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겸 군총정치국장인 조명록 인민군 차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다음달 9∼12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조 차수의 미국 방문은 북한이 지난 1월 22∼28일 열린 베를린 북-미고위급회담에서 윌리엄 페리 미국 대통령 특사의 지난해 5월 평양방문에 이은 답방형식으로 북한 고위층 인사의 워싱턴 방문을 약속한 이후 약 9개월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북한 권력 서열에서 부동의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세인 조 차수는 공군사령관으로 활동하던 지난 93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영변폭격 발언이 나오자 양강도 삼지연비행장에서 미그기조종사들과 함께 이에 대응하는 결의모임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비행기에 폭탄을 장착하고 미국 7함대로 돌진하자는 내용의 결의를 다졌으며 이 정신을 전군에 주입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전 북한군 고위간부 출신의 한 탈북자는 전했다.

조 차수는 김 위원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측근답게 김 위원장의 북한내 현지지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외부인사 접견시에도 거의 빠짐없이 배석하고 있다.

조 차수는 지난 6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했으며 같은달 14일 밤 남북정상의 만찬 때에는 김 대통령을 찾아와 술잔을 가득 채우고 건배를 제의했다.

15일에는 김 위원장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 대통령과 공식.특별 수행원을 위해 주최한 환송오찬에 사복차림으로 참석해 오찬사를 했다.

그는 오찬사를 통해 `조선국방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더불어 마련된 통일건설에 대해 만족한 생각을 갖고 높이 평가한다`면서 `공동선언을 성의있게, 신의있게 실천하자`고 말해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북한 군부의 지지를 밝혔다.

조 차수는 또 김 위원장을 수행해 지난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3월 5일 김 위원장이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했을 때에도 그를 수행했다.

그는 지난 6월 19∼20일에도 평양 순안공항에서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을 김 위원장과 함께 영접하고 양국간 회담에 참석하는 등 김 위원장의 측근, 군부 실력자의 위상을 거듭 과시했다.

현재 60대 후반으로 알려진 조 차수는 해방직후 유학생으로 발탁돼 소련공군대학에서 조종기술을 익혔으며 52년께 귀국해 공군조종사를 거쳐 공군연대장, 사단장 등으로 고속 승진했다.

지난 71년께부터는 공군사령부 참모장으로 활약했는데 당시 공군사령관이었던 오극렬(현 노동당 작전부장)과는 소련 유학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조 차수는 이어 지난 75년 반항공(反航空)사령관으로 기용됐으며 79년 오극렬 당시 공군사령관이 군 총참모장으로 승진하면서 중장계급을 달고 후임자로 발탁돼 95년까지 활동했다.

동시에 그는 지난 80년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의 지위에 올랐으며 82년 최고인민회의 제7기 대의원으로 선출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 85년 상장, 92년 4월 대장으로 진급한데 이어 95년 차수계급을 달고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이 겸직하고 있던 총정치국장으로 전격 발탁됐으며 이후 김 위원장의 각종 현지시찰에 빠짐없이 수행하는 등 군부실세로 급부상했다.

지난 98년 9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는 그 위상과 권한이 한층 강화돼 실질적인 통치기구로 군림하게 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군부 랭킹 1위로서의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그가 이처럼 북한권력의 실세로 부상할 수 있었던데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과 청렴결백한 도덕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있다. (연합200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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