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 밤 트럼프의 ‘완전 파괴’ ‘오래 못갈 것’이란 말 폭탄을 대북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미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 정부는 대북 선전포고가 아니라면서 전략자산을 동원한 추가 무력시위를 예고하는 등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번지고 있다.

우선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북한 영공 침범은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군의 초고속 고공정찰기 SR71은 1980년대까지 여러 차례 북한 영공을 동서로 횡단했다. 북한이 이를 수차례 미사일 요격 했으나 사거리가 짧아 실패했다. 그런데 북한이 사거리가 긴 소련제 미사일을 개량해 실전 배치하자 미국은 이 같은 북한 영공 침범을 중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SR71보다 속도와 고도가 낮은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전투기들은 스텔스 기능이 완벽하지 않아 북한 영공으로 들어갈 수 없다. 만일 미군이 굳이 북한 영공으로 들어간다면 불법 침략으로서 북한이 자위권 차원의 대응조치로 격추하여도 할 말이 없다. 물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의 경우 그렇다는 것이고, 괴상한 미국 대통령의 경우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또 미국이 북한 미사일 사거리 밖의 선제 타격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북한이 실전 배치, 군사 운영하고 있는 SA-5는 300Km, 매년 실험하고 있는 KN06은 400Km의 사거리에 속도는 마하 12이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서 미군의 선제타격용 전략자산을 기동하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남은 카드는 무엇일까? 남한 방공식별구역 내에서 북한 영공에 최대한 접근하여 압박하는 것이다. 북한은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나 1969년 미군의 EC121기는 북한 전투기의 열추적 미사일에 맞아 청진 상공의 공해 상에 격추된 바 있다. 북한 영공 침범이 그 이유로 설득력을 갖는다. 2003년 미군의 RC-135가 동해 공해 상에서 북한 미그기에 의한 나포, 요격의 위험에서 간신히 벗어났는데, 이 역시 북한 영공을 침범한 이후의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엄포에 대해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맞설 것이다. 이번처럼 영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북한 영공에 최대한 가까운 공해 상까지 접근하는 것이다. 항행의 자유에 있어 국제 관습법 상 사전 통보는 필요 없으나 보통 인접국의 군함이나 전투기가 접근하여 적대행위 여부를 확인하여 퇴출시키거나 공해 상 통행을 묵인한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통행을 저지당한 상대방은 무력행위를 포함해 자위조치를 할 수 있다. 

미국은 이 작전을 해상에서 항모 등을 동원하여 동시에 전개할 수도 있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해양국가인 미국이 남중국해, 흑해, 주요 해협, 운하, 분쟁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군함과 전투기의 작전이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교역국가인 미국의 핵심적인 전술이므로 과거나 현재도 전쟁을 불사하면서 자행한다. 미국은 소련, 러시아, 중국과 항행의 자유를 명목으로 군함과 전투기를 불과 몇 십 미터까지 접근시켜 충돌 직전까지 강행해왔다. 국제관습법에 따라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군함과 전투기의 항행의 자유를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원래 항행의 자유란 인접국에 적대행위를 하려는 목적이 없을 때만 인정된다는 점이다. 사전에 적대행위의 목적이 분명한 경우는 이러한 항행의 자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북한 외무상이 ‘트럼프가 선전포고 했다’고 강조한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행위를 하겠다는 명백한 의사를 밝혔으니까 북한 영해나 영공 근처에서 미국의 항행의 자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즉 항행의 자유를 명목으로 북한 인근의 공해에 접근할 때 이를 북한이 공격해도 국제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과옥조로 삼는 항행의 자유를 포기하겠는가. 전면전을 각오하면 항모까지 총동원하여 항행의 자유를 구사할 것이고 떠보기라면 일부 전략자산 동원으로 한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인용되는 방공식별구역 수준의 공해 상 미사일 사거리 내로 접근하면 항행의 자유가 아니라 적대 행위로 규정하고 북한은 가차 없이 미국 군함이나 전투기를 공격할 것이다.

서로 한 발 물러서지 않는다면 미국의 전략자산에 대한 북한의 SA-5나 KN06 미사일 요격은 기정사실인 셈이다. 다만 위협사격에 그칠지 여부는 북한의 선택이고,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여부는 미국의 선택이다. 매우 분명하고 엄중한 문제는,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할 것이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공해 상의 북미 충돌은 시간문제이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결단이 중요하다. 미국의 ‘항행의 자유’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내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미국에게 북한을 위협하는 항행의 자유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이 굳이 항행의 자유를 하겠다면 최소한 한국의 영해를 지나지 말 것을 주문하고 한국군이 이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보도처럼 미군이 동해 상 NLL을 넘었다면 이러한 행위는 NLL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군의 NLL 침범을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한국군이 미군의 항행의 자유작전에 참여하면 대응과 보복 과정에서 북미간 국지전은 남북전쟁,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북미 군사충돌이 절대 없어야 하지만, 설령 있다하더라도 서로 미사일 몇 방 위협 사격하는 수준에서 전쟁위기 상황이 관리 통제되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