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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토론회, 상한선 없는 해법 모색의 장 돼야<기고> 국보법‧한미군사동맹의 틀에 갇힌 토론회 - 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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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30  11: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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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최근 조계사 경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보수·중도·진보 100인 토론’은 한반도의 급박한 정세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했다. 하지만 <통일뉴스> 등에 보도된 관련 보도를 보면 이 토론회는 국가보안법(국보법)과 ‘한미군사동맹’의 틀 안에 갇힌 제한된 내용으로 그쳤다는 아쉬움이 크다.

발언자들은 대부분 국보법에 의한 자기 검열을 거친 듯한 제한된 내용의 언급에 그쳤고 한미군사보호조약에 의해 실제 한국이 미국의 군사식민지 상태인 것에 대한 문제제기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련기사 보기]

국보법과 부적절한 한미동맹관계는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합리적 대처와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점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이들 최악의 두 요인을 방치하는 것은 냉전시대이래 지속된 좁은 토론 공간에 스스로를 가둬두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는 미국의 사드 배치 강행과 중국의 보복, 북 핵과 미사일이 완성 단계 일보 직전이라는 상황에서 마련된 것으로 기대가 컸다. 한반도가 냉전시대와 격이 다른 지각변동을 겪고 있거나 본격화될 것이 분명한 시점에서 매우 필요한 행사였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이 토론회가 긴급 현안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라서 만족할만한 해법이나 대안이 나오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종전과는 크게 달라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탁 트인 집중 분석 등은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모두의 현실 속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회의 전반에 대한 분위기는 국보법 때문에 할 말을 제대로 못한 토론회로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북미 대결 차원에서 강행되고 있다는 점과 그에 대한 사실 관계는 다 공개된 상태라서 상세한 논의가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현재의 한반도 사태는 북한의 입장에서 상황을 살피는 자세를 외면한다면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벌써 없어져야 할 국보법이 허용하는 공간에 갇힌 상황에서는 21세기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제대로 된 한반도 관련 방안이 나오기 어렵다. 과거와는 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한반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막힘없는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국보법을 개폐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수년전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라서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촛불의 힘을 빌려 미국에 대해 박근혜 정권과는 다른 남측의 자주권을 행사하면서 발언권을 확실히 행사하는 그런 전략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시민사회 등에서 좀더 진취적인 대북 정책 방안이 나오지 못한 것도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 당시 발표한 대북 정책인 ‘대화와 제재’는 북핵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점이 뻔한 상황이었는데도 마치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라도 있는 듯한 자세로 제시되었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의 대북정책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는 점이 모호해지고 말았다.

정치는 발밑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가까운 장래에 대한 전망과 포석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마다 ‘너 그럴 줄 몰랐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서 군사적 대응조치를 강행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그것은 필요한 군사적 대응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국제사회나 북한이 감탄하면서 받아드릴 만한 대안 제시가 동시에 나왔어야 했다.

문 정부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북핵 실험 등을 구실 삼아 그 추가 배치를 강행했고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중국의 선처만을 기다리는 식이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남측에 직접 보복 조치를 취한 것으로 향후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떤 식으로 취해질 것인가를 충분히 예견케 했다. 중국은 남북한 양쪽에 통제력을 행사하게 되는 강력한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 정부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더욱 적극 호응하는 태도를 보여줬을 뿐 중국에 대한 대책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사드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미국의 ‘군사적 권리’가 행사된 것으로 이 조약이 유지되는 한 향후 제2, 제3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이 슈퍼 갑의 위상으로 규정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맺은 방위조약 수준으로 바꾸는 것 등을 검토할 단계다. 필리핀과 일본은 자국의 군사적 주권이 확보되는 대등한 차원에서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하는 위상에 맞게 미국과 대등한 군사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한미 정부 당국 등은 북 핵과 미사일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종속변수가 되어서는 한반도 문제가 제대로 풀리거나 평화통일 노력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 된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군사적 예속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국제사회에 창피한 일이다.

향후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진행 방향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 제재, 압박의 심화가 불을 보듯 뻔하고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마이웨이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전제로 해서 시민사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더 강도 높게 진행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남측 통일운동 진영의 활동 공간이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핵이 기정사실화된다면 그에 대한 남측의 수구 보수가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은 뻔하다. 그것이 일반인에게 큰 호소력을 지닐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 지형도 그 영향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에는 이’라는 식의 남측 대응이 강조될 경우 이른바 진보세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면서 평화통일의 노력도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냉정해야 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남측이 한반도 문제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국보법을 개폐해야 하고 한미군사동맹을 정상화 시켜서 군사적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남측이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면서 북한과 중국 등에 대한 정책을 창조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특히 남북 관계를 상정할 경우, 남측의 여야가 다투는 것처럼 통일 주도권 등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전제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이 지닌 천부적인 권력 욕구는 남북 간에도 당연히 해당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하는 방향으로 청사진이 그려져야 할 것이다. 이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남측 정치권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미국눈치를 보거나 유권자를 의식해 종북공세를 두려워하는 공통점이 있는데 시민사회는 상한선 없는 전략적 방안을 제시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시민사회가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질적으로 변화한 한반도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보법 개폐,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상화 작업을 항시, 동시적으로 벌여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가 21세기에 동북아와 지구촌 평화,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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