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엘리엇)


 콩나물 가족
 - 박성우

 아빠는 회사에서 물먹었고요
 엄마는 홈쇼핑에서 물먹었데요
 누나는 시험에서 물먹었다나요

 하나같이 기분이 엉망이라면서요
 말시키지 말고 숙제나 하래요

 근데요 저는요
 맨날맨날 물먹어도요
 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요


 나는 2년 동안 철도 공무원(지금은 철도청이 코레일로 바뀌었다), 9년 동안 교육공무원을 했다.

 둘 다 안정된 정규직이었다.

 그 뒤 백수 생활도 하고 오랫동안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드디어 나는 ‘놀이와 일이 하나가 되는 일’을 찾아냈다.

 정규직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이다.

 수십 년만 잘 버텨내면 평생 연금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지금 나는 연금이 없으니 가끔 깊은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길을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비정규직으로 오랫동안 살다 보면 ‘내 안의 늑대’가 깨어난다.

 깨어 있는 삶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내가 이런 야성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건 아내가 가정을 잘 이끌어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내게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면 도전하는 삶이 힘들었을지 모른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공무원이 이상적인 직업이 된 것은 그들에게 기본 소득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마슬로우는 말한다.

 “인간의 욕구는 식(食)의 욕구, 안전의 욕구, 사랑의 욕구, 자아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상승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식(食)과 안전의 욕구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기본적은 욕구들을 충족할 수 있는 공무원을 비롯한 정규직을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되어 기본적인 욕구는 충족되어도 그보다 높은 욕구들, 사랑과 자아존중, 자아실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삶은 갈수록 공허해진다.

 우리 주변에 정규직으로 퇴직한 후 연금을 받으며 안정되게 살면서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그럼 어떻게 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도전하는 삶을 살게 하면서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면 된다.

 그래서 나는 국민 누구에게나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본 소득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기본 소득제를 시행하면 우선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면 특별히 공부하고 싶은 학생 외에는 대학을 가려고 하지 않아 입시 위주의 교육이 단번에 개선될 것이다.

 대학은 그야말로 대학(大學)이 되어 진리 탐구의 장이 될 것이다.

 학교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의 장이 되어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창조적으로 구성해 나갈 것이다.

 범죄는 훨씬 줄어들 테고 사람들은 일벌레를 벗어나 진정한 한 인간으로 고상한 삶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에겐 아이의 ‘근데요 저는요/맨날맨날 물먹어도요/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요’하는 야성의 늑대가 있다.

 늘 야성의 늑대를 깨우고 살아야 신나는 삶을 살 수 있다.

 길들여진 ‘개, 돼지의 삶’은 얼마나 슬픈가!

 우리는 매일 물 먹이는 세상에 산다.

 어른들은 물을 좀 먹고 나면 쉽게 나가떨어지지만 아이들은 물을 먹을수록 쑥쑥 큰다. 

 우리 모두 이런 아이의 마음을 한평생 지니고 살 수 있도록 ‘기본 소득제’를 향해 우리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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