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학 /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하 한일군사정보협정)은 만료 90일 전(올해 8월 24일)까지 일본정부에 폐기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그런데 8월 14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일본으로부터 군사비밀정보를 받아본 결과 “협정을 1년 운영한 것 가지고 (폐기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면서 "1년 더 연장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협정 연장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일군사정보협정은 절대 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무런 여론 수렴도 없이 체결된 것으로 12.28 위안부합의와 함께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국정농단이다. 더욱이 한일군사정보협정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임에도 국회비준동의를 받지 않아 원천적으로 불법이다. 새 정부가 근거도 뚜렷이 밝히지 않고 여론수렴도 생략한 채 협정을 연장하려는 것은 박근혜정부의 독단과 다를 바 없다.

애초 국방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해 일본의 정보능력을 활용가능”하다고 하면서 협정체결의 실익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실익이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한일군사협정이 체결된 뒤 북한이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9번(성공한 사례)이다.

이 중 남한을 사정거리로 하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단 두 차례였고 나머지는 일본 또는 괌, 하와이,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준중거리미사일(1000-2500km)이나 중거리미사일(2500-5500km), ICBM급 미사일이었다. 그런데 남한을 표적으로 하는 2건의 경우도 일본이 탐지하는 정보는 한국한테 쓸모가 없다. 일본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한국만큼 정확하고 빠르게 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전체 9건 중 7건이나 된다. 더욱이 한국이 제공하는 북한탄도미사일 정보(7건)는 탐지의 신속성과 정확성 면에서 볼 때 일본에게는 MD작전의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정보가 된다. 미국이 한국에 한일군사정보협정을 강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는 주한미군의 사드도 배치되어 있다. 사드레이더는 전진배치 모드로 운용 시 탐지거리가 2000∼5000km에 달해 일본이나 미국을 향하는 중국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 탐지와 추적이 가능하다. 결국 한일군사정보협정으로 일본과 미국으로 향하는 북한 및 중국의 탄도미사일 정보가 미일 통합MD에 제공되게 됨으로써 한국 MD는 북한 및 중국의 탄도미사일로부터 미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한 MD로, 한국은 중국을 감시하기 위한 미국의 전초기지로 전락될 위기에 처해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올해 4월과 8월 잇따른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보여주듯이 전쟁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또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핵공격 대상으로 되고 있다. 사드장비가 한국에 반입되자 환구시보는 “중국은 관련 전략무기로 반드시 한국의 사드배치지역을 겨냥해야”(환구시보, 2017.3.8)한다고 주장하였고 4월 26일 양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신형무기로 사드대응 훈련을 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밝혔다.

한국이 일본에 제공하는 각종 대북 군사정보는 자위대의 한반도 재침략에도 이용된다. 올해 4월 한미연합연습 기간 중 미국의 대북 공격설이 급격히 고조되어 우리 국민은 공포에 떨었다. 이 와중에 일본은 “일본으로 넘어오는 피난민을 선별적으로 대처해 받을 것”이라는 등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 틈을 타 한반도에 대한 자위대의 침략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4월 18일 일본 방위상은 유사시 자위대가 한국 내 일본인을 구출할 수 있다며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거론하였고 4월 21일에는 한반도 유사사태에 대비해 자위대 투입계획을 세웠음을 발표하였다.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 및 이를 법제화한 일본의 안보법률은 평시, 중요영향사태, 존립위기사태 때 한반도 영역 내외에서 미군과 자위대의 공동작전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 때 한국의 사전 동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따라서 일본에 전달되는 인적정보(휴민트)를 포함한 각종 대북 군사정보가 이런 일본의 한반도 재침략을 뒷받침하게 됨은 물론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시행한지 1년이 채 안되므로 폐기여부를 결정할 판단근거가 부족한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실익도 없고 한국MD의 미일통합 MD편입을 초래하고 한국을 대중국 감시기지로 전락시킬 뿐인 한일군사정보협정을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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