렇다. 
 
핵 도미노 현상과 핵 패권유지 불가능, 북한으로부터 비핵국가 및 테러 국가로의 핵무기가 이전되는 상황의 도래, 또한 자국-미본토에 대한 핵공격이 가능해진 사실 등이 미국에게는 북한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갖는 요인이라 했을 때 그 중심에 있는 북핵 위협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위협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북한의) 핵 기술이 완성되기 이전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될 너무나도 중요한 현안이 되어 있는 상황임이 분명한 것이다. 
 
문제를 좀 좁히더라도 어쨌든 ‘테러’라는 네이밍만 빼버리고 나면 다른 국가로의 핵무기 확산과 자국 영토에 대한 핵위협이 북핵을 용납할 수 없는 주된 이유가 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 비핵화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그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개념이며 반면, 비확산은 두 가지 의미를 함의하는 개념이 되는데 우선은 현존하는 북한의 핵은 인정하면서 핵동결과 타국으로의 핵 이전 금지라는 의미로의 해석이다(넓은 의미). 다음으로는 북한의 핵보유가 핵무기의 확산이면서 동시에 핵무기국가의 확산이기 때문에, 이때의 비확산은 비핵화와 같은 개념으로 해석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좁은 의미)
 
이래놓고 봤을 때 오바마의 위 발언은 고육지책에서 나온 고도의 정치적 발언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넓은 의미의 비확산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공식 인정하는 것이 되어 NPT체제를 통해 패권적 지위유지정책을 구사해온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에서의 핵도미노 현상을 유발시켜 그 유일패권적 지위에 치명적 약점이 생기기 때문에 대단히 곤혹스러운 것이다. 동시에 핵확산은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동북아의 핵군비 경쟁시대가 열리게 되어서 그렇다.

또한 좁은 의미의 비확산은 사실상의 '비핵화'를 통해서 '비확산'을 달성한다는 논리가 들어가 있는 개념이다 보니 이미 핵을 가졌거나, 완성하려는 북한이 절대 수용할리가 만무한 것임을 아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 그래서 미국은 그냥 ‘전략적 인내’ 뒤에 숨어 시간을 벌고자 했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미국적 시각으로도 1-2년 안에 ICMB 등 전략무기 완성과 맞닿아 있어 미국을 더욱 더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했을 때 미국이 희망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 방법은 북한이 파키스탄 및 인도, 이스라엘 모델과 같이 NPT체제 하에서의 인정이 아닌, NPT체제 밖에서 인정하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해 주는, 이른바 공식적으로는 핵보유를 인정해주지는 못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핵보유를 인정해주는 암묵적 인정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는데 있어 치명적 약점이 몇 개 있다. 하나는 북한이 파키스탄(인도, 이스라엘)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 첫 번째다. 이 뜻은 이들 국가가 핵무기를 가진 것은 맞지만, ICBM 무기까지는 갖지 못한 국가라 한다면 북한은 이들 국가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즉,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ICBM을 확보했거나, 그것이 아닌 미국의 시간표대로 하더라도 1-2년 안에 ICBM을 보유할 수 있어서 그렇다. 
 
두 번째는 북한이 과연 NPT체제 ‘밖에서의’ 핵보유국 지위를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서 그렇다. 이유는 북한이 바보국가가 아닌 이상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NPT체제 밖에서의 사실상 핵보유국들은 미국과 국제사회(UN)의 그 어떤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렇게 유례없는 극강의 제재를 받았던 북한의 입장에서는 ‘NPT체제 밖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인정해 줄 테니 이제 북핵문제는 없었던 걸로 하자’ 이렇게 퉁치고 나오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안을 그렇게 쉽게 받아 줄 수 있을까? 결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설령 그 제안을 북한이 받는다 하더라도 그 ‘북핵 값’에 대해서는 엄청난 비용을 요구할 테고, 이를 미국과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최대의 관전 포인트가 되어 있어서 그렇다.    
 
다시 말해 미국의 입장에서는 NPT체제 내에서든, NPT체제 밖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든 간에 북핵문제가 해결되는 그 순간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미국이 과연 이 정치적 무게를 어떻게 감당해낼 수가 있을까하는 해법 찾기가 이 문제해결의 가장 큰 관건이 된다 하겠다.  
 
