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남측위 여성본부 등 여성계는 4일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망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전국여성연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북한 그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전쟁을 한반도에서 벌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이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여성본부,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여성연대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전쟁이 나도 미국 본토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수천명이 죽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망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그의 사과를 요구했다.

6.15남측위 여성본부 상임대표인 권오희 수녀의 여는 말로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자국의 안전은 소중하면서 우방국이라 외치는 타 국민들의 목숨은 하찮게 여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성을 상실한 전쟁 놀음광의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또 북한의 ICBM과는 무관한 사드 포대 추가배치 결정으로 오히려 안보위기가 높아지고 8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인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평화실현의 어떠한 해법도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지난 수십년간 한반도에 막대한 무기와 병력을 들여와 대북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등 적대정책을 고집하면서 북한만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여성들은 한반도가 미국의 전쟁 놀음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항시적인 전쟁위협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롭게 살아가길 간절히 원한다"며, 십수년에 걸쳐 확인한 바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비핵화와 한반도에서의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길 뿐"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땅 한반도는 미국의 전쟁놀이터가 될 수 없다며,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평화 대화를 시작해 북과의 평화협상으로 이어지도록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인 한국염 목사와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등은 규탄발언을 통해 "우리 여성들은 전쟁으로부터 받은 피해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고 그 피해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남아 아직도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은 전쟁의 불안과 공포가 우리 여성들에게 미친 피해의 역사를 다시 상기시키고 있어 더욱 경악스럽다"며, "전쟁의 불안을 걷어내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 우리 여성들은 앞으로도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북한의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이후 "북한이 ICBM으로 미국을 계속 공격하려고 시도한다면 악당 국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놓고 미국과 북한간 전쟁이 있을 것"이라며, "만일 김정은을 막을 전쟁(war)이 있다면 그건 저쪽(한반도)에서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 전쟁에서 "수천 명이 사망하더라도 저쪽(한반도)에서 죽을 것이고 여기(미 본토)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도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1일(이하 현지시각) NBC TV에 출연해 "(트럼프가) 내 얼굴에다 대고 그렇게 말했다(He has told me that to my face)"며, 상세히 공개함으로써 알려졌다.

1일 오후 백악관 브리핑에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진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지만 어떻게 할지는 공표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거기에서 입장이 변한 건 없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등 '4No' 방침을 확인하면서 북한과 어느 시점에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는 제의를 했으나 이내 백악관으로부터 묵살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해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의 전쟁 불사 발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기자주여성연대, 평화어머니회,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여성위원회, 민중연합당-엄마당, 새민중정당준비위여성본부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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