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반도 분단은 8.15 광복과 더불어 강대국 국제정치의 부산물로 우리 한민족의 비극이었다. 이어서 한반도에는 두 개의 주권국가가 탄생하게 되었고 북한이 한국전쟁을 통해 무력통일을 시도하였지만 실패로 끝나고 3년간 전쟁을 봉합해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정전협정 이후 64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오히려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라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이다.

정전협정 체결 후 64년이 지난 지금, 휴전상태를 종식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큰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과연 우리가 바라는 평화협정이 어떤 협정인지 불투명하며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어떤 협정이 바람직한가? 그리고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누구이어야 하는지 등을 이글에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과연 평화협정은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평화협정이여야만 하는가? 아니면 다자간 평화조약이 바람직한가? 협정과 조약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먼저 필자는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peace agreement)이 아닌 평화조약(peace treaty)이 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의 당사국인 북.미 간의 평화협정 만으로 한반도평화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국제조약으로서의 한반도평화조약 체결 만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주장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에 명시한 대로 ‘다자간 한반도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을 주장해 왔다.
[구체적인 필자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조약체결에 대한 구상은 아래 통일뉴스(2017. 5. 15), “문재인 대통령에 바란다. 창조적인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상 제언”, 참조.]

한반도평화조약은 미.중.남.북 4자 정상이 전쟁 종결과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면서 체결해야 한다. 한반도평화조약 체결로 주권국가이며 유엔 회원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의 안전보장을 해야 한반도 비핵화도 이루고 평화로운 한반도가 이뤄져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4자간 한반도평화조약 체결이 국제법상으로 북.미 평화협정보다 더욱더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으로 유엔에 등록하고 유엔안보리가 추인하는 이러한 평화조약을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정상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과 북이 양보와 타협으로 이런 평화조약 체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즉각 중단하고 동시에 한.미 당국도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일시 중단하는 ‘쌍잠정 구상’부터 논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남과 북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17일 제의한 DMZ(비무장지대)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남북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남북적십자회담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7월 29일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주체 106(2017)년 7월 28일 밤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 되었다”고 보도했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화성-14형’은 최대고도 3,724.9km, 998km를 47분 12초간 비행했으며, 대기권 재진입은 물론, 핵탄두 폭발조종장치가 정상작동 했다고 북한이 밝혔다. 이런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젠 제2타격능력을 보유한 북한이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능력을 가진 핵보유국이 된 셈이다.

북한이 밤늦게 비밀리에 ICBM 대륙 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하고 있는 이 마당에 과연 평화협상의 분위기인지 한번 성찰해봐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문재인 정부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하여 강력한 군사적 대응 조치를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로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를 전개하고, (2)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를 포함해 한.미 간 전략적 억제력 강화방안을 즉시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이러한 군사적 악순환은 점차적으로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한반도 핵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취한 군사적 대응이 현명한 결정인지를 재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 결정은 합리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근시안적 결정은 두 개의 핵심 요소를 무시한 처사가 아닌지 묻고 싶다. 즉 이런 결정은 궁극적으로 국내정치적으로 혼란과 국론분열을 야기하게 되었고 국제적으로 한.중 관계를 더 악화시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만든 계기가 된 것이 아쉽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신 대북정책이 북한의 ICBM 시험발사로 하룻밤 사이에 무용지물이 될까 몹시 아쉽다.

이번 8월 을지프리덤 가디언 한미합동연습(UFG)을 임시중단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인데 이것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희망은 아직 존재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 만약 북한이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를 먼저 중단한다고 선언한다면, 평화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어 UFG 연습도 중단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북한이 한국 정부의 남북대화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미사일 시험발사만 계속한다면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핵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런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는 ‘제재와 대화 투 트랙’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강경으로 몰아가 궁극적으로 한반도 위기를 악화시켜 이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런 도움 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남과 북이 진정으로 남북대화를 통해 평화로운 한반도 만들기를 원한다면 남과 북은 군사적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을 위해 남.북군사회담 남측 제안을 조속히 수용하길 촉구한다. 그리고 동시에 한.미 당국은 8월에 UFG 한미합동군사연습도 일시 중단을 고려해 보길 기대한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Clark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국제관계학 박사. 미국Eastern Kentucky대학교국제정치학교수; 전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통일연구원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이사장, 통일전략 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혁신학술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저서,공저및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속의한반도: 평화와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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