두 가지 경우의 수로 그 가설을 성립시킬 수밖에 없다. 하나는 우리가 이미 많이 예측하고 있듯이 파키스탄과 인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북한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필요충분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나가 북한이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고, 또 다른 하나가 북한이 이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요구할 그 엄청난 대가(주10)를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또 다른 그 하나는  NPT체제 내에서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는 세계핵독점체제가 5개국에서 북한까지 포함되는 6개국으로 들어난다는 의미인데, 만약 그렇게 수용된다면 NPT체제는 붕괴되지 않고 유지는 되겠지만, 과연 미국이 비핵국가들의 반발과 그 역설에 의해 발생할지도 모르는 핵 도미노 현상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분명 골칫거리로 떠오를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 위협에 미국이 거의 항복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를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부터 불량국가·악의 축으로 불리던 그 어떤 국가가 NPT체제로 포섭되고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럼 기존 핵보유국들은 핵보유국가대로, 비핵국가들은 비핵국가들의 관점에서 미국의 그러한 결정에 선뜻 동의해 줄 수 있을까? 참으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북핵 문제는 미국이 전략적 인내 뒤에 숨어 지내는 동안 둘 다의 방식으로-인정해주든 안 해주든 상관없이 미국이 뭔가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절대 풀 수 없는 고차원적인 방정식으로 그 성격이 전환되어버렸다.(주11) 이른바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근거는 핵독점에 근거한 세계재패전략을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필연적으로 NPT체제를 유지시켜내어야 하는데 그 방식으로 NPT체제 내에서의 인정방식은 북한을 제외하고 미국 자신과 핵보유국, 그리고 ‘사실상의 핵보유국, 더 나아가 비핵국가들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해법이기에, 찾아지는 해법은 북한의 ‘사실상의’ 핵보유 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해야만 NPT체제를 유지할 수 있어 그 선택을 피할 수 없는 상수가 되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NPT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세계유일의 현대제국주의의 위엄을 지켜낼 수가 있는가 하는 문제 앞에서는 예전과 같은 영광(?)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달콤한 유혹에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해서 분명한 것은 그렇게 되었을 때는-‘사실상의’ 핵보유가 되었을 때는 미국은 이른바 이빨 빠진 호랑이로의 전락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된다. 그러한 상황이 싫어 핵보유를 인정해주지 못한다? 그러면 그야말로 NPT체제 그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이 선택은 최악이 된다는 것을 미국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이 1-2년의 기간 동안에 미국은 불가능한 비핵화에 매달리기보다는 북한 핵을 동결시키고 비확산하는 쪽으로 협상을 종료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즉, 북한에게 체면과 명분을 주면서도(북한이 수용가능 한) 자국은 실리(NPT체제 유지)를 챙기는 그런 선택지(두 국가가 합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가 핵동결과 비확산에 근접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러면 그 상호교환의 방식에는 이제까지 알려진 봐와 같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체결, 모든 제재해제와 경제관계 정상화 등을 기본(이하, 3대 기본요인)으로 하는 것인데, 여기까지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NPT체제 밖에서의 ‘사실상의’ 핵보유 의미를 담아내는 교환방식일 텐데,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북한은 분명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왜냐하면 온갖 멸시와 간난신고 끝에 핵을 보유하고, ‘사실상의’핵보유국들과는 달리 ICBM을 가진 북한으로는 그런 헐값에 ‘북핵 값’을 소진시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거기까지-3대 기본요인은 북한과 미국이 합의할 수 있는, 아니 이미 합의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해서 지금의 상황-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ICBM 기술획득을 가지고 있는 상황 하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끝장대결’ 양상이 NPT체제로 들어가 핵보유국이 되려는 북한과, NPT 밖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묶어두려는 미국과의 첨예한 기 싸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 있는 분석이 되는 것이다.
 
해서 상당 기간 북한과 미국은 그러한 기 싸움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지점에서 협상결론을 낼 것인데, 그 타협점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 북한이 NPT체제 밖에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수용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게 비핵화 불평등성-핵 완전폐기 이행조약 삽입, 비핵국가들에 대한 불리한 조약개정 등에 대한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주한미군철수와 한미동맹해체를 그 대가로 지불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종국적으로 전 세계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에 합의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북한은 타협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발생한다.
 
미국에게 이는 북한의 핵보유로 인해 기간 써온 전략적 인내정책이 완전히 파탄난 상황 하에서 NPT체제를 지키고, 자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위 글에서 증명되어졌다. 또한 그렇다하더라도 그러한 선택을 조만간 미국이 할 수밖에 없음도 증명되어졌다. 하여 미국은, 트럼프는 트럼프의 장사꾼적이고도 특질적인 기질에서 나온 지극히 개인적인 결론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시스템에서 그렇게 밖에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러 가고 있는 결과만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미국에게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아있지 않는 것과 같다.

결코 허장성세로 시간을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당장, 혹은 늦어도 1-2년 안에 북한에게 '핵 보유국가'의 지위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해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략적 인내정책과 같이 시기를 실각하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당위적으로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는 가능하다? 참으로 이론적이지도 분석적이지도 않다. 정책적으로는 너무나 나이브한 인식에 다름 아니다. 하여 한반도에서 비핵화는 가능한가? 라는 질문은 매우 심각해야 하고, 중층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결론에 적어도 이 질문은 평화체제로 가는 입구로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다. 굳이 가능하다면 그 출구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핵을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 정도만이 합리적인 사고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북핵을 두고 북·미간의 담판이 위와 같이 결론날 것이고, 실증적으로도 북핵과 관련해서는 지난 20년 동안 북핵을 막으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압박과 제재도 하고, 양자회담 및 6자회담도 하였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하였음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그 실패와 반비례하여 북한은 이제 핵보유 지위획득이 거의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 상황은 제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어서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핵보유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혹은 이미 완성했을 수도 있는-북한 보고 핵을 포기하라? 대단히 사실적이지 않는 대응이다.(관념적인 대응이다) 합리적 행위국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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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현재 NPT는 유엔 회원국 194개국 중 188개국이 가입해 있다. NPT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은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4개국과 쿠바, 그리고 신생국인 남수단밖에 없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D%95%B5%ED%99%95%EC%82%B0%EB%B0%A9%EC%A7%80%EC%A1%B0%EC%95%BD(인용일: 2017-10-30) 참조.

