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헌문집출판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민가협양심수후원회 김호현 전 회장(왼쪽)과 김혜순 현 회장이 권오헌 선생에게 책을 헌정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평생청년 권오헌 선생 출판기념회’가 300여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민가협양심수후원회와 권오헌문집출판준비위원회가 공동주최한 ‘평생청년 권오헌 선생 출판기념회’가 300여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오후 4시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

김호현 권오헌문집출판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부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 땅에 통일, 민주화, 노동, 시민사회운동을 이끄는 분들이 거의 다 단걸음에 와주셨다”며 “마음을 모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김호현 공동위원장은 “올 7월 5일 서울대병원에서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담담해하던 선생을 뵈면서 우리들은 오히려 급해졌다”며 “서둘러 권오헌 선생 문집출판위원회를 꾸리고 손수 꾹꾹 눌러쓴 손글씨 육필원고를 기반으로, 온전한 선생의 의식과 삶, 현장의 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옥고를 이렇게라도 출간하게 되어 한편으로는 죄송하지만 또 한편으로 뿌듯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이미 2006년 두 권의 책을 낸 바 있다. ‘권오헌 선생 고희연 및 출판기념회’(공동준비위원장 김호현, 박석률)가 선생의 글을 모은 『인권을 다지며 자주통일의 길로』와 사진집 『살아온 발자취가 역사가 되어』를 ‘창미디어’에서 펴냈다.

이번에는 ‘권오헌 선생 출판기념회 준비위원회’(공동위원장 김호현, 김혜순)가 문집 두 권 『자주 없이 통일 없다』와 『양심수도 국가보안법도 없는 세상』을, 사진집 『살아온 발자취가 역사가 되어(2)』를 ‘민가협양심수후원회’에서 출간했다.

김호현 공동위원장은 “이 책이 이 땅에서 시대를 고민하고 역사를 관통하는 많은 동지들과 후배들에게 귀한 금강경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권 선생에게 “기쁘고 가슴 벅찬 오늘을 오랫동안 기억해주시고 폐암 4기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빨리 막걸리 한잔 나누시자”고 축원했다.

▲ 서평을 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왼쪽)과 축사를 한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0대부터 권오헌 선생을 알아왔다는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서평보다는 권오헌 인간평을 하라면 오히려 훨씬 더 편할텐데”라며 “나한테 부르라면 평생청년보다는 평생총각으로 불러야 된다”고 농담을 건넸다.

임헌영 소장은 “권오헌 선생이 일생동안 바쳐온 것이 크게 나누면 두 가지”라며 ‘미국, 일본 제국주의’와 ‘국가 테러’에 맞선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레드컴플렉스와 그것을 이용하는 정치체제와 배후에 미국과 일본이 조종하는” 구조적 문제로 짚었다.

그는 “권오헌 선생은 활동가이면서도 언제 그렇게 많은 자료를 섭렵했는지 2006년부터 2017년초까지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내외의 모든 사건이 다 들어있다”며 이 책을 ‘역사서’로 권 선생을 ‘사관(史官)의 역할을 겸한 활동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저는 사실 이 해설 쓰면서 막판에 울었다”며 “왜냐면은 이 책이 좀 더 늦게 내도 되는데 빨리 낸 것은 결국 폐암 때문”이라고 말하고 “오늘 이 잔치가 병을 치유하고 한반도 분단과 모든 병폐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다”고 기원했다.

▲ 노래패 희망새가 축하공연을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권오헌 명예회장의 애창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민가협 어머니들과 통일원로들, 출연진이 함께 합창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흥겨운 민요메들리 등을 들려준 노래패 ‘희망새’의 이정아 가수는 “깔끔한 정장차림에 항상 까만 가방을 어깨에 메고 여기저기 지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다니셨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젊은이들보다 더 청춘으로 청년으로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시는 우리 선생님들 뵈면서 ‘평생청년 권오헌’ 이 말이 너무 딱인 것 같지 않느냐”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비전향장기수들의 모임인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는 “권오헌 선생이 없었다면 이 양심수후원회가 이만큼 번창하고 확장됐을까, 이 의문은 이 자리에 오신 분들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며 “권오헌 선생 그러면 뭐니뭐니해도 2000년도에 올라간 비전향장기수 선생들”이라며 북으로 올라간 그들이 “꼭 묻는 것이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그리고 개인적으로 권오헌 선생 안부를 묻는다”고 말했다.

