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앞에 큰 산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적폐청산. 이 산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 산의 한 봉우리를 우리는 넘었으나, 아직도 그 대상은 생떼를 부리고 있다. 봉우리와 봉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고, 다음 봉우리를 넘어야만 지금 넘은 봉우리도 온전히 넘은 것이 된다. 새로운 봉우리에서 우리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만났다. 아니 이것 역시 그 이전의 만남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우리를 괴롭혔고, 우리 것을 빼앗았으며,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 그를 조롱함으로써 그로 대표되는 적폐를 청산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 필자 주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와 개미들

  부지런히 일만 하는 개미들이 사는 개미나라가 있었것다
  저녁도 없이 일만 해서 보릿고개는 넘겼는데
  사는 건 날마다 더욱 팍팍해지는 거라
  이때 시쳇말로 개미들의 롤모델이 나타났으니
  이름하여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생겨먹은 것이 쥐 같다고도 하고
  백년 묵은 쥐가 인두겁을 쓴 거라고도 하고
  쥐 유전자가 있어 쥐처럼 논다고도 하였는데
  이 사나이가 왜 개미들의 롤모델이 되었느냐
  예부터 눈물로 만 국밥을 안 먹어본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하지 않았던가
  이 사나이 눈물로 만 국밥을 먹을 만치
  어렵고 가난한 성장기를 보내고 고학을 하여
  마침내 거상의 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했는데
  점원에서 시작하여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더니
  드디어 큰 가게 하나를 통째로 맡았것다
  그때부터 이 사나이 점원의 신화라고 불리면서
  누구나 하면 된다는 롤모델이 되기 시작했것다
  이렇게 눈물로 만 국밥을 먹은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는 법
  그 중 하나는 어렵던 시절을 생각하며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도 우리 주위에는 많고도 많지만
  사실 그런 사람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다른 하나는 양심까지 국에 말아 먹은 인간이다
  좋게 말해서 성공을 위한 집념이 강하고 나쁘게 말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다시 좋게 말해서 융통성 있고 나쁘게 말해서 사기를 잘 치고
  이런 자들이 결과만으로 개미들의 롤모델이 되고는 했었지.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당시 나랏님 철학과도 맞아 떨어져서
  거상의 포스를 지니게 된 이 사나이
  정치에도 뜻을 두어 선량을 뽑는 선거에 나가서
  거상들이 우글대는 운종가의 선량이 떡하니 되었것다
  그런데 이것 역시 제 버릇 개 못 주는 것일까
  선거 기간 내내 돈을 마구 뿌려대다가
  그만 부정 선거로 당선 무효가 되고 말았구나.
  잠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 사나이
  대국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오겠다고 나라를 떠났것다
  이 사나이 머릿속에는 돈과 정치가 꽉 들어찼는데
  거상 밑에 들어가 성공했듯이 새로운 성공이 필요하다고 보고는
  대국에서 한참 유행이던 첨단 금융기법이란 걸 배우기 시작했다지
  마침 한 여인을 만나서 그 동생을 소개 받고
  둘이 통닭집 이름 비슷한 가게 하나를 만들었것다
  그 동생으로 말하자면 공부 하나는 꽤 잘해서
  대국에서도 알아주는 학교를 나왔다는데
  허여 멀건하니 생겨서 흰쥐라고들 했다지
  대국에서 하는 첨단 금융기법이야 이 자가 가르쳐 주지만
  가게 만드는 법 등은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따라가겠는가
  큰 가게를 만들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흰쥐의 말에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기막힌 수를 알려주는데
  단 돈 1억냥만 있어도 은행에 넣었다가 뺐다가를 하고
  은행원을 구워 삶아서 빼내는 시기를 늦게 기록하면
  그것이 수백억 잔고로 둔갑하게 되고
  그걸로 대출을 받는다는 생각, 사기라고 봐야지
  흰쥐라 불리는 자 감탄하는 소리를 연발하고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가 뭔가 이룰 거라고 믿기 시작했는데
  개미나라에 돌아와서도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여러 거상들에게 투자하게 만든 쥐라고 불린 사나이 덕분에
  마침내 개미들의 투자를 긁어 모았것다
  무려 5252마리의 개미들이 주머닛돈 쌈짓돈 털어서 투자하고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처럼 되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웬걸 뭐가 잘못된 것일까 거상들이 하나 둘 돈을 빼가더니
  아 글쎄 흰쥐란 자가 개미들 투자한 돈을 들고 그냥 대국으로 날라 버린 거라