2) 미국은 첫 핵보유국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2017년 현재) 유일하게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한 국가이기도 하다.

3) NPT 전문을 참조.
https://namu.wiki/w/%ED%95%B5%ED%99%95%EC%82%B0%EA%B8%88%EC%A7%80%EC%A1%B0%EC%95%BD(인용일: 2017-10-30)

4) 해서 미국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는 실제 대한민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할 수 있다는데 초점이 있다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을 흔들어 전략자산무기 판매와 한국측에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여내려는 정치적 메시지에 불과한 것이다. 백번양보하여 대한민국에 전술핵 재배치가 이뤄진다 해도, 또 그 전술핵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공동 운영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는 헛 똑똑이 짓이다. 왜냐하면 유럽에서도 발사의 결정권한은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결정하고 미국이 운용한다는 말이다. 연동하면 대한민국의 전술핵도 핵 억지 주체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이 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5) 다시 말해 한반도 비핵화의 시작은 노태우 정권시기인 1991년 12월 북한과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듬해 2월 남북 비핵화선언을 정식 발효 시키면서부터다. 이후 북한은 발효 10개월 만에 합의서 채택 파기를 선언했으나, 남한은 지금까지 그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6) 1991년 12월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1조에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7) 개념적인 의미에서 미국의 ‘핵우산’은 제3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핵공격하면 이를 미국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하고 핵 보복을 하겠다는 약속으로 작동되는 핵 억제력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른바 전략자산이라 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 전략폭격기 등을 배치하여 동맹 국가들을 보호하고 있다. 

8)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링크기사를 참조하길 바란다.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0700.html(인용일: 2017-10-31)

9)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라.(10.4선언 10주년 기념사에서)”

10) 이 대가와 관련해서 현재까지 파악된 것으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북미수교, 제재해제 및 경제지원 등이다. 그런데 이 조건은 필자가 보기에 북한이‘끝장대결’이전의 대가적 요구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이 끝장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대가비용이 더 늘어나 있다고 본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북한의 요구주장을 확인하면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분명한 것은 그 요구에 북핵 동결과 비확산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전 세계 비핵화 요구와 주한미군철수 및 한미동맹해체 등은 반드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11)  왜냐하면 우리가 북핵 얘기를 하면서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말이 쉬워서 그렇지 북핵 완전 불인정과 북한을 NPT체제 밖에서든, NPT체제 안에서든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그런 문제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실제 핵을 가진 북한에게 북핵 불인정은 핵비확산금지조약(NPT)의 해체의미와 함께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핵 패권 몰락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불인정은 이제 가능하지 않는 선택범위이다. 동시에 당장 몇 십 년은 미국중심의 기존 핵 질서의 지각 변동을 초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좀 더 시간을 길게 보고 멀리 보면 향후 20년 전후해 중국이 G1이 된다는 점에서 그러면 중국변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계산해내어야 한다. 즉, 중국이 G1이 되었을 때 과연 중국은 북핵을 묵인해 줄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그리고 이의 실제적용은 다음과 같이 그 양상이 드러날 것이다. 파키스탄이나 인도와 같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이지만 공인되지 않는 국가로의 북한을 자리매김 해주자는 주장이 그것인데, 언뜻 보면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 글에서 확인되고 있듯이 몇 가지 해결해야할 딜레마가 있다. 우선은 NPT체제 안에서 북핵 인정은 미국의 핵 패권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NPT체제 밖에서 이 해법이 통해야 하는데, 과연 북한이 이를 수용할까?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유는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끝장대결의 최종 종착지기 미국의 핵 패권을 끝장내는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보면 NPT체제 안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보유 지위를 얻으려는 공산이 매우 커서 그렇다. 둘째는 백번양보하여 북한이 NPT체제 밖에서 그렇게 ‘사실상의’ 핵보유를 수용한다하더라도 한미동맹과 대한민국은 계속하여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멈출 수 없게 되어있어 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 다음 연재 글은 ‘Ⅲ. 담대한 제언: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하여’의 세 번째 ‘3. 제언: 평화체제이행의 조건들’에 대한 글이다. 나름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갖고 시작된 연재 기고 글의 마지막 글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총정리의 글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굳이 첨언하자면 문재인 정부가 북핵 해법을 풀어 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바람과는 상관없이, 북핵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내왔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자평해본다. 독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김광수: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인제대 통일학부·부산가톨릭대 겸임교수·외래교수/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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