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유엔 안보리가 대북결의 2371호를 채택했다. 그리고 맥마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예방전쟁'을 거론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고 경고하는 등 미국발 '8월 위기설'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북한도 만만치 않다. 7일 북한은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정의의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8일 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예방전쟁에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군은 보다 구체적으로 "'화성-12'형으로 (미국)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군사적 대응조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미국이 '8월위기설'을 증폭시키자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으로 맞받아치겠다는 기세이다. 8월말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군사연습이 '8월 위기'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문제의 당사자라고 자처하던 문재인 정부는 미국발 '8월 위기설'에도, 북한발 '괌 포위사격' 엄포에도 별다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오히려 '화성-14'형 2차 발사를 계기로 미국에 더 기대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없는 만큼, 북한 핵문제를 궁극적으로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전쟁' 등 미국발 '8월 위기설'을 잠재우는 적극적인 설득 노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측이 우리 입장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선의'에 기대는데다 문재인 정부의 '미국 경도' 본색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언행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우리가 한‧미공조에 대한 미국의 오해를 불식시킨다며 지나치게 미국의 강경책에 끌려가고 있다"며 "미국의 압박에 초반부터 밀렸다. 우리가 우리의 비전으로 미국을 설득시키는 게 아니고, 미국에 대한 오해를 푸는데 급급해서 스텝이 꼬였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상황도 있지만, 우리가 미국의 정책노선에 동조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대화에 진정성이 없다고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미국식으로 '강 대 강'으로 가니 설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70~80%의 고공 지지율을 받는 문재인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는 것. 강한 한‧미공조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태도도 북한 설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신 한반도평화비전'(베를린 구상)을 내세우고, 남북군사당국회담, 남북적십자회담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상전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남북대화 제안에 북한이 한 달 가까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데서 엿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두 가지 남북대화 제안을 뛰어넘는 담대한 제안을 할 기미도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북대화 제안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

일각에서는 특사교환으로 남북 최고지도자 간 대화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특사회담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게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발 '8월 위기설'에 북한이 강경대응을 호언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국 정부가 잡은 운전대에 손만 얹고 눈 감은 꼴이다.

김준형 교수는 "미국이 한국에게 힘을 실어서 대화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미국을 따라가니까 우리 공간이 없어졌다"며 "공간을 찾는 것은 대화창구이다. 베를린 구상은 유효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미국을 이해시키면서, 특사교환 등 우리의 안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역할에 힘을 싣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8월 위기설'이 점증적으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발언들은 주어만 바꾸면 이전 박근혜 정부와 같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담대하게 내놓은 '베를린 구상'이 실패한 '드레스덴 구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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