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종단 종교인들은 13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7일 성주 소성리에서 사드발사대 4기를 추가배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종교유린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고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7일 오전 성주 소성리, 사드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되는 과정에 발생한 종교유린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종교인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지난 6일 밤부터 7일 오전까지 소성리에서 폭력적인 성소 침탈 등 수난을 겪은 5대종단은 1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드배치 철회하라-종교유린·폭력진압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소성리에서 자행된 사드 강행 배치와 종교 탄압에 대해 입을 모아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특히 이들은 경찰이 '종교케이팀'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병력을 운용하면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맨 앞에 있던 성직자들을 끌어내고, 십자가를 부러뜨리고, 여성 성직자의 쪽진머리를 풀어헤치고 법복을 찢는 등 18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만행을 자행했다고 분개했다.

소성리에 있던 500여명이 채 안되는 주민과 평화지킴이 활동가들 중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60명이 실신하고 30명이 엠뷸런스에 실려갔으며 20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문재인의 경찰! 밀고, 끌어내고, 찢고, 부수고, 짓밟고...종교유린, 폭력진압, 소성리에 인권은 없었다'고 고발했다.

5대종단 종교인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드문제의 최우선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이땅을 살아가고 있는 주민이고 국민"이며, 종교인들 역시 이 땅의 시민으로서 마땅히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주민들의 외침에 동참한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했다.

경찰의 폭력진압과 관련해서는 소성리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종교유린에 대한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현장에서 밤새 주민들과 함께 자리를 지켰던 백창욱 목사는 "국민을 버리고 무기를 택한 정권이 성소를 짓밟으면서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결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은 것이다. 비극적 종말을 맞을 것이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9월 6일 자정을 넘기면서 경찰은 주민들과 전국에서 온 연대자를 해산시키기 위해 병력을 투입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주민들과 성직자들이 차량을 도로에 세우고 그 빈틈에 앉아 어깨동무를 하며 점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기독교에서 예배처로 세운 천막 성소를 허물었던 것이다. 몇 차례 경고를 했지만 경찰은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소를 짓밟았다. 그곳은 이해 당사자인 주민이 아니라 약자와 연대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운영하던 기도처였고, 지난 4월 26일 사드 기습배치 이후 5개월간 세워져 있었던 성소였다."

▲ 왼쪽부터 조헌정 목사, 문규현 신부, 김용휘 한울연대 대표, 강해윤 교무, 백창욱 목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예수살기 평화통일위원장인 조헌정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해왔던 이야기를 스스로 번복하고 가장 나약한 소성리 주민들의 인권을 짓밟았을 뿐 아니라 여러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이 지난 4월 26일부터 이용하던 예배처인 성소와 십자가를 흔적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시켰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조 목사는 "문 대통령이 평화를 외치는 종교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규현 신부는 "문재인 정부에 연민과 분노가 교차한다. 슬프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정권이 촛불혁명 민주정권이라고 했나. 나라다운 나라 만들겠다고 했나.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미룰 수 없다고 했나"라고 되묻고는 "사드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전쟁무기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다. 사드배치는 곧 한반도를 전쟁터로 '공여'한 것과 다름없으며, 무기와 전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를 지키려는 80여명 주민들의 꿈을 짓밟고 어머니의 땅을 유린했지만 우리는 꿈을 포기할 수 없다며, "미국을 떠나 국민의 품으로 오라. 미국에 소망하지 말고 평화를 원하는 국민에게 소망하라"고 호소했다.

"당신의 결단은 정말 잘못된 결단"이라며, "자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돌아오라.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희망을 함께 이루어 나가자"고 거듭 촉구했다.

김용휘 천도교 한울연대 대표는 "도대체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드 배치가 강행되면서 결국 얻은 것은 나라의 자주권이 심히 손상되고 종속이 심화되었다는 걸 확인한 것 밖에 더 있느냐"고 지적하고 "가장 열렬한 지지자인 촛불민심을 이렇게 외면하고 앞으로 국정운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 5대종단 종교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를 외치는 종교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원불교 강해윤 교무는 "지난 4월 26일 박근혜 정권아래서 사드가 기습적으로 배치됐을 때에는 '정권이 바뀌면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선지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질질 끌려다니다보니 더 이상 기대를 가질 수가 없다"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기대는 버렸으나 문재인 정부가 버린 나약한 민중을 껴안고 또 그들이 짓밟은 기도를 계속할 것이며, 그들은 친미를 외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헌신짝처럼 버렸어도 우리는 평화를 외치며 나아갈 것"이라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강 교무는 "문재인 대통령이 원불교 성지 보존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데, 사드를 들여놓고도 보호할 수 있는 원불교 성지는 없다"며, 거듭 사드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사드저지 소성리 종합상황실이 이날 오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6~7일 사드 추가배치를 강행하면서 현장에서만 치료받은 사람이 40여명이고 이후 병원진료를 받은 사람까지 총 70여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중에는 온몸에 심한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은 사람들이 다수 있는 가운데 갈비뼈 골절, 십자인대 파열, 정강이뼈 골절, 손가락 골절 등을 비롯해 눈 위 10cm 열상 등 중상자가 포함돼 있다. 연로한 소성리 주민들은 뇌진탕, 새끼 손가락 골저르 요추 염좌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차량과 기물파손도 심각해서 총 31대의 차량이 유리창이 깨지거나 본네트 손상 피해를 당해 그 피해액만 약 9천만에 달하고, 도로 아닌 곳에 설치되어 있던 천막 6동 파손에 다수 사람들이 핸드폰, 안경, 신발, 시계를 잃어버렸거나 망가졌다.

소성리 종합상황실은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진행하고 폭력적인 진압작전에 대해서는 별도로 경찰과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추가-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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