  개미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그냥 휴지 조각이 되고
  하루 아침에 알거지가 된 개미들 그 가게를 상대로 송사를 했것다
  이때쯤 정치를 다시 시작한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그 동안 그 가게는 자기가 만든 거라고 떠벌리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자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오리발 아니 쥐발을 내밀었것다
  그러면서 수도 고을의 목민관도 되고 나랏님도 되려고 하니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필사적으로 오리발 아닌 쥐발을 내밀 수밖에
  마침내 그 가게가 자기 거라고 자랑질하는 동영상도 나오고
  이런 저런 증거도 나와서 의금부가 조사까지 하게 되었는데
  흰쥐란 자만 대국에서 불러와서 감옥에 쳐 넣고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는 증거가 없다고 무혐의 처분
  그 까닭이야 의금부 벼슬아치들이 원래 생존 본능 하나는 짱이라
  이 사나이가 나랏님이 되는 날에는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렇게 된 데는 개미나라의 개미들도 책임이 있었것다
  아무리 사기꾼에 사기꾼을 곱해서 첨단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라도
  그저 결과가 좋으면 된다고 하는 이상한 생각들이
  어느덧 개미들 머릿속에 가득하니 이런 자가 잘 될 수밖에
  그 뒤 나랏님이 되어 나라 곳간을 털기 시작한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나랏님 임기도 마치고 그 동안 번 돈으로 또 새로운 작업을 해보나 했는데
  마각이 아니라 쥐꼬리가 드러나기 시작했것다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뒤를 이어 나랏님이 된 닭이라 불리는 여인이
  거상들 손목 비틀고 짬짜미도 하면서 도둑질을 하다가
  그만 왕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조사가 시작되었는데
  감옥에 들어갔던 흰쥐도 감옥살이 다 하고 나와서 한다는 말이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와 나는 동업을 한 건데
  내가 죄가 있으면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도 죄가 있어야 하고
  내가 징역 살았으니 그도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말이야 백번 들어도 딱 맞아 떨어지는 야그지
  투자한 돈 다 잃어버린 개미들 그 동안 돈 찾으려고 흰쥐 상대로만 싸웠는데
  조사를 해보니 이상한 일이 드러난 거라
  뭔가 하니 개미들이 송사에서 이겼어도
  흰쥐가 돈 한 푼 없다고 해서 못 받고 있었는데
  송사에서 흰쥐한테 진 어느 큰 가게는
  무려  140억냥이나 되는 돈을 받았다는 거라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가게의 진짜 주인이 바로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였다지
  어느 유생이 냄새를 맡아서 추적을 시작했는데
  아주 오래 전 선거 때 돈을 펑펑 쓸 때도
  아흔 아홉칸 짜리 집을 아들 이름으로 살 때도
  이상하게 이 가게가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한테 돈을 대준 거라
  그래서 그런지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 나랏님 하던 시절
  의금부부터 이조, 호조 등을 다 동원해서
  그 돈 받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 뛰게 했다는데
  이 소식을 접한 개미들도 드디어 분기탱천할 수밖에
  5252마리의 개미는 물론이요 수십만 수백만의 개미들이 
  쥐 잡으러 가겠다고 땅을 박차고 나섰것다
  지 돈만 챙기는 그 심뽀도 고약하지만
  나라를 지 돈 버는 수단으로 쓰는 거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사기를 쳐도 도둑질을 해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놈들을
  개미나라에 다시는 발을 못 붙이게 하자고 들고 일어난 거지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향해 가는 개미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자
  당황한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와 그 똘마니들이
  살인 불개미가 나타났다고 포도청은 뭐하냐고 하고
  한 술 더 떠서 지금 나랏님이 정치보복한다고 난리를 쳤지만
  개미들이야 어디 그런 공갈에 한두 번 속았었나
  그래 쥐 잡으려면 살인이 아니라 살서 불개미라도 되겠다 하고는
  그 날부터 개미나라에는 쥐 잡으러 가세 쥐 잡으러 가세
  새끼 개미부터 늙은 개미까지 노래를 읊었다는데
  꼭 어디서 들은 이야기 같은데 아주 옛날 멀고먼 개미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이다

  

필자 소개

정해랑은 여의도 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노동정책연구소 정책실장, 경희총민주동문회 회장, 이수병선생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시집 『공주와 도둑들』, 『재생의 담론, 21세기 민족주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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