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탈출전략은 무엇인가'를 주제의 평화전략시국대토론회가 22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핵 및 사드 문제에서 탈출하는 전략은 지금 우리가 희망적으로 품고 있고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상식을 깨는 것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촛불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무색하게 한반도는 상시적인 위기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좌절과 무력감,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을까?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탈출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22일 열린 '평화전략시국대토론회'에서 지금까지 북핵 및 사드배치 등 외교안보 현안이 교착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현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고 허가를 받아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이른바 '미국 입구론'을 벗어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개선부터 시작하자는 '미국 입구론'은 미국이 한반도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힘이 센 유일한 강자일 때 가능한 접근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좀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급변한 북한과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잘못된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이후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한 지금까지 9년간 북한은 2차~5차 핵실험을 진행했고 미국과 중국은 양국 전략회의를 시작하면서 G2체제를 공고히하는 등 주변 안보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으나 남한에서는 진보진영에서조차 여전히 2009년 당시에 옳았던 '동결입구론'과 '비핵화-평화체제 교환'을 10년이 지난 지금 캐비넷에서 꺼내 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몸이 불편했던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1개월간 공식적으로 세차례 중국을 방문하는 등 주변 정세 속에 발전전략을 가다듬었던 것과도 대비되는 측면인데, 특히 그 기간 북한이 협상이나 거래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보검'이라는 인식하에 핵능력을 계속 고도화해 왔고 이미 2013년에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선포한 상태이기 때문에 9년 전 동결-비핵화라는 단계적 해결방식이나 비핵화-평화체제 교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중의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8년 북한이 핵을 들고 절대 강자인 미국을 상대로 체재보장을 위한 거래를 하려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북한이 미중의 패권격돌 상황에서 '마이웨이'를 주창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 및 평화체제가 같은가치로 거래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결'이라는 표현도 벌써 지난 1994년 제네바합의때 나온 것이고 그보다 훨씬 세부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했던 핵시설 폐쇄.봉인.불능화 조치가 2007년 2.13 및 10.3합의를 통해 6자회담 틀안에서 진행되었으며, 비핵화를 위한 평화체제 구상도 이 당시 이미 경험했던 일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무능력까지 언급했다.

▲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교수는 "우리 삶을 결정하는 한반도라는 링위에 글로브를 끼고 등판하기 위해서는 '담대한 여정'이 아니라 '대범한 모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G2로 부상한 중국이 있고 '핵보유국'임을 대내외에 선포한 북한이 있으며,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한반도 주변 정세에 눈감고 지내면서 선수로 등판해 본 적이 없는 한국이 있다.

김 교수는 "선수로서 처음 링위에 올라가면 북한과 미국, 중국 어느 누구에게라도 펀치를 맞을 수 있지만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선수로서 링위에 올라가기 위한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한다. 여기엔 어떤 조건도 필요없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이제는 미국 바라기가 아니라 북한 바라기로 전향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미리 준비한 발제문에서는 "현재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본격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조건을 제시하기보다 실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제안으로 북이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화를 위한 비공개 실무접촉 등 대화전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남북 특사교환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대범한 모험'의 구체적 내용을 제안했다.

이어 "미국의 용인이나 중국, 국제사회의 협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으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며, "미.중 중심의 국제질서 변화속에 남북관계의 개선 및 발전을 통해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발휘함으로써 외교안보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중이나 국제사회와 관계없이 우리 독자적으로 대북정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대화를 선행하면서 미중이나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모험적 대북전략과 대담한 접근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중.일.러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를 운행하는 '운전석'에 앉을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가 "북핵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와 퉁일의 주체가 남과 북이라는 점과 한반도의 운명 역시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제기한대로 절차적 정당성과 군사적 효용성을 따지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이후 사드추가 배치를 지시한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절차적 정당성과 검증되지 않은 군사적 효용성을 따지는 문제를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면 미국과 중국 누구에게도 이 문제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드배치로 대북압박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미국으로부터 받았다는 주도권도 무의미한 상태에서 중국과의 갈등은 심화될 것이 분명해 이로 인한 상황악화를 우려했다.

▲ 이날 토론회는 전 통일부장관인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김동엽 교수외에 김준형 한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제자로 나섰고 노정선 YMCA 전국연맹 평화통일행동 공동대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토론회는 (사)평화통일시민연대(상임공동대표 이장희)와 (사)다른백년연구소(이사장 이래경)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한국진보연대, 평화재향군인회, 국민주권2030포럼, 촛불대헌장범국민협의회 등 단체들이 주최해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됐다.

토론회는 전 통일부장관인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김동엽 교수외에 김준형 한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가 각각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탈출전략은 없는가?', ''한반도 군사적 충돌위기, 평화시민단체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노정선 YMCA전국연맹 평화통일행동 공동대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래경 다른백년연구소 이사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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