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조지 오웰

 

 생장 
 - 다니카와 슌타로

 3살 / 나에게 과거는 없었다
 5살 / 나의 과거는 어제까지
 7살 / 나의 과거는 상투 끝까지
 11살 / 나의 과거는 공룡 같지
 14살 / 나의 과거는 교과서대로
 16살 / 나의 과거는 무한을 힐긋힐긋 쳐다보는
 18살 / 나의 시간이 무언가를 모르고 있다 


 요즘 ‘과거’가 귀환하는 영화들이 등장했다.   

 ‘김광석’ ‘노무현입니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우리는 오로지 장밋빛 미래를 향하여 돌진했다.

 하지만 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다.

 앞으로 앞으로만 진격하다 우리는 문득 허망한 낭떠러지 앞에 도달했다. 

 우리는 이제 과거를 뒤돌아보고 있다. 

 희망은 과거에 있는 것이다(벤야민).
 
 ‘현재’를 잡으라고 한다.

 그 ‘현재’는 과거를 품고 있고 미래를 잉태하고 있다(하이데거). 
 
 우리는 오로지 ‘현재’에 살지만 그 현재는 과거와 미래가 없는 현재가 아니다. 
  
 대학 때 ‘독서 서클’에서 읽었던 ‘역사란 무언인가?(카)’는 화살처럼 앞으로만 날아가던 나의 시간을 ‘현재’에 머물게 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다!

 과거의 사건들은 지나간 사건들이 아니라 현재와 끊임없는 대화 속에 있다.

 현재는 돌멩이처럼 굳어진 게 아니라 계속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석가는 깨달음의 경지를 ‘화엄華嚴- 삼라만상이 꽃으로 장엄하게 피어남’이라고 했던가?

 과거를 화석으로 만들려는 국정교과서가 자연스레 폐기되고 있는 것 같다.   

 과거가 사라진 현재는 얼마나 참담한가!

 ‘1987년 6월’은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았다.

 그렇게도 애타게 부르던 ‘민주주의여 만세!’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 감격이 김광석의 노래로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역사의 물줄기는 엎치락뒤치락 흐르며 ‘노무현’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다 역사는 암흑 속에 빠져들고 우리는 다시 촛불로 암흑의 세계를 밝혔다.

 우리는 지금 ‘1987년 6월’과 대화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생장’이란 얼마나 암담했던가!

 ‘나의 과거는 없었다’

 ‘나의 과거는 무한을 힐긋힐끗 쳐다보는’

 ‘나의 시간이 무언가를 모르고 있다’ 

 ‘과거’가 선연히 되살아날 때 우리는 ‘나의 과거는 무한을 힐긋힐긋 쳐다보는’ 눈으로 ‘나의 시간이 무언가를 알게 될 것이다’

 이명박의 ‘다스’는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풀어내는 가느다란 실마리일 것이다. 

 그 실마리를 풀어내면 우리 역사의 강물 아래 깊이 잠겨 있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길어 올려 질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햇살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   

 비로소 ‘나의 시간’은 ‘영원한 현재’로 장엄하게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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