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환 민화협 공동의장은 '핵을 가진' 북한을 새롭게 인식하고 남북관계 운영에 대해서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핵을 갖기 전의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목표를 드러내지 않는 도광양회(韜光養晦)가 기조였다면, '핵을 가진'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적 목표를 좀더 분명히 드러내면서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전략적 목표에 맞게 운영해 나가려 할 것이다."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핵을 가진' 북한은 기존에 인식하던 북한과는 다르므로 이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남북관계 운영의 전략적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승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은 22일 오후 충남 공주박물관에서 열린 '2017 충남토일역사문화포럼-웅진성과 평양성 1,500년의 만남, 남북 도시간 교류를 열자' 2부 정책대화에서 '남북교류협력 환경진단과 남북 도시간 교류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지속적인 도시교류 사례가 거의 없었고, 지금은 10년전과도 크게 달라진 남북교류협력 환경을 새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핵을 가진' 북한과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환 의장은 먼저 "지금의 한반도는 완전히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이다. 누가 운전을 하고 싶어도 일종의 자율모드가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도발하면 한·미와 국제사회가 제재하고 그에 대해 북이 추가 도발하는 악순환이 정착된 것 같다"고 짚었다.

이런 악순환이 정착되기 전에 상황을 풀었어야 했지만 지난 10년간 미국 오바마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대북 정책으로 인해 북한은 마음대로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으며, 그 결과가 지금 우리 눈앞에 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을 갖기 이전 과거의 북한은 남북관계는 열어두고 나서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기 보다는 필요할때 적절하게 전략적으로 타협하고 때로는 수모를 감수하기도 했지만, 핵을 가진 북한은 앞으로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핵은 체제수호를 위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핵을 가진 북한의 목표가 단순한 체제유지와 안정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 의장은 "핵을 통한 북한의 목표는 '불멸의 핵강국 건설'(핵보유국), 국제금융시스템에의 완전한 접근(대북제재 해제)과 급속한 발전국가 모델 채택,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패권의 균형자 지휘확보, 그리고 남북관계에서는 '민족해방혁명의 완성(조국통일)까지를 추구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체제수호가 아니라 혁명을 목표로 하는 나라이고, 정부 수립이후 단 한번도 '전국적 수준에서 민족해방의 완성'을 포기한 적이 없는 나라"라며, "비핵화와 조국통일이라는 두개의 유훈중에서 우선하는 것은 조국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와 전혀 다른 국가적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 온 '핵을 가진'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더  통일에 대해 적극적인 방책과 방략을 가지고 남쪽을 다룰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문재인정부가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로 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나 시민사회 모두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과 철학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제 정말로 시민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향후 남북관계 운영에서 "원칙적으로  정치·군사·경제적 복합관점에서 남북이 대등성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방적 지원보다 탄력적 상호주의를 강화한 남북경제협력과 다자적 정치·경제체제 구축을 강화해 나가는 것"과 "평화, 환경, 인권, 언론 등 북한에 대해 진보적 기준을 강화한 개혁의 부담을 분명히 부과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북 당국간 대화는 물론이고 민간교류에 대해서도 북이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북교류 환경'을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북은 "북미관계의 첨예성에 따라 남북관계가 제약받을 수 밖에 없는 조건에서 남측 민간과의 교류는 국면의 첨예성을 애매하게 만드는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며, 민간교류 자체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남북관계의 교착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적인 통일인식 약화와 함게 특히 젊은 층의 통일 무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통일에 무관심하거나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20대의 응답이 2007년 25.2%에서 2016년 47.0%로 급등하고 '북한을 협력이나 지원대상'으로 보던 인식이 2007년 78.4%에서 2016년 55.3%로 떨어진 반면, '경쟁, 경계, 적대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은 21.7%에서 44.6%로 크게 늘었다.(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국민통일의식조사 결과)

▲ 2017 충남 통일역사포럼 1부 '웅진성과 평양성, 1500년의만남' 왼쪽부터 김정섭 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박순발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 정운용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포럼 2부 '남북 도시간 교류를 열자' 왼쪽부터 하채수 총남통일교육센터 통일교육위원, 김명숙 마을문화연구소 연구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천식 민화협 통일공감포럼 공동대표, 이승환 민화협 공동의장, 성태규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민화협이 '2017 민간통일역량강화 위탁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포럼은 '웅진성과 평양성, 1500년의 만남'을 주제로 한 1부'통일역사대화'와  '남북 도시간 교류를 열자'는 주제의 2부 '남북도시교류 정책대화'로 나뉘어 4시간 동안 진행됐다.

1부에서는 고고학 전문가인 정운용 고려대학교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와 박순발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가 문헌과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본 삼국의 교류에 관한 강의를 한 후 김정섭 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됐다.

2부는 전 통일부 차관인 김천식 민화협 통일공감포럼 공동대표의 사회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이승환 민화협 공동의장이 '남북교류협력 환경진단과 남북 도시간 교류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를 진행한 후 성태규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김명숙 마을문화연구소 연구원, 하채수 충남통일교육센터 통일교육위원이 토론자로 나서 각 분야별 정책 제안과 함께 남북 교류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전 42살 대 초급 육군장교로 부임해 여진족의 외침을 막았던 두만강 녹둔도와 함경북도 나진에 보존되고 있는 승전봉, 승전대비 등을 충남 아산의 현충사와 연결해 유적지 조성과 역사문화투어를 추진하자는 구상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지용 민화협 사무처장은 대구, 광주, 제주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하는 올해 남북교류 준비사업은 오는 10월 22일 강원도를 끝으로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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