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동심을 잃으면 참된 마음을 잃게 되고 참된 마음을 잃으면 참된 인간성도 잃게 된다(이탁오)

 

할아버지
- 정지용

할아버지가
담배ㅅ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믄 날도
비가 오시네.

 

공원에서 아이와 함께 운동 기구에 앉아 있는 젊은 아빠를 보았다.

아이는 멀뚱거리고 아빠는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울고 아빠는 서둘러 집으로 가는 듯했다.

흔히 아빠들은 아이들과 놀아준다고 한다.

놀아주지 말고 함께 놀아야 한다.

아이들과 놀면 ‘우리 안의 아이(동심)’가 깨어난다.

나는 젊었을 적에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그래서 지금도 아이들과 친하다.

시골에서 함께 자란 그 시절이 눈부시게 기억에 남아 있다.

어느 날은 함께 칡을 캤다.

아이들에게 시를 써 보라 하니

칡이 숨바꼭질을 한다고 썼다.

땅 속에 묻힌 뿌리가 줄기보다 더 굵은 칡을 보고 아이들은 칡이 숨바꼭질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럴 때 느끼는 경이감.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식당에 갔다.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왁자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끔 식당에서 말없이 식사를 하며 각자 핸드폰을 보는 가족들을 본다.

아이들이 어릴 적 제대로 함께 놀아 본 적이 없기에 커서도 대화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 눈에는 ‘할아버지가/ 담배ㅅ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믄 날도/ 비가 오신다.’

어른 눈에는 할아버지가 날씨를 보고 하는 단순한 행동들이 아이 눈에는 마냥 신비스럽게 보인다.

이런 눈을 잃어버린 어른이 아이와 함께 논다는 건, 이런 ‘신비스런 눈(신화적 사고)’을 또 한 번 가져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신화시대에 산다.

인간과 삼라만상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창의력, 상상력은 다 신화적 사고에서 나온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놀면 신화적 사고를 배워 사회생활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

많은 젊은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의 이 커다란 의미를 잘 모를 것이다.

공원에서 아이를 힘겹게 안고 있는 젊은 아빠들을 보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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