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일본놈들이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싸워야지, 안그래? 수요시위에 한 번 나가려면 버스 타고 나가서 지하철 타고 또 한참을 걸어서 가야해요. 나도 그만 나가고 싶을 때가 있지만, 힘들어도 그래도 우리 땜에 여기 저기서 와서 고상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가 나가야지.."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 김은례 할머니.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은례 할머니(1926~2008).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을 매주 수요일, 하루도 빼지않고 택시비 아낀다며 굽은 허리로 걸어 왔다. 

같은 처지이던 문필기, 박두리, 황금주, 박옥련 할머니 등과 안부를 묻고 공사장 가림막 그늘에 앉아, 담배 연기와 함께 긴 한숨을 내쉰다. 젊은 이들이 오면 주름진 얼굴이 더 주름지도록 환하게 웃으며, "왔어~"라고 인사한다.

낮 12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총무(현 공동대표)가 켠 확성기 소리에 맨 앞줄에 선다. 김은례 할머니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일본정부는 법적 배상하고 공식사죄하라"고 외친다. 그리고 다시 굽은 허리로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맞은 수요일에 다시 굽은 허리로 걸어걸어 서울로 온다.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오는 13일 1300차를 맞는다. 오지 말아야 할 숫자였지만, 지금까지 1299번째 수요일은 역사였다.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관장 김선실)은 12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박물관에서, 1300차 수요시위를 기념해 '수요일, 12시' 사진전을 열었다. 김학순 할머니와 손판임 할머니(왼쪽부터)의 수요시위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고 강덕경 할머니의 1996년 수요시위 참가 모습.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관장 김선실)은 12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박물관에서, 1300차 수요시위를 기념해 '수요일, 12시' 사진전을 열었다. 

'수요일, 12시' 사진전은 25년의 수요시위 역사를 기록했다. 고인이 된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시 수요시위장에 모여 큰 목소리를 외치는 듯, 김학순, 손판임, 강순애, 박두리, 황금주, 문명금, 문필기, 김옥주, 윤금례, 김은례, 이금순, 박옥련, 김순덕, 강덕경, 지돌이, 장점돌, 최갑순, 이용녀, 최옥이, 이순덕, 배춘희 할머니가 사진으로 되살아났다.

'정신대문제 해결하여 민족자존 회복하자'는 피켓을 든 박옥련 할머니, "안 아프면 가, 아프면 못가, 조금 아픈 거는 가야지. 운동인데, 운동"이라며 경찰의 방패와 맞선 박두리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25년 동안 수요시위장을 지켜온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80여 점의 사진도 전시됐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정대협이 참 수고가 많았다. 25년 동안 같이 울고, 같이 웃고 너무 고생이 많았다"며 "모두가 같이 해야한다. 함께 싸워서 일본정부가 꼭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도록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사> 공동주최인 사진전 '수요일, 12시'는 오는 10월 21일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1300차 수요시위는 13일 낮 12시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다. 

▲ 고 황금주 할머니.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12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박물관에서 열린 '수요일, 12시' 사진전 개막식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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