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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열반과 평화<연재> 정상덕의 평화일기(17)
정상덕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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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4  10: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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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덕 (원불교 교무)
 

   
▲ 아버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와 위로가 담긴 깊은 향을 올립니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원기 102(2017)년 7월 29일(토) 오후 1시 20분 당신께서는 긴 호흡을 멈추고 교무님들의 염불 소리에 맞춰 한 생을 마치셨습니다. 현산 정법현 교도님, 나의 아버님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님은 일제 강점기인 1929년에 이생의 인연으로 오셨다가 올해 2017년 89세로 생을 마치셨습니다. 일제의 탄압에 숨죽여 살던 시절, 열여섯 어린 나이에 이름도 알 수 없는 머나먼 일본 땅 탄광촌에서 십 대를 보내면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습니까? 

당신은 저 어릴 적 비 오는 날이면 마루에 나와앉아 나지막이 일본 군가를 부르곤 했었는데, 그 곡조를 듣고 있노라면 설움과 아픔을 웅변해 주는 듯했지요. 그리고 골육상잔의 비극이라는 한국전쟁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당신의 마음에 위로를 드리며 평화의 노래로 올립니다.

평화는 오리! 평화는 오리! 참 평화는 오리라!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던 시절, 조모님과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들까지 사회인으로 보내고 저희 6남매 키우느라 휘어 버린 다리는 말년에 고관절로 나타나 휠체어에 의지하셔야 했지요. 열반하신 뒤 당신의 몸을 만지며 유독 잘 펴지지 않고 깡마른 다리를 보면서 차마 고맙고 가슴을 메이는 미안함에 절로 흐르는 눈물은 당신의 마지막 옷소매를 적셨네요.

아버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와 위로가 담긴 깊은 향을 올립니다.

이제 상타원 어머님과 함께 누워계실 익산 왕궁 영모묘원은 아침 햇살이 첫 번째로 비추는 높은 산 중턱입니다. 그렇게 다정했던 전북대 농과대학 동기들이 찾아오기 쉽고, 때때로 사람 소리와 바람 소리도 잘 울리는 고즈넉한 기도 장소입니다. 

아버님, 다 내려놓으시고 또 한 번 멈춰 청정 일념으로 큰 우주를 보세요. 열반은 봄이 가면 여름 오고, 여름 가면 가을, 겨울이 오는 변화입니다. 열반은 낮과 밤처럼 반복되는 과정입니다. 눈을 떳다 감았다 하는 자연스러운 조화입니다. 생로병사는 서러움이 아닙니다. 열반은 평화의 넓은 들판에서 은혜로운 하나가 됩니다.

사랑하는 아버님! 
이제 더 높고 밝은 영지로 이 한생 동안 지은 선근종자(善根種子)를 챙기시고 더불어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해야 하는 중요한 49일입니다! 정성과 일심으로 천도 독경을 올릴 테니 함께 일심이 되어 답답함을 넘어서는 큰 바다를 보세요. 시비이해를 다 안아버리는 평화의 미소지으세요.

아버님,
어머님,
우리 부모님,
이제 또 만나요.

평화의 광장에서 만나요, 전쟁이 아닌 화합의 공터에서 기쁘게 만나요.
다시 오시는 길, 꽃길은 아니어도 평화의 현장과 생명을 존중하는 그 자리에서 이 막내아들은 넉넉한 자리펴고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년 8월 03일 소자녀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현재 사드철회와 성주성지 수호를 위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저서로는 『원불교와 인권(공저)』, 『마음따라 사람꽃이 피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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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7-08-06 12:15:55
소식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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