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앞에 큰 산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적폐청산. 이 산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 산의 한 봉우리를 우리는 넘었으나, 아직도 그 대상은 생떼를 부리고 있다. 봉우리와 봉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고, 다음 봉우리를 넘어야만 지금 넘은 봉우리도 온전히 넘은 것이 된다. 새로운 봉우리에서 우리는 ‘쥐라고 불리는 사나이’를 만났다. 아니 이것 역시 그 이전의 만남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우리를 괴롭혔고, 우리 것을 빼앗았으며,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 그를 조롱함으로써 그로 대표되는 적폐를 청산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 필자 주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 태산이 요동치자 쥐가 한 마리 뛰어 나온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이 있것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는 뜻으로,
  예고는 거창하게 했으나 결과가 보잘것없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알고들 있지
  그런데 또 다른 뜻도 있었으니 지금부터 그 야그를 좀 해보자
  머나먼 옛날 저기 멀리 해 뜨는 나라에 커다란 산이 있었것다
  이름하여 적폐청산, 다시 말해서 쓰레기가 쌓여서 청산이 되었는데
  어찌나 산이 크던지 사람들이 태산이라고들 했다지.
  그 산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만 회자되다가는
  드디어는 용트림을 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것다
  그 속에 가득한 쓰레기가 만드는 독가스에 참을 수가 없었던 게지
  그렇게 막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데 이게 뭔가
  갑자기 거기서 쥐새끼 한 마리가 뛰어 나오는데
  이 쥐새끼가 좋게 말해서 꾀가 많고 나쁘게 말하면 꼼수를 잘 부리고
  다시 좋게 말하면 배짱이 좋고 나쁘게 말하면 겁대가리가 없다지
  커다란 적폐청산에서 뛰어나오더니 뒤를 돌아보며 산을 가리켜
  요동치는 일이 퇴행적이고 나랏일에도 도움이 안 되고 결국 실패할 거라나
  적폐청산은 고통스러워서 몸부림을 치는데 뭔 헛소리인지
  이게 시방 공갈을 친 것이여 아니면 발악을 한 것이여
  부글부글 끓는 사람도 많고 손뼉을 치며 깔깔대고 웃은 이들도 많았는데
  이 쥐새끼 왜 그런 싸가지 없는 말을 했을까
  이 쥐새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나라 곳간 털어먹는 재주가 있었다지
  당나라 태종 때는 부하들 거느리고 상대 나라 곳간을 털어서
  당나라가 전쟁에서 이기게 한 공을 인정받아
  드디어 천자로부터 높은 벼슬을 하사 받고는 기고만장했는데
  그런 야그가 옛날 이야기책에 다 나온다고 하더구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이 쥐새끼도 그 일에 이골이 나서
  상대 나라가 아니라 제 나라 곳간을 털어먹기 시작했는데
  한 사나이가 있었지 사람들이 쥐라고 부르는 사나이
  생긴 몰골이 쥐새끼 같아서 그렇다고 들도 하고
  백년 묵은 쥐새끼가 사람 가죽을 쓰고 나타났다고도 하지
  이 사나이가 수도 고을의 목민관이 되어 흙으로 덮어 버린 개천을 다시 팠는데
  환경 문제도 있는데 눈에 보이는 것만 좋게 했다는 말들도 있었지만
  암튼 그래도 그런대로 그 공으로 나랏님까지 되었다네
  이 사나이 모든 강을 개천으로 착각하고는 다 들러 엎은 거라
  아니 착각인지 알고도 그랬는지는 그 속에 안 들어가 봐서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막아버린 강물 땜시 강물이 녹차가 되고
  이상한 벌레들이 들끓고 강가는 폐허의 땅이 되어버렸는데도
  이 사나이와 그 똘마니들은 잘했다고만 떠들어 대니 사람들 기가 막히는데
  이런 헛짓 하느라 나라 곳간도 다 떨어 먹고 어디 그뿐인가
  백년 가고 천년 갈 때까지 후손에게 물려줄 강을 이리 만들어 버렸으니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는지 사람들은 궁금하기만 한데
  누군가 그랬다지 아니 할 말로 생기는 것 없이 그 짓 했겠냐고
  그 옛날 당태종 때부터 쥐라는 동물은
  곳간에 들어가 떨어내면 꼭 자기 것은 왕창 챙겼다는데
  이 사나이 쥐 모양으로 생겼는지 쥐가 변신했는지 아니면 쥐 유전자가 있는지 몰라도
  어쨌든 쥐새끼처럼 뭔가 왕창 챙겨서 먹었을 거라고
  그리하여 구린 데가 있으니 적페청산이 요동치는 걸 보고 한마디 하는 거겠지
  하긴 이 사나이 해 먹은 거야 밤새 야그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일단 태산명동에 서일필만으로 마무리해 보자면
  태산이 요동쳐서 겨우 쥐새끼 한 마리 나왔다는 말도 있고
  그 말은 앞에서 보았듯 뭔가 시끄럽게 해도 결과는 보잘것없다는 말인 거라
  태산이 요동치니 잡아야 할 쥐가 드디어 뛰어 나왔다는 말도 있다는데
  이 말은 쓰레기를 청소하기 시작하면 쓰레기 그 자체인 놈이 나와서 지껄이니
  그 놈부터 반드시 처치를 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해야것지
  뭐가 맞는지는 이제부터 적폐청산이 요동치는 걸 봐야 할 판
  암튼 사람들은 그 일이 있은 뒤 너도 나도 손에 손에 쥐덫 몽둥이 들고
  쥐 잡으러 가세 쥐 잡으러 가세 하면서 적폐청산 앞으로 갔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 옛날 머나먼 해 뜨는 나라의 이야기라네.
 

필자 소개

정해랑은 여의도 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노동정책연구소 정책실장, 경희총민주동문회 회장, 이수병선생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시집 『공주와 도둑들』, 『재생의 담론, 21세기 민족주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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