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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漠然)함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연재> 정상덕의 평화일기(18)
정상덕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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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0  08: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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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덕 (원불교 교무)


프랑스의 역사에서 사형제 폐지를 놓고 찬반 의견이 대립되었던 시절, 국민여론 조사에서 70%가 사형제 존속을 원했다. 하지만 미테랑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의회의 찬성으로 프랑스의 사형제는 제도적으로 폐지되었다. 1981년도의 일이다. 

왜 그랬을까? 시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일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엄중한 한반도 정세의 중심에 미국의 무기체계인 고고도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서 ‘사드(THAAD)가 놓여 있다. 최근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60% 이상이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명의 존엄함을 결정하는 일, 전쟁무기를 배치하는 일 등에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없이 불안함을 해소한다는 입장으로 이겨야 한다는 안보지상주의가 숨어있다면,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 찬반 여론은 막연한 평화, 추상적 평화, 이기주의적 평화라고 본다.

‘막연하다’의 동의어는 ‘불투명하다’, ‘아득하다’, ‘어렴풋하다’ 등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드 배치의 국민 찬성 여론을 앞세우는 위정자들의 빈곤한 철학이다. 평화의 절실함이 없다는 것이다.

   
▲ 시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일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정의의 문제이다. [사진제공-정상덕교무]

사드를 보는 두 번째 막연함은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믿어 달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명명백백 밝히는 것이 중요한 첫 단추이다. 

지난 정부에서 왜 이리 긴급하게 모든 법 절차를 무시한 채 불법적으로 배치를 했는가? 또 사드는 군사과학적 입장에서 미사일 방어의 입장에서 확실한 증명이 되었는가? 또한 사드는 순수한 북핵 방어용인가? 중국에 대한 설득과 공존은 해소될 수 있는가? 

괌에 사드를 배치할 때는 주민 설명회를 14번이나 거쳤고, 박쥐의 생태까지 고려한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당당하게 환경영향평가를 국내법 절차에 입각해 시행하지 못하는가? 

국가 정책을 이끄는 위정자는 국민을 사랑하다는 말을 막연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막연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길은 진실한 평화로 시작해서 과정도, 끝도 마땅히 평화로 가면 될 일이다.

평화운동가로서의 나의 화두는 ‘인간의 본능’ 그리고 ‘평화’ 그 자체에 대한 묵상이다.

학습이나 경험에 의하지 않고 동물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갖추고 있는 행동 양식이나 능력을 뜻하는 본능으로 인간의 원초적 모습을 찾아가면, 나는 분명 화합과 협력이라고 본다. 

소태산 대종사는 우주 만유의 원초적 에너지를 ‘은혜’로 해석해 주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능은 양육강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쟁 중심의 적자생존의 법칙은 인간이 욕망을 채우려는 잘못된 학습이라고 본다.

한반도에서 사드를 넘어 평화로 가는 길은 막연함을 딛고 넘어서야 한다. 시작은 평화롭지 않았다 해도 남은 과정과 끝을 평화로 가야 하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2017년 8월 09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현재 사드철회와 성주성지 수호를 위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저서로는 『원불교와 인권(공저)』, 『마음따라 사람꽃이 피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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