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적폐 청산과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에 맞서 명진 스님이 지난 18일 단식 정진에 들어갔다. 단식 정진 5일째인 22일 서울 조계사 옆 우정국 앞에서 명진 스님을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남북통일을 위해서 단식하지 않았다. 한국사회가 어려울 때 단식을 못했다. 불교 적폐, 자승 적폐를 청산한다는데 이 한 몸 희생이 대수이냐."

선한 눈빛은 빛났다. 목소리는 여전히 당찼다. 명진 스님은 결연했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에 쌓인 적폐, 특히, 총무원장 자승 스님 재임 8년의 적폐 청산을 위해 스님은 희생을 각오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옆 우정국 앞마당에서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무기한 단식 정진 5일째를 맞은 명진 스님을 <통일뉴스>가 만났다.

촛불혁명으로 적폐청산의 요구를 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불교계는 여전히 적폐와의 싸움이 한창이다. 자승 총무원장 재임 기간,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여자문제, 총무원장 비리 고발하려던 적광 스님에 대한 폭력사태, 주지 금권선거, 동국대 총장 선거개입, 불교언론 탄입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 것.

그럼에도, 조계종 측은 각종 비리에 눈 감는 대신, 이를 비판한 명진 스님과 용주사 비대위원장 대안 스님을 제적했다.

▲ 단식 정진 중인 명진 스님을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가 22일 지지방문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명진 스님은 "전에도 스님들이 시줏돈에서 돈을 왜 따로 안 챙겼겠는가. 왜 몰래 부인이 없었겠는가. 옛날에도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부끄러워했다"며 "그런데 지금 공공연히 드러났는데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 돈 때문이다. 부처님 법 배우고 모든 걸 비우고, 절집안은 소유에 대한 욕망이 없어야 하는데, 돈이 있으니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부처님도 한 달에 한 번 자자회(自恣會)를 하셨다. '비구들이여, 나에게 허물이 있다면 자비심으로 가엾이 여겨 나의 허물을 가리지 말고 솔직히 지적해다오. 그럼 고치겠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도 그랬는데, 자기를 비판한다고 수하를 시켜 폭력을 행사한다? 어찌 이런 일이 백주대낮에 벌어지는가."

적광 스님 폭행사건에 대한 일침이다. 적광 스님이 2013년 8월 자승 총무원장의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조계종 소속 스님들이 끌고가 폭력을 가한 사건이다. 폭력행위 가담자들에 대해 법원은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음에도, 조계종 측은 이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지않은 것. 오히려 조계종 종무실장, 종회원, 본사 주지 등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명진 스님은 "자승 본인이 '출가하자마자 스승 따라다니며 절뺏기 하느라 중정신이 안들었다'고 고백했다"며 "그런 사람이 사회에서 공부하고 무상을 느껴 출가한 사람을 자기를 비판한다고 폭력을 행사한다? 조폭도 그런 짓은 안한다"고 일갈했다.

▲ 명진 스님 단식 소식에 각계 인사들이 지지방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명진 스님의 단식은 자승 총무원장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불교계 전반에 걸친 적폐 청산의 뜻이 담겨있었다. 

"한국 불교는 중이나 불교 신도들만의 것이 아니다. 1천 7백년 역사 속에 문화와 민족이 살아온 삶 속에 불교적 영향을 알게 모르게 다 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외국에 내놓을 전통적 문화가 살아있는 곳이 절집이다. 그런데 문화적 전통이 더럽고 추잡하게 변하는데 분노한다. 자승이 이러저러해서가 아니라 문화전통이 이렇게 무너지고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정도로 타락한 데 참을 수 없다."

▲ 서울 견지동 조계사 옆 우정국 앞에 자리잡은 명진 스님 단식 정진 천막.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자승이 물러날 때까지는 아니다. 물러날 실마리가 풀리고, 사법적 조치가 취해진다면 나는 단식을 중단할 것이다. 이상하리만큼 힘이 안든다. 한국사회 보석 같은 분들이 뒤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명진 스님의 단식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불교적폐 청산은 하나의 종교문제가 아닌 한국사회 적폐청산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명진 스님의 단식 정진을 응원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각계 1천인은 23일 '조계종 자승 적폐청산'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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