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최근 한국이 사드 잔여발사대 배치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선포하여 양자관계 개선 추세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세안 관계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강 장관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서로의 정당한 우려를 고려하고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길 희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드는 한국의 정당한 방위 수요를 초과하고 중국의 전략 안전 이익을 훼손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도리도 아니고 전략동반자의 도리도 아니”라며 “한국 정부는 이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고 한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는 현명한 선택을 하여 중한관계 발전의 장애물과 걸림돌을 제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 왕이 부장은 “유관국들이 자제하고 신중하게 균형을 잡아 정세 긴장 고조 행위를 피하고 대화 및 회담 재개 조건을 창출하길 바란다”면서 “한국이 중국의 ‘쌍잠정’ 제안을 숙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미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자는 제안이다.  

강경화 장관은 “최근 정부의 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여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두 장관은 “지난 달 북한이 ICBM 발사라고 주장한 연이은 도발이 한반도 및 지역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 강조하고,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배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외교부가 6일 전했다. 

강 장관은 6일 중국이 신규 안보리 결의 2371호 채택에 적극 동참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에 있어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도 만났다. 

왕 부장은 “현재 조선(한)반도 정세가 고도로 민감하여 중조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세가 위기의 임계점이자 대화 및 회담 재개를 결단할 전환점에 근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조선이 다시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한미가 반도 정세의 긴장을 다시 끌어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한다”면서 “각국이 자제하고 최근 유관국이 외부에 표시한 긍정적 신호를 포착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붕괴 및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등 대북 ‘4 NO 원칙’을 재천명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핵문제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을 거듭 밝히고 “중국 측과 소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6일 새벽 마닐라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7일 오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뒤 10일 귀국할 예정이다. 5일부터 마닐라를 방문 중인 강경화 장관은 6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했다. 7일에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 업무오찬을 개최한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6일 저녁 환영만찬에서 조우한 리용호 외무상에게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군사.적십자회담 제안에 대한 북한 측의 호응을 촉구했다. 리 외무상은 “남측이 미국과 공조하에 대북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대북제안에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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