권낙기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권오헌 선생 건강을 염려하는데, 이제 권오헌 선생도 지위와 역할을 조금 바꿔달라”며 “후배들한테도 길을 열어주고 역할을 주고 ‘존재하는 통일운동가’, ‘존재하는 애국자’, ‘존재하는 스승’으로 계셔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에도 예전과 다름없이 기자회견이나 집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는 선생에 대한 걱정과 애정어린 비판인 셈이다.

▲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 저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많은 양심수 가족과 유족들이 권오헌 선생에게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권오헌 명예회장은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젊은 후배들 대단히 감사하다”며 “나라의 자주성 그리고 자주통일, 또 민주주의와 인권, 이것이 우리 주변이 나한테 부여한 과제로써 내가 살아왔다”고 사의를 표했다.

권 명예회장은 특히 “감옥에 있으면서 비전향장기수 선생들을 만났다”며 “나는 이분들을 양심수로 규정했다. 그리고 석방운동과 송환운동을 해서 송환까지 됐다”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제가 쓴 글도 사회적 반영을 제 몸속을 통해서 나온 것”이라며 “이미 이 글들은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에 감히 다시 한번 출판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겸양을 표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나라의 자주와 통일을 위해서, 민주주의와 인권발전을 위해서 다 같이 연대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검소하고 진솔하며 투지 넘치는 평생청년 권오헌 선생의 글이 우리 모두를 평화와 통일, 인권과 정의로 움직이게 하길 기원한다”고 축전을 보내왔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영상축사를 전했다. 장영달, 김희선, 김미희 전 의원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 많은 정치인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일심회 사건’ 관계자와 ‘통합진보당 사건’ 관계자 등 국가보안법으로 옥고를 치른 양심수들과 조순덕 의장 등 민가협 어머니들, 한기명 대구경북 양심수후원회 회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지인들로 행사장이 붐볐다.

또한 임방규, 안학섭, 김영식 선생을 비롯해 대전에서 올라온 허찬형 선생 등 비전향장기수들과 선생도 연루돼 옥고를 치른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관계자 및 가족 등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들의 유족들, 특히 2세들이 축하객으로 걸음했다.

▲ 해외 하객들이 무대에 올랐다. 양심수후원회 미주지역 송영애 회원이 축하글을 대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출판기념회를 마친 참석자들의 기념촬영이 줄을 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나아가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 이철 대표 등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일부러 찾아온 관계자들과 축전 등을 보내온 해내외 단체와 개인들도 많았고, ‘평양시민’ 김련희 씨도 직접 수놓은 액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류경완 회원의 사회로 진행된 출판기념회는 백기완 선생과 함세웅 신부, 전창일 선생,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의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동만 한국노총 전 위원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축사를 했고, 김길숙, 김애숙, 희망새 등이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권오헌 명예회장의 애창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민가협 어머니들과 통일원로들, 출연진과 함께 합창하는 것으로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출판기념회는 막을 내렸고, 3층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축하떡 자르기와 축가, 선물 전달 등을 진행하며 못다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 3층 식당에서 축하떡을 자르는 순서도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평양 시민' 김련희 씨가 자수를 놓아 만든 액자를 선물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권오헌 명예회장은 『양심수도 국가보안법도 없는 세상』 글머리에 “양심수는 개인이나 소수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 공동선을 위해 양심에 따라 활동하다 구속된 의인들”이라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양심수의 석방과 양심수를 잡아가두는 법과 제도, 정책, 관행들의 폐지를 주장했다”고 썼고, 『자주 없이 통일 없다』 글머리에는 “여길 실린 글들은 외세 강점의 분단시대를 살며 동족대결까지 강제되는 역사의 반동에 맞서, 남북이 합의한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적 평화통일로의 정당성을 주장한 현장의 외침들이다”라고 적었다.

(수정, 30일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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