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요즘 우리 사회는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공사 재개를 물은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숙의 민주주의에 대해 열띤 토론을 진행하는 중이다.

2,187시간 동안 471명이 참여해 89일 동안 67회 회의와 간담회를 거쳤고, 2박 3일의 종합토론에서는 98.5%의 참여률이 말해주듯 공론화위원회는 최소한 숙의민주주의의 형식을 갖추려고 했다. 

59.5% 찬성 결과 발표 직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론화 조사를 두고 “감동적인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 모델을 다른 사회갈등 현안에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위원회 결정을 보면서 자꾸만 걱정과 의심이 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 신고리5·6호기 핵발전소 공사재개를 권고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청와대에서 감동적인 과정이라며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과정도 평화롭게, 결과도 평화롭게'라는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평화는 정의와 짝이어야 하고 정의는 상생의 벗이어야 한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찬성파는 전기요금 인상의 문제를, 반대쪽은 안정성을 얘기했지만 모두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다시 말하면 안전해야 경제성을 얻을 수 있고, 또 경제성을 확인하려면 환경과 안전에 문제가 없어야 된다. 단순히 찬반의 문제를 넘어 원자력발전소가 인류와 대한민국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가 공동의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임을 자임하는 현 정부에게 '과정도 평화롭게, 결과도 평화롭게'라는 원칙을 늘 강조하고 싶다. 그 평화는 정의와 짝이어야 하고 정의는 상생의 벗이어야 한다.

사드는 박근혜 정권을 탓하며 임시배치(?)를 했다고 하지만 이미 실전배치를 끝내고 있는 미국을 보면서 다시금 이미 이 원칙을 되뇌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노후 원전 폐기, 신규 원전 백지화’와 ‘대안에너지 확대’라는 방향은 옳았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흐름이기도 하거니와 우리의 원자력발전 비율은 30%을 넘는 과중함과 국가주도형 에너지 정책 때문에 다양한 에너지 주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에 대한 대통령의 깊은 고뇌와 생명존엄에 대한 책임 그리고 대의 민주주의 대표들의 정치적 책임은 방기하면서 단지 의사결정 과정의 도피처로 삼지 않기를 평화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깊이 생각하고 충분한 논의과정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원조는 불교의 문사수(聞思修) 공부법과 원불교의 오랜 정통인 공의(公議)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정 상 덕 합장(2017년 10월 24일)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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