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내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겸손과 포근함으로 나와 함께하는 동행이 있다.

낮은 곳에 있으면서도 불평이 없고, 육중한 몸무게로 짓눌려도 인내의 세월을 견디며 함께한다. 270mm의 발을 감싸며 답답한 어둠 속을 외면하지 않고 때론 빗물이 스며드는 축축함의 진자리까지 버티고 나아가 구멍이 나서 버려질 때까지 같이한다.

이 숭고한 삶의 주인공은 나의 양말이다.

▲ 나와 함께 내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겸손과 포근함으로 같이하는 동행. 양말. [사진-정상덕 교무]

늦은 밤 방에 홀로 들어와 답답한 양말을 벗으며 휙 하고 던지다가 잠시 멈추어 물끄러미 쌓여 있는 나의 양말 세 켤레를 바라본다.

한참을 바라보다 양말에게 말을 건다. 양말들아, 참 고맙다. 나의 오랜 벗님들아! 항상 나를 감싸주고 손해만 보는 건 너희들이다. 그래도 나는 너희들이 기계소리에 놀랄까봐 언제나 손으로 비벼 새 얼굴을 만든다. 또 화학 성분에 숨 막힐 듯하여 비누도 사용하지 않고 물만 사용하며 방바닥에서 말리지 않고 태양이 잘 보이는 곳에서 너희들의 본 모습으로 태어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우리는 한 번 친구가 되면 쉽게 이별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 그래서 더욱 정이 간다. 

양말아! 양말아! 나의 벗이고 또 나의 혼이 깃든 양말들아!
고맙구나, 고맙다, 서로 힘내자. 그리고 우리 가끔은 서로 대화도 하고 더 아끼고 말을 걸자.

이 세상에서 나의 동선을 가장 잘 아는 나의 양말들아, 이생에는 평화를 이루는 일에 바쁜 걸음이 많다. 너희들도 평화의 동지가 되자.

혹여나 반평화, 비평화로 내가 가거든 양말에 가시 하나 넣어 두거라….

오늘의 나의 기도에는 너를 만들어 준 노동자님께도 감사 올린다. 그리고 올 추석 선물에는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여 최고의 선물로서 너의 아름답고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기 바란다.

2017년 8월 20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현재 사드철회와 성주성지 수호를 위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저서로는 『원불교와 인권(공저)』, 『마음따라 사람꽃이 피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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