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주 (상하이 푸단대학 박사수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 없는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전쟁은 곧 살인이다. 우리는 평화를 지켜야 하고, 나아가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는 세력이 되어 동북아 위에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우리가 원하는 정세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괌 타격”, “서울 불바다” 등의 과격한 발언과 미국의 “화염과 분노”의 발언이나 “선제타격설”도 이슈가 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의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로 동북아가 격랑에 빠진 가운데 지난 6일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또한 지난 8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으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우려의 내용이 포함되었고 비핵화(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압박에 압박은 더해졌는데 한반도 위기는 계속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한다면, 혹은 그런 가능성 발언만으로도 한국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극단적인 경우, 북한이 보복조치로 장사포를 포함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인명은 상할 것이고, 경제적 타격도 감수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드를 둘러싼 한‧중, 한‧러 관계 악화로 대북 제재 및 대화국면 전환의 공조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중‧러는 한국의 사드배치 조치에 대해 한국이 미국에 부지를 공여하여 미국이 엑스밴드 레이더를 포함한 사드 운영을 한국에서 진행하며 향후 MD(미사일 방어) 체계로 연결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며 한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형세이다. 여기에 미국, 중국, 러시아, EU(유럽연합) 등의 상호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에서 특히 미‧중 간의 갈등이 북한 문제를 매개로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입장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이다. 현 정권에서 ‘신 베를린 선언’을 북측에 제안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장기적 사회화 과정’, 즉 현실에 착상시킬 방안이 없다. 또한 국제정세의 난관이 겹쳤으니 그 정세 타파의 어려움은 첩첩산중이다.

이런 악화된 정세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은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하나는 강대국 외교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 대화이다. 이 둘을 상호 지렛대(leverage)로 삼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우리에게 유리한 국제정세 환경을 이끌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착한 국가, 나쁜 국가를 구분하는 고매함이 아니다.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세를 이끌 것인가이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고 싶다면 국제사회에서도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함께 엮어 보다 세련된 협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 반대로 한국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전제를 버려야 한다. 필요한 것은 공조이다.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과 일본이 동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한국의 사드 배치, 중국과 러시아의 단독 대북제재, 한‧미 군사훈련, 한반도 인프라 건설사업(연계성) 투자, 평화체제 구축 협상 등을 엮은 동북아 국제레짐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북한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이 먼저 중국, 러시아와 공조를 위한 협상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중‧러의 단독 대북제재의 중요성은 1) UN 안보리 제재보다 탄력적으로 수위 조정 가능, 2) 북한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제재로 높은 파급력 등을 들 수 있다.

사드 배치 운영과 추가배치 동결을 조건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동결을 보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북한의 상호 위협에 의한 동북아 정세 악화를 완화하는데 중‧러가 한국과 함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실질적인 방안으로 사드 운영 및 추가배치 혹은 철회와 중‧러의 대북 단독 제재를 단계별로 엮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막는 방안이 있다. 이에 대해 미‧일 역시 동의할 여지가 크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측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동결 및 폐기를 목표로 대북 무역 및 송유관 중단까지 포함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단독 제재를 제안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한국의 사드배치 동결·철회 혹은 운영 여부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경우 중‧러가 단독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진행하는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동결하면 한국도 사드 배치 과정을 동결 또는 잠정 중단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미사일 방어에 있지 않았던가. 중‧러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을 저지하는 조건으로 한국 사드 배치를 외교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이 사드배치를 레버리지로 삼아 중‧러를 압박하고, 중‧러는 단독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형태다.

그러나 역으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동결하고 나아가 핵폐기(CVID) 단계별 해결방안 합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이 주도적으로 남북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5.24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의 북방경제 개발 참여와 함께 북한 내 인프라 건설 및 에너지 자원 개발, 그리고 발전시설 확충 등을 국제 컨소시엄으로 진행하겠다는 조치를 단계별로 진행함과 동시에 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 및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방안까지 협상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과 더불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함과 동시에 북방경제와의 협력방안까지 추진할 수 있다. 미‧일과 중‧러의 한반도 문제 접근에서 한국이 남북대화를 주도하며 그 접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야 말로 최고의 압박이자 협상의 방식일 것이다. 이런 구상을 실현할 수 있다면 한국이 주도적으로 정국을 이끌 공간이 마련될 것이다.

북한과 중국에 외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쉽지 않다. 각종 이론보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바로 체면의 문화이다. 북한을 압박할수록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은 더 강경하게 반응할 것이다. 오히려 북한의 출구를 마련해주며 비핵화 과정으로 이끌어야 하며, 중국의 체면을 배려해 북한의 도발에 공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제재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평화이다. 제재는 평화를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국제제재와 동북아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동북아 평화를 위한 협상